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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HBM4 양산 '2026년 2월' 확정…엔비디아 '루빈' 동맹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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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HBM4 양산 '2026년 2월' 확정…엔비디아 '루빈' 동맹 굳힌다

"AI 메모리, 한 달이라도 먼저"…마이크론 따돌리고 '초격차' 승부수
SK하이닉스 'TSMC 연합' vs 삼성 '일괄 생산'…엇갈린 전략, 같은 목표
반도체 소부장, '보릿고개' 끝났다… 2월 양산 앞두고 장비 발주 '폭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양산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2026년 2월'로 최종 확정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양산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2026년 2월'로 최종 확정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양산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20262'로 최종 확정했다. 이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와 엔비디아의 차세대 가속기 '루빈(Rubin)' 출시 일정에 맞춘 전략적 결단이다. 한국 반도체 양대 산맥이 양산 시점을 앞당겨 후발 주자인 마이크론의 추격을 뿌리치고 AI 메모리 시장의 지배력을 독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2월 양산 대전(大戰)… 초기 물량 '싹쓸이' 나선다


26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 대량 생산 로드맵을 수정하고 20262월부터 본격적인 제품 출하에 나선다. 당초 2026년 중반으로 잡았던 목표를 3~4개월 이상 단축한 공격적인 행보라 업계는 평가한다.

SK하이닉스는 이천 M16 공장과 청주 M15X 신규 팹을 HBM4 생산의 전초기지로 삼는다. 업계 정통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내년 2월부터 1b(5세대 10나노급) D램을 적용한 HBM4용 웨이퍼 투입을 시작할 것"이라며 "수율 안정화와 공급망 준비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패키징 시설인 P&T6(이천)의 장비 설치를 내년 3월 시작할 예정이며, LG전자가 소유했던 청주 부지에 P&T7 건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역시 평택 캠퍼스를 중심으로 같은 시기 HBM4 전면 생산에 돌입한다. 삼성은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HBM4 샘플에 대해 긍정적인 성능 평가(Qual)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양산 시점을 앞당기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반면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은 20262분기에나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여, 내년 초 시장은 한국 기업들이 독점할 가능성이 커졌다.

SK '동맹' vs 삼성 '독자'… 기술 승부처는 '로직 다이'


이번 HBM4 전쟁의 승패는 메모리 적층의 가장 아래층에 위치해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Base Die)' 기술에 달렸다. HBM4부터는 이 베이스 다이에 초미세 파운드리 공정이 필수적으로 도입된다.

SK하이닉스는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원팀'을 결성했다. TSMC12나노(nm) 로직 공정을 활용해 베이스 다이를 생산, 대역폭을 기존 대비 2, 전력 효율을 40% 이상 끌어올렸다. 양사는 엔비디아의 요청에 따라 시스템 통합 테스트에서 발견된 병목 현상을 해결하고자 회로 설계를 수정했으며, 개선된 웨이퍼는 이달 말 완성된다. SK하이닉스는 내년 1월 초, 수정된 최종 샘플을 엔비디아에 전달할 예정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설계, 메모리 생산,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자사에서 소화하는 '턴키(Turn-key·일괄 생산)' 전략으로 승부한다. 삼성은 자사의 파운드리 미세 공정 기술력을 앞세워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로드맵에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며 공급망 진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양사의 조기 양산 결정 배경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이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칩 성능 극대화를 위해 메모리 공급사들에 개발 속도전을 주문해 왔다.
시장조사업체 관계자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2월 조기 양산에 성공하면, 엔비디아는 차세대 플랫폼 개발과 출시 속도를 한층 높일 수 있다""이는 한국 기업들이 단순 부품 공급사를 넘어 글로벌 AI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서 주도권을 쥐게 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HBM4 양산, '소부장'에 미칠 파급 효과


한편, 이러한 변화는 2025년 한 해 동안 극심한 수주 절벽에 시달렸던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에 오랜 가뭄 끝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비 투자를 2026년 초에 집중하면서, 이른바 '장비 슈퍼 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는 '어드밴스드 패키징(Advanced Packaging)' 공정 장비다. HBM4는 기존 HBM3E보다 칩의 두께는 얇아지고 적층 단수는 12, 16단으로 높아진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기존의 열압착(TC) 본딩 방식을 넘어선 차세대 접합 기술과 검사 장비가 필수적이다.

우선 칩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본딩 장비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HBM4 공정 고도화를 위해 기존 장비보다 정밀도가 높은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을 준비하거나, 기존 TC 본더의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개량형 장비를 대거 발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의 수주 잔고가 내년 1분기를 기점으로 수직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검사·계측 장비의 중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칩이 미세해질수록 불량을 잡아내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된다. HBM410나노급 미세 공정과 3D 적층이 결합된 구조라 육안이나 기존 광학 장비로는 검사가 어렵다. 이에 따라 나노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는 원자현미경(AFM)이나 고성능 웨이퍼 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이 필수재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는 단순히 메인 장비에 그치지 않는다. 패키징 공정에 들어가는 소재, 부품, 그리고 세정 장비 업체들까지 연쇄적인 낙수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5년이 HBM4를 위한 R&D와 숨 고르기 기간이었다면, 2026년은 폭발적인 양산 경쟁에 따른 장비 업계 실적 퀀텀 점프(대약진)의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