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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닥친 애플...中 판매 부진에 성장동력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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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닥친 애플...中 판매 부진에 성장동력 멈췄다

시가총액 1위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애플에 ‘혹한기’가 닥쳤다. 사진은 애플스토어 매장 입구에 놓인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시가총액 1위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애플에 ‘혹한기’가 닥쳤다. 사진은 애플스토어 매장 입구에 놓인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
시가총액 1위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애플에 ‘혹한기’가 닥쳤다.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8월 3일 이후 약 3개월간 주가는 11% 하락했고, 시가총액도 4000억 달러(약 542조9200억원)나 증발했다.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격차도 11월 1일 현재 약 3000억 달러로 줄었다. 조만간 MS가 역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은 매년 새로운 아이폰을 출시하는 가을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의 계속된 부진은 분명 이례적인 현상이다.

10월 3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의 말을 인용해 애플의 가장 큰 사업이 전에 없던 장기적인 위협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부진이 애플 스스로의 힘만으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애플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차이나 리스크’다. WSJ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지정학적 갈등이 커지면서 ‘마침내’ 애플이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다”고 표현했다.
시작은 최신작 아이폰15의 중국 판매 부진이 꼽힌다. 출시 직전 중국 당국이 공무원들의 아이폰 및 애플 기기 사용 금지를 명령했다는 소식에 한바탕 홍역을 치른 애플은 아이폰15 시리즈의 가격을 동결하면서 중국 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하지만 9월 22일 아이폰15를 정식으로 출시하고 한 달이 지난 현재, 자체 개발 5G 칩을 탑재한 ‘메이트60 프로’와 소비자들의 ‘애국 소비’에 힘입은 현지 기업 화웨이에 중국 시장 1위 타이틀을 내줬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아이폰15 시리즈의 한 달간 중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도 “화웨이가 9월 중국 시장 점유율을 4%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린 반면, 애플은 같은 기간 아이폰15 시리즈의 출시 판매량이 아이폰14보다 줄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손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지난 10월 17일, 이례적으로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중국을 깜짝 방문했다. 중국이 애플의 주요 생산거점이자 애플 매출의 19%를 차지하는 최중요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지 매장과 공장 등을 방문해 아이폰 판매를 독려하고 ‘금지령’을 내린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아이폰15 살리기’에 나섰다. 또 출시한 지 한 달째인 10월 말에는 일부 아이폰15 모델을 공식 가격보다 약 800~900위안(약 15만~17만원) 할인해 판매하는 등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중국 당국은 애플의 최대 제조 파트너인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 갑작스러운 세무조사 및 토지사용 조사를 단행하며 애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를 두고 아이폰 생산 물량 일부를 인도 등 외부 지역으로 옮긴 애플과 폭스콘을 향해 중국 정부가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이폰15 시리즈가 출시된 지 이제 막 한 달이 조금 지난 것에 불과한 만큼,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미국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번 4분기에 애플의 매출이 주목할 만큼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금융정보 분석기업 팩트셋도 12월 아이폰 매출이 전년 대비 6.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12월 매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조차도 중국 시장에서 애플의 장기적인 전망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아이폰 외에 다른 애플 제품들의 판매 부진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0월 18일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 궈밍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2023년 맥북 출하량은 전년 대비 30% 감소한 약 1700만 대로 전망된다”며 올해 애플 매출의 전반적인 부진을 예고했다.

한편, 현재 미국에서 한창 반독점 소송전을 치르고 있는 구글도 애플의 발목을 잡는 변수다. 미국 정부는 구글이 애플 제품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지정하기 위해 애플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검색 및 광고 대기업에 불공정한 이점을 준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구글은 애플 기기의 검색엔진 기본 지정을 위해 지난 2021년에만 180억 달러(약 24조4300억원)를 애플에 지불했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이 금액은 그해 애플이 보고한 주당 수익의 약 17%에 해당한다”고 추정했다.

만약 구글이 패소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검색 사업을 분할하게 될 경우, 구글이 애플에 지불하는 비용도 크게 줄거나 사라질 수 있어 장기적으로 애플 매출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WSJ는 “이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실제로 통제할 수 없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라고 풀이했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