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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대만 무역 이니셔티브'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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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대만 무역 이니셔티브'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국, TSMC 등과의 협력 강화로 반도체 공급망 강화 포석
미국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업체인 TSMC와의 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대만과 새로운 경제 협력 틀을 마련하려고 한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업체인 TSMC와의 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대만과 새로운 경제 협력 틀을 마련하려고 한다.
미국과 대만이 양국 간 경제 교류를 한 차원 높게 발전시킬 목적으로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대만 이니셔티브’(US-Taiwan Initiative on 21st-century Trade)를 추진한다. 미국은 지난달 23일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미국 주도로 출범한 인도·태평양의 13개 국가가 참여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만의 참여를 배제한 대신에 미국과 대만이 이와 유사한 별도 의 경제 협력 틀을 마련한다. 대만은 2020년 기준으로 미국의 9번째 교역 상대국이다.

IPEF에는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를 비롯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중 7개국이 참여했고, 태평양 국가인 피지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대만은 IPEF 가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세안 회원국들이 대만이 참여하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것으로 우려해 난색을 보이는 바람에 대만이 참여하지 못했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중국과 광범위한 경제 교류를 하고 있다.

미국은 대만과의 독자적인 경제 협력 틀을 마련해 무역, 공급망, 기술 통제, 기후 변화 대응 등의 분야에서 교류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미국이 특히 공을 들이는 분야는 반도체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방문에 동행했던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프렌드쇼어링’이 아니라 미국에 직접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렌드쇼어링은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제시한 개념으로 핵심 가치와 원칙을 공유하는 국가 간에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해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비롯한 많은 반도체 업체들이 대만 기업이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5조1,700억원)를 들여 5㎚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다.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들에게 “대만은 우리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파트너이고, 특히 반도체 분야가 그렇다”고 말했다. 레이몬도 장관은 “우리가 대만과 경제 협력을 심화해 나갈 것이고, 대만과 활발하게 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몬도 상무장관은 지난달 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 참석 중에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 아마존, 구글 등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TSMC 등 대만 업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첨단 반도체의 70%를 대만에서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백악관 공급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세계 첨단 반도체의 92%를 TSMC가 공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동안에 발생한 글로벌 공급난과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등 주요 산업 생산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졌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반도체와 같은 핵심 부품의 공급망 중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미국이 대만과의 교류를 강화하면 이것이 미국과 중국 관계 악화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WSJ이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의회에서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252명이 초당적으로 대만의 IPEF 가입을 허용하라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요구했었다.
미국이 대만과의 경제 협력 틀을 마련하려고 하지만, 이는 대만의 요구 사항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대만은 미국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자고 했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정부는 2년 전에 국내 관련 업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 미국산 돼지고기와 소고기 수입을 허용하면서 미국에 FTA 체결을 제안했었다.

대만은 미국과 FTA도 체결하지 못했고, IPEF 가입에도 실패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미국과 대만이 새 경제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성과가 있을지 아직 의문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