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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진정한 혁신 기술은?...특허 출원 동향 간접 지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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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진정한 혁신 기술은?...특허 출원 동향 간접 지표 제시

배터리, 핀테크 분야 특허 출원과 투자 두드러져
“거대한 기술 흐름 놓치지 말아야 …기업 미래 가치 좌우”


CPC 분류 H01M에 속하는 배터리 기술의 특허 출원 증가율은 전년 대비 24% 상승해 가장 두드러졌다. 도표는 2022년 미국의 주요 특허 출원 기술의 분야별 전년 대비 증감률. 자료=IFI이미지 확대보기
CPC 분류 H01M에 속하는 배터리 기술의 특허 출원 증가율은 전년 대비 24% 상승해 가장 두드러졌다. 도표는 2022년 미국의 주요 특허 출원 기술의 분야별 전년 대비 증감률. 자료=IFI

어떤 기술이 진정한 혁신일까? 최근 인간의 방식으로 대화하는 인공지능 언어 모델 챗 GPT와 같은 신기술이 등장해 연일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대체불가토큰(NFT) 시장은 지난해 3분기 최고점에서 90%가량 하락했고,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은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 트렌드는 수시로 변하며 미래 예측은 까다롭다. 이런 문제에 대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지만 적어도 특허기술 출원과 영향력 있는 벤처캐피털 기업의 투자에 대한 최근의 데이터는 객관적인 지표를 제시해 줄 수 있다.

15일 코트라(KOTRA)가 미국 벤처회사인 세쿼이아캐피털, 컨설팅그룹인 맥킨지 등의 다양한 혁신 기술 정보와 자료를 종합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특허 출원 건수는 41만7922건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 기술시장 흐름의 향방을 가늠하고 예측할 수 있는 특허 출원 동향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 현재 어떤 분야에서 전략적 이익을 집중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미국의 특허 데이터 분석기관 IFI는 미국·유럽 특허청의 분류체계인 협력적특허분류(CPC) 코드로 지난해 분야별 특허 출원 증감을 분석했다. 그 결과 화학에너지를 전기로 직접 전환하는 과정이나 수단에 관한 배터리 분야 기술들이 급속한 성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CPC 분류 H01M에 속하는 배터리 기술의 특허 출원 증가율은 전년 대비 24% 상승해 가장 두드러졌다. 이에 반해 데이터 인식기술(G06K)은 30%나 감소해 대조를 이뤘다

기후 위기와 더불어 세계는 화석 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대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탄소 중립 시대로 가는 필수적인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배터리가 있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기업들의 특허권 확보 경쟁은 치열하다. 리튬부터 2차 전지까지 새로운 경제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벤처캐피털 업계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핀테크(Fintech)


2022년 세쿼이어캐피털의 핀테크 분야별 투자비율. 자료=시비 인사이트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세쿼이어캐피털의 핀테크 분야별 투자비율. 자료=시비 인사이트

벤처캐피털(VC)의 투자 동향도 현재 미국에서 어떤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다. 해외 투자, 창업 인텔리전스 전문 기업인 시비 인사이트(CB Insight)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 회사 ‘세쿼이아캐피털’과 IT벤처 투자 전문 업체 ‘안드레센호로위츠(a16z)’가 지난해 가장 많은 투자를 한 분야는 핀테크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과 기술의 합성어인 핀테크(FinTech)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소셜 미디어, 스마트 기기 등의 혁신 기술을 기존 금융 부문에 적용해 완성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기법을 의미한다. 은행 점포 중심의 기존 금융 기관보다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반 플랫폼을 활용해 더 효율적이고 접근성이 높다. 저렴한 새로운 금융 상품과 서비스, 시스템 등을 제공한다.

세쿼이아캐피털의 지난해 핀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는 전체의 2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상위 3개 분야는 자본 시장(Capital Market), 결제(Payment), 급여·복리후생(Payroll and Benefit)이 차지했다. 자본 시장 분야에서 세쿼이아캐피털은 전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시타델시큐리티에 12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주식, 옵션, 선물, 국채, FX 및 ETF를 포함해 다양한 자산 등급에 걸쳐 유동성과 거래 실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로 쇼핑과 결제 서비스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클라르나(Klarna) 홈페이지. 자료=클라르나이미지 확대보기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로 쇼핑과 결제 서비스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클라르나(Klarna) 홈페이지. 자료=클라르나


결제 분야는 MZ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선구매 후결제(BNPL)를 주요 서비스로 제공하는 ‘클라르나(Klarna)’에 8억달러, 급여·복리후생 분야에서는 원격 인력 관리 플랫폼 기업인 ‘리모트(Remote)’에 3억달러를 각각 투자했다.

a16z 투자 또한 지난해 206건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49건이 핀테크 분야에 집중됐다. 그중 상위 3개 분야는 결제, 블록체인, 디지털 대출로 나타났다. 3억달러를 투자한 ‘스팟온(SpotOn)’은 레스토랑과 미용실, 스파 등 소규모 소매업체에 클리우드 기반의 결제 처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블록체인 관련 최첨단 솔루션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매터랩스’에는 3억달러를, 디지털 대출 분야에서는 부동산의 미래 가치 비율에 대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인트 디지털 파이낸스(Point Digital Finance)’에는 1억1500만달러를 투자했다.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분야의 성장세는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실리큰밸리의 한 VC 기업에 근무하는 투자가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이 결합해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를 파괴하는 혁신적인 핀테크 기술이 새로운 성장과 투자 기회를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티핑 포인트 도달 기술이 혁신?

전문가들은 2023년은 기술 분야에서 더욱 냉정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막 떠오르는 기술보다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하고 있는 기술이 전략적으로 유리해 진정한 혁신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지난해 특허 출원이나 투자가 집중된 배터리, 핀테크 분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후 기술은 티핑포인트에 도달한 대표적 분야 중 하나다. 지난 10여년 동안 기술이 지속해서 발전하면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용이 크게 낮아져 화석 연료보다 저렴해졌고, 정부 주도하에 혁신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녹색 수소 기술’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한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응용 분야에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녹색 수소의 잠재력이 조만간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계 학습 알고리즘이 더욱 발전하면서 점점 더 정교해지는 ‘인공지능’도 혁신을 지속할 전망이다. 이미 자율 주행 차량에서 개인화된 의료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응용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IT)과 통신부문 컨설팅 기관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퍼레이션(IDC)’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인공지능 부문에 대한 전 세계 자본 지출은 5000억달러를 초과할 예상이다. 강화 학습, 자연어 처리, 분산 인공지능, 인간과의 상호작용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더욱 정교하고 높은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지현 코트라 실리콘밸리무역관은 “이 같은 기술이 실제로 혁신 기술로 자리매김할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분명한 것은 거대한 기술 흐름을 어떻게 탐색·분석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우리 기업의 미래 가치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상인 글로벌이코노믹 선임기자 baunam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