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가던 은 가격이 돌연 폭락하고 있다. 금을 비롯한 다른 귀금속 가격과 함께 약세로 방향을 틀었다. 뉴욕상품 거래소에 따르면 현물 가격은 9% 가까이 폭락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를 기록했다. 은은 가격 변동이 워낙 심해 뉴욕증시에서 악마의 금속으로 불리기도 한다.
은 가격 폭락세는 금에도 영향을 미쳤다. 금 현물 가격 역시 급락했다. 그동안의 가파른 상승세에 따른 차익실현과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의 마진 증거금 인상이 은값 하락을 불렀다. CME는 29일부터 은과 금을 비롯한 다양한 금속 선물 계약에 필요한 마진 증거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마진 증거금이 높아지면 돈을 빌려 투자하는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비용이 증가하고, 비용 압박 속에 일부 투자자들은 보유 귀금속을 매각해 비중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은 가격은 미국 달러화 약세, 지정학적 불확실성 고조 속에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11월만 해도 온스당 50달러였던 은 현물 가격은 이날 오전 사상 처음으로 8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사상 최고를 찍은 뒤 곧바로 폭락세로 돌변했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국제 금값·은값에 투자 수요가 몰린 영향도 크다. 올해 들어 금값은 약 70%, 은값은 150% 이상 급등했다. 두 금속 모두 1979년 이후 최고의 연간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판매된 골드바는 6779억원어치에 달한다. 이는 통계가 존재하는 2020년 이후 가장 많을 뿐 아니라, 2024년 연간 판매액(1654억원)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NH농협을 제외한 4대 은행에서 팔린 골드바는 모두 3745㎏으로, 1년 사이 2.7배로 뛴 최대 기록이다.
골드바뿐 아니라 은값도 급등하면서 실버바까지 품귀 현상을 겪었다. 실버바를 취급하지 않는 하나은행을 뺀 나머지 4대 은행의 올해 실버바 판매 금액(306억원)도 은행권 시계열 상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7억9천만원)의 38배에 이르는 수치다. 금을 예금처럼 저축해두는 골드뱅킹(금통장) 실적도 올해 기록을 새로 썼다. 신한은행 ‘골드리슈’ 상품의 경우 24일 기준 총 18만7859개 계좌에 금 가치와 연동된 1조2979억원의 잔액이 예치된 상태로, 계좌 수와 잔액 모두 2003년 이 상품을 내놓은 이래 가장 많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잔액은 2.4배로 불어났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