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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주가 급등…”외부 유출 없다” 주장에 ‘조건부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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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주가 급등…”외부 유출 없다” 주장에 ‘조건부 랠리’

성급한 자체 조사 결과 발표, 미국 증권집단소송 대비한 포석인가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차량이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차량이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팡 주가가 26일(현지시각) 뉴욕 주식 시장에 급등했다.

쿠팡 주가는 이날 장중 전장 대비 11.32% 폭등한 25.3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상승폭이 7.9%까지 좁혀지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다시 두 자릿수 상승세로 복귀했다.

쿠팡이 고객 정보 유출 범인을 특정했고, 외부 유출은 없었으며 피해 규모도 약 3300건으로 크지 않다고 자체 조사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 일단 뉴욕 주식 시장에서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에서 직면한 증권집단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일종의 배수진으로 해석된다.

천문학적인 미 집단소송 배상금을 회피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 조사에서 쿠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쿠팡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이 된다.

이날 쿠팡은 6.45%(1.47달러) 급등한 24.27달러로 마감했다.

조건부 랠리


쿠팡 주가는 지난달 20일 사건이 처음 공식화된 이후에도 큰 변동은 없었다. 당초 소규모 유출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20~28일 되레 2.77% 상승했다.

그렇지만 11월 29일 정보 유출 규모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대규모인 것으로 나타나자 사정이 달라졌다. 쿠팡 주가는 12월 1일부터 지난 24일까지 19% 폭락했다.

하락하던 주가는 피해가 제한적이라는 쿠팡의 주장이 나온 뒤인 26일 급등했다.

증권집단소송 대비한 배수진(?)


쿠팡은 정부 합동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범인을 특정했다면서 피해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범인이 고객 약 3300만명의 데이터에 접근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저장된 정보는 약 3000건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이후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또 결제 수단, 로그인 비밀번호, 개인통관 고유부호 등 핵심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고, 데이터가 외부의 제3자에게 유통된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쿠팡이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미국에서 제기된 증권집단소송에 대응하는 치밀한 전략적 행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이 피해 규모가 작고, 외부 유출도 없었다며 서둘러 발표한 것은 공시 지연에 대한 보호막으로 보인다.

데이터가 실제로 외부로 유출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 가치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중대사건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 수 있다.

법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이면 쿠팡이 11월에 사건을 인지하고도 ‘4영업일 이내 공시’ 규정을 지키지 않고 12월에 늑장 공시한 것이 위법이 아니다.

"주가 급락은 시장 공포 탓" 주장하나


원고들이 증권집단소송에서 승소하려면 쿠팡의 공시 지연으로 주가가 인위적으로 부풀려졌고, 이후 진실이 드러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쿠팡은 이번 해명을 통해 주가 폭락이 시장의 과도한 공포나 오해 때문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배상액이 낮아지거나 아예 소송이 기각될 수도 있다.

쿠팡은 아울러 경영진이 투자자를 속이려는 ‘고의성’이 있어야 한다는 미 증권법상의 처벌 규정도 피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공시를 늦춘 것은 자체 조사 결과 정보 유출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뿐 악의적으로 숨긴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 수 있다.

김범석 의장 등 경영진의 개인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역효과 직면할 수도


문제는 쿠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다.

한국 정부 공식 조사 결과 외부 유출이 확인되거나 피해 규모가 쿠팡 발표보다 훨씬 큰 것으로 드러나면 쿠팡은 ‘허위 공시’ 혐의까지 추가된다.

법원 판결 전 합의로 간다고 해도 엄청난 합의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쿠팡을 상대로 한 증권집단소송을 맡은 곳이 로젠 등 미 대형 로펌들이어서 쿠팡은 역대급 합의금을 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도 심각한 지경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매출의 최대 3%인 과징금 상한 규정을 최대 10%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쿠팡이 이를 피하려 거짓으로 발표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이런 움직임에 탄력이 붙으면서 현실이 될 수 있다. 소급적용까지 갈 경우 쿠팡은 약 4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