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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산책(37)]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마음의 불씨를 꺼내고 전소시키는 앙상블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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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산책(37)]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마음의 불씨를 꺼내고 전소시키는 앙상블 코미디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이미지 확대보기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
정평있는 연출력과 화면구성으로 5년 만에 「거미집」(2023)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은 점화, 착화, 발화란 자신의 연출 신조를 과감히 구현한다. 1970년대 촬영 현장이 단골 무대로 등장하고 검열 시대의 상징들을 코믹하게 풀어간다.

신성필림의 김 열 감독(송강호)은 신 감독에 대한 열망과 싸구려 치정극만 내는 자신을 비관하다 대본 결말을 바꿔 후반부는 촬영장 곳곳에서 자신을 불사른다. 극 중, 톱스타 강호세(오정세)는 영화 속 감칠맛을 준 캐릭터로 주목받는다.

타이틀 오프닝 곡, 김추자가 부른 ‘나뭇잎이 떨어져서’는 70년대를 주름잡던 노래인데 김 감독이 식당에서 평론가와 마주치고 가던 골목의 배경음악으로 맞물린다. 외로운 뒷모습과 낙엽 소리가 하나의 스타일로 굳어져 영상과 일치되는 매력으로 감정을 증폭시킨다.

텅 빈 스튜디오가 활기를 띠고 배우들이 모여들 때 70년대 인기 그룹 ‘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했었지’가 분위기를 압도한다. 바뀐 극본에 재촬영은 배우들에게 부담인데 강호세(오정세)는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곳곳의 장면과 표정을 한 곡으로 표현할 만하다.
영화 색을 뚜렷이 입히고 긴 세월 대중들의 기억에 자리 잡은 곡의 선택은 필수적이다. 난장판이 된 화재 신의 샹송 ‘노래하는 밀랍 인형’은 자아를 숨긴 밀랍 인형처럼 감독의 자기 대면의 시차를 대변한다. 결말 변경은 감독의 욕망과 맞물려 노래와 절정을 이룬다.

영상은 샹송과 조합되어 시나리오에서 탈출한 과정과 노래를 통한 또 다른 가능성을 암시한다. 몽롱하고 반복된 가사는 향수와 열망을 나타내며 일정 패턴의 감정선을 만들고 김 감독이 불을 응시할 때 밀랍 인형같이 묵시적 이미지와 연결된 톤을 각인시킨다.

신 감독의 내면 소리에서 배경음악에 설정된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신비감과 코믹한 장면이 맞서 이율배반성을 드러내며 오케스트라 음악이 배가되어 복잡하게 어우러지는 마력을 드러낸다. 뭉게구름을 손으로 잡는 사운드는 빠르고 탄력성이 감지된다.

사고 당일의 비밀이 밝혀지는 영상을 휘감는 맷 먼로의 ‘Wednesday’ child‘는 김 감독의 허망 된 꿈이 현실로 느껴지는 고독감과 생생한 사실감을 전한다. 분위기를 순식간에 암울하게 바꿔놓고 정체성 혼돈을 주는 주제곡의 가사는 영상 교체 이상의 가치를 준다.

음악감독 모그는 대중의 입맛에 맞추는 음악적 메시지를 주며 작품 속 인간과의 교감을 통해 묘한 카타르시스를 생성한다. 1970년대 사회상과 음악이 대중성 있게 전달되며 신중현의 전자기타는 대나무 같은 시원한 이미지로 이야기 전개에 무게감을 준다.

영화 속의 검열과 배우들의 긴장감은 전기기타 연주로 절정이나 기교 없이 일관적 스타일을 구사한다.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두려운 광경과 불길한 장면도 평온한 톤 같지만, 리듬 사이의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연주는 집단의 이기심과 그릇된 판단의 허무를 시사한다.

엔딩 크레딧은 장현이 부른 ’나는 너를‘인데 영화 속에서 김 감독이 자신의 열망을 성취하지만, 허탈감만 오는 심정이 노래의 소재와 반복적인 리듬에서 음악감독은 빠른 박자의 리듬과 자극적인 전기기타의 도입부를 거쳐 편안한 사운드 구축에 중심을 둔다.

음악은 극의 초반에 최고조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한 번에 해소하는 김지윤 감독의 전개 스타일에 한층 접근한다. 70년대 통기타 음악이 대중음악의 고전으로 손꼽는 이유는 많지만, 작품을 해석하는 감독의 탁월한 역량과 사운드트랙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소재의 영화 속의 영화 「거미집」은 인간 내면성은 악의 가면은 쓰고 있으나 애절한 사연과 흥미진진한 암시가 조합되어 누아르 적이며 메카닉한 디자인을 설정한다. 상반된 이데올로기 속에 사운드가 충돌하면서 갈등의 파편을 응집력 있게 연결한 영화이다.

정순영 음악평론가 겸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