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부터 우유까지 먹거리 '줄인상'…전기요금 인상도 가시화
물가 상승 주범 '국제유가'도 변수…4분기 인플레이션 우려 제기
물가 상승 주범 '국제유가'도 변수…4분기 인플레이션 우려 제기

"올해는 과일, 채소 가격이 크게 올라서 장보기가 버거웠는데 며칠 뒤면 지하철 요금도 오르지, 전기요금도 오르지, 우윳값까지…요즘 1만원 가치는 저희 아이들 어릴 적 키울 때 1000원 가치보다 못해요."
30대 자녀를 둔 60대 주부 박경자씨의 푸념이다. 추석을 쇠고 나니 줄줄이 오를 물가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부터 먹거리, 교통요금까지 오른다는 인상 소식이 그치질 않고 있다. 실제 이날 오비맥주는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오는 11일부터 평균 6.9% 올린다고 예고했다.
장바구니 필수 품목 중 하나인 우유 가격도 지난 1일부터 가격이 상향 조정됐다. 유업계 1위 서울우유는 흰우유 제품 '나100% 우유(1L)' 출고가를 대형할인점 기준 3% 올렸다. 남양유업은 맛있는 우유GT(900mL) 출고가를 4.6% 인상했으며 빙그레는 오는 6일부터 굿모닝우유(900mL) 가격을 5.9% 높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우유 한 팩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으로 3000원선에 육박하게 됐고, 편의점에서는 3000원을 넘어선 상태다. 우유값으로 그치면 좋겠지만 유제품 사용이 많은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가격까지 오를 것이라는 '밀크플레이션' 우려까지 돌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마트에서 만난 박씨는 "요즘은 1만원 한장으로 살 수 있는게 바나나 한송이, 우유 정도"라며 "물론 오래전 얘기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지만 25년전만 해도 1000원이면 콩나물, 두부, 오징어까지도 살 수 있었는데 요즘 1만원 가치는 이때의 1000원보다도 못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맘카페도 들썩이고 있다. 서울지역 한 맘카페에는 "마트가서 깜짝 놀라고 나왔다. 두부, 우유, 빵 두개, 떡갈비, 과자 두개, 아이스크림 세개, 김밥김, 단무지를 사고 계산하니 5만3000원 나왔다"며 "분명 마트는 다녀왔는데 냉장고는 텅빈 상태 그대로다. 진짜 물가가 미쳤다"고 털어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7일부터는 서울 지하철 요금이 기존 1250원에서 1400원(교통카드 기준)으로 150원 더 비싸진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앞서 8월에는 버스 기본요금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오른 바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보다 무거워질 전망이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도 6일부터 시내버스 요금을 350원 더 받는다.
앞으로 물가도 걱정이다.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정부는 이달 중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한전이 200조원(6월말 기준)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인상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올해 초 '난방비 폭탄' 고지서를 받아든 서민들은 이번 겨울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를 받아드는 사태가 되풀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지난 겨울, 가스비 인상에 난방비를 줄이려고 전기장판, 온풍기로 대체해 겨울을 났는데 이번 4분기 전기요금이 인상된다면, 이마저도 막대한 전기요금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유가다. 국내 유가를 움직이는 국제 유가는 최근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연장을 밝히며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 100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이같은 국제 유가 상승분은 4분기에 본격 반영돼 앞으로 휘발유와 경우 등 각종 유류 가격은 얼마든지 더 오를 여지가 남아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1796.32원으로 18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날 보다 1700.03원으로 약 9개월 만에 1700원 대에 진입했다.
유가는 단순히 유류비의 증가로만 멈추지 않는다. 유가는 석유류 및 공업제품 등 물가 전반의 상승을 부추기는 '주범'이라는 점에서 서민 물가와 직결된다. 그만큼 남은 하반기, 서민들에게 녹록치 않은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속적 유가 상승이 잠시 주춤했던 물가를 다시 고물가로 돌려놓을 가능성까지도 나온다.
이처럼 생활물가 전반에 인상압박이 거세지면서, 서민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박씨는 "겨울철에는 고정적으로 나가는 생활비도 늘어나기 때문에, 생활비를 더 늘려 쓸 수 는 없고 쪼개서 쓰던지 줄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며 "한번 오른 물가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어 앞으로 걱정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