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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美 필리 조선소 인수 발판… 해군 MRO 시장 공략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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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美 필리 조선소 인수 발판… 해군 MRO 시장 공략 본격화

미 해군 함정 정비 첫 수주… 추가 물량 확보 목표
2030년까지 해외 군함 부문 매출 4조 원 달성 추진
정승균 한화오션 해외사업단장(부사장)이 2025년 5월 2일 서울에서 로이터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정승균 한화오션 해외사업단장(부사장)이 2025년 5월 2일 서울에서 로이터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한화오션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이하 필리 조선소) 인수를 계기로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해외 군함 부문 매출을 약 4조 원(약 29억1000만 달러)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한화오션은 올해 3월 말 기준 314억3000만 달러의 수주잔고를 보유한 주요 조선사 중 하나다. 지난해 미국 시장 내 입지 강화를 위해 필리 조선소를 인수했다. 이러한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조선업 강화 발언 및 한·미 무역 협상 과정에서 양국 조선 분야 협력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이루어져 주목된다.

◇ 미 해군 MRO 첫 수주...'수익보다 경험 확보'


한화오션 함정 사업 부문은 한국 해군에 다수의 잠수함과 수상함을 건조·납품한 경험을 토대로, 최근 미 해군 함정 2척에 대한 MRO 계약을 따내며 미국 시장 진출의 첫발을 뗐다.

정승균 한화오션 해외사업단장(부사장)은 최근 존 필런 미 해군성 장관의 한화오션 방문 이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 해군 MRO 계약을 수주한 조선소 중에서는 (한화오션이) 세계 최대 규모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수익성이 높은 사업은 아니지만, 미 해군과 협력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은 향후 신조 함정 수주에 도움이 될 귀중한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오션은 2030년까지 두 자릿수 규모의 미 해군 MRO 물량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며 미국 조선 역량 복원 의지를 밝혔다. 중국 등이 조선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다만, 미국 시장 진출에는 제약 요인도 존재한다. 미 국방수권법(NDAA)의 '번스-톨렙슨 수정안(Burns-Tollefson Amendment)'은 외국 기업의 미 해군 함정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정승균 부사장은 현재 미국 조선업계 상황에 대해 "경쟁이 활발하지 않아 시설이 노후화됐고 기술 인력도 부족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 美 조선소 현대화·韓 생산 방식 이식으로 돌파구 마련


이에 한화오션은 필리 조선소의 미 해군 함정 건조 자격 획득을 추진하는 동시에, 시설 현대화, 인력 양성, 한국의 효율적인 생산 공정 이식에 주력할 방침이다. 정 부사장은 "한화오션의 생산 공정을 도입하면 기존 미국 조선소 대비 3분의 2 혹은 그 이하의 시간으로 선박 건조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생산 역량 강화에도 투자한다. 한화오션은 현재 잠수함 2척과 수상함 2척을 동시 건조할 수 있는 국내 시설 능력을 2029년까지 잠수함 5척, 수상함 3척 동시 건조가 가능한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의 해외 시장 공략 강화는 국내 저출산 및 병역 자원 감소 추세에 따른 내수 시장 위축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1987년 이후 한국 해군에 잠수함 17척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최근 해외 수주 경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이다.

현재 한화오션은 폴란드·캐나다 잠수함 사업, 태국 호위함 사업 수주전에 참여 중이며, 중동, 남미, 북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신규 시장 개척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2030년까지 해외 군함 부문 매출을 4조 원대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는 2024년 예상 관련 매출(1조500억 원)의 약 4배에 달하는 목표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