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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中·日 기업, 아시아 데이터센터 시장 쟁탈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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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기업, 아시아 데이터센터 시장 쟁탈전 본격화

베이징 하오양, 태국에 22억 달러 규모 투자...NTT, 인도에 15억 달러 확장
AI·클라우드 수요 급증에 아시아 디지털 인프라 주도권 경쟁 치열
일본 도쿄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 NTT(Nippon Telegraph and Telephone Corporation)의 로고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도쿄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 NTT(Nippon Telegraph and Telephone Corporation)의 로고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과 일본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아시아 신흥시장의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본격 뛰어들면서 아시아 디지털 인프라 시장의 판도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 등 지역 언론들이 보도했다.

중국 부동산 기업 베이징 하오양이 태국에 22억 달러(약 727억 밧) 규모의 300MW급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로 했다. 태국 투자청(BOI)은 17일 이 프로젝트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태국 내 최대 규모이자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데이터센터로, 급성장하는 동남아 디지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일본의 NTT(일본텔레그래프앤전화)도 인도 시장에 향후 3년간 15억 달러를 투자해 데이터센터 용량을 두 배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NTT는 현재 주로 뭄바이를 중심으로 4개 도시에 21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며, 2027 회계연도까지 데이터센터 수를 30개로 늘리고 전력 용량을 290MW에서 700MW로 확대할 계획이다.

두 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아시아 지역에서 급증하는 디지털 인프라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과 일본 기업들이 각각 동남아시아와 인도라는 핵심 시장을 공략하며 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베이징 하오양은 최근 몇 년간 데이터센터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왔으며, 현재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를 포함한 대만구(Greater Bay Area)에 총 360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이번 태국 투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과 함께 태국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크룽타이 컴퍼스의 증권 분석가 퐁프라파 나파프루찻은 "투자 규모 측면에서 틱톡의 투자가 여전히 가장 크지만, 베이징 하오양의 이번 투자는 메가와트 규모로 볼 때 가장 큰 단일 투자"라며, "특히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AWS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약속한 투자 규모가 290MW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NTT의 인도 투자도 주목할 만하다. NTT는 미국 기업인 이퀴닉스와 디지털 리얼티 트러스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코로케이션 데이터센터 제공업체로, 특히 인도 시장에서는 2022년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NTT는 또한 혁신적인 광 기반 시스템인 IOWN 기술을 배치하고, 오는 6월까지 뭄바이와 첸나이의 데이터센터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연결하는 MI스트 해저 케이블 네트워크에 연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 내 고속, 고용량 통신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아시아 지역 데이터센터 시장은 AI 기술 발전과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인도의 데이터센터 시장 매출은 2024년 대비 약 40% 증가한 118억 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시아 시장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틱톡은 지난 1월 태국 3개 주에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을 위해 37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구글은 지난해 태국 데이터센터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말레이시아에 17억 달러, 태국에 비공개 금액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태국 투자청과 함께 베이징 하오양의 프로젝트를 승인한 싱가포르의 엠피리온 디지털의 12MW 데이터센터와 태국 걸프 에너지와 어드밴스드 인포메이션 서비스의 합작사인 GSA 데이터센터,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의 35MW 데이터센터 건설도 주목할 만하다.

나릿 테르드스테아라숙디 태국 투자청 사무총장은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디지털 인프라가 외국인 투자자와 현지 기업가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디지털 경제 시대에 태국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NTT는 국내 무선 사업이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사업을 글로벌 성장의 유망 분야로 주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담당하는 NTT의 글로벌 솔루션 비즈니스 부문 영업 수익은 2024년 3월 마감 회계연도에 전년 대비 7% 증가한 4조 3,600억 엔(약 293억 달러)을 기록했으며, 이는 NTT 전체 영업 수익의 약 30%를 차지한다.

중국과 일본 기업들의 아시아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은 미국 기업들의 지배력에 도전하는 의미도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동남아시아에서의 디지털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쟁 구도 속에서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유치하며 디지털 경제 기반을 강화할 기회를 얻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싱가포르에 집중된 데이터센터 시장의 분산화 추세에 따라 새로운 디지털 허브로 도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