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뉴욕증시와 유럽증시등에 따르면 유로존의 1월 인플레이션이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이 물가를 잡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나오고있다. 그동안 ECB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완화할 것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고수해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미국과 유럽이 마주한 상황은 다르다며 올해 중 금리를 인상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16일 ECB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2022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후 올해 들어서도 총재데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한 -0.25%까지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라가르드 총재가 ECB가 물가 상승률을 과소평가했다고 인정할 경우, 시장은 현재의 금리 인상 전망을 강화할 수 있다. 시장 금리에도 이러한 인식이 반영된다면 실제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유동성이 줄어 긴축 정책과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인플레이션 지표로 ECB 내 매파와 비둘기파 간 갈등은 격화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비둘기파에 가까운 ECB 집행위원인 개브리얼 마크로프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와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가 최근 ECB가 안주해서는 안 되며, 필요하다면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ECB 내 매파로 분류됐던 옌스 바이트만 전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해 12월 17일 발표된 보고서를 통해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ECB는 이러한 위험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도파로 분류되는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이에 반발하며 2023년 이후 다시 2% 밑으로 떨어질 인플레이션 지표에 지나치게 중요성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는 유로존의 1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1% 뛰어 1997년 통계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전문가 전망치 4.4%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지난해 12월의 물가 상승률은 5.0%다. 뉴욕증시에서는 ECB가 7월까지 기준금리를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로화 가치는 이날 0.4% 오른 달러당 1.1315유로를 나타냈다. 유로존 물가를 끌어올린 것은 1월에 28.6% 급등한 에너지이다. 근원 물가지수는 2.3% 올랐는데 전월의 2.6%보다는 상승률이 낮아진 것이다. 기업들이 부품·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소비자에게 넘기고 있어 향후 몇 개월간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미 CNBC 방송은 라가르드 총재가 사상 최고로 오른 물가 때문에 금리 인상 압력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이미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세계 주요 국가 중에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에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올 연말까지 0.25%포인트의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지금 마이너스(-)0.50%인 ECB의 기준금리가 -0.25%까지 오른다는 뜻이다. 영국은 물가 급등으로 기준금리를 또 올릴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1%에서 0.25%로 올렸다. 영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3년여만이었다.
김재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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