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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바이오 벤처의 '막다른 선택'…불리한 여건에도 운영자금 충당 '고육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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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바이오 벤처의 '막다른 선택'…불리한 여건에도 운영자금 충당 '고육지책'

공모희망밴드가 낮아져도 상장…투자금 확보 어려워
바이오·의료 벤처 투자 전년比 34.1%감소
상장 후에는 주주들과 갈등 지속…주가띄우기 나와
외부 투자금으로 회사를 운영하던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올해 들어 IPO '한파' 속에서도 직접 상장에 나서고 있다.(사진=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외부 투자금으로 회사를 운영하던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올해 들어 IPO '한파' 속에서도 직접 상장에 나서고 있다.(사진=픽사베이)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뜨거운 감자'인 기업 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최근 국내외 투자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기업평가와 공모희망밴드가 역시 낮아져 엎친데 덮친 격이다. 하지만 바이오벤처기업들은 달리 방도가 없다.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상장이라는 자본시장 진입 외에는 회사 운영자금을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9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장을 철회했던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 받으면서 상장을 도모하거나 유니콘 특례 등의 방식으로 IPO를 진행할 계획이다. 몇 해 전부터 IPO 한파인데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투자가 줄어들면서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결론 내린 고육지책이다. 이들이 이중, 삼중의 리스크를 각오하고 자금 시장에 진입을 시도하는 이유는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을 철회했다가 다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 A를 살펴보면 지난해 공모 희망 밴드가는 2만3000원에서 2만6000원대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1만8000원에서 2만1000원대로 더 낮아지면서 IPO규모도 줄어들었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IPO를 거쳐 국내 증시에 상장한 바이오 및 헬스케어 기업 12곳 중 8곳은 공모가가 밴드보다 미달했다.

대부분의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 매출이 없는 곳이 다수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는 장기간의 연구와 임상이 진행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건비를 포함한 천문한적인 자금이 소요된다. 매출이 없는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가 급감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공개한 '2022년 연간 벤처 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바이오·의료분야 벤처 투자액은 1조10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1%감소했다. 특히 금리가 높았던 지난해 4분기는 전 분기보다 55.9%나 낮아졌다. 벤처캐피털에서의 바이오 투자는 30%대였지만 20%대까지 줄었다.

투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바이오벤처들은 보유 중인 파이프라인을 바탕으로 상장해 자금 확보에 다시 나선 것이다.

중견 규모의 바이오벤처기업 관계자는 "상장 규모가 예상치보다 턱없이 낮아도 기업 내부 상황을 고려해 상장을 준비 중인 곳도 여럿 있다"면서 "다만 상장 후 주가 관리 등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힘들지만 아직 보류하는 기업들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무리한 사업 진행에 주주 갈등…산업 신뢰에 악영향


IPO로 투자금을 확보한 다음에는 주가와 주주 관리 등의 문제가 뒤따라 온다. 최악의 경우는 주주들과 갈등이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어렵게 IPO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임상을 진행하면서 기약 없는 '인고의 시간'을 버텨야 한다. 이 가운데 신제품 개발에 대한 희소식이나 기술수출 실적이 없다면 당장 주가는 떨어지고 이는 목소리 큰 주주들의 거센 반발로 이어진다.

일례로 기술 특례 상장한 바이오 기업 B는 수 년간 하나의 파이프 라인을 가지고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실적이 나오지 않자 소액 주주들이 뭉쳐 문제를 제기했고 그 결과 매번 주총 때마다 이들을 달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주주들을 진정 시키기 위해 건강기능식품이나 신사업을 예고하지만 빠르게 매출을 올리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를 버티지 못한 일부 바이오 기업들은 자극적인 소재로 무리하게 주가를 끌어 올리게 되고 이는 바이오 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리는 자해 행위라는 지적마저 낳게 된다.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유관 산업계의 신뢰도 향상을 위해서는 무분별한 상장보다는 기업이 가진 장점을 가지고 끝까지 임상을 이어가야 한다"면서도 "현실은 성급하게 사업을 진행하거나 부적절한 홍보를 통해 주가를 띄우는 등 악순환을 보여주고 있다"며 우려했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