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비용·기술 난제 속 '미래 방패' 구상...맨해튼·아폴로급 비유
록히드마틴·스페이스X 등 거물급 총출동...방산업계 '골든 돔' 수주 경쟁 치열
록히드마틴·스페이스X 등 거물급 총출동...방산업계 '골든 돔' 수주 경쟁 치열

◇ 아이언 돔 넘어 우주까지...엄청난 비용 예상
지난 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골든 돔 계획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을 본떴지만, 그 범위를 미 대륙 양쪽 바다에서 우주 공간까지 넓히려 한다. 핵심 기술로는 우주 공간의 레이저 무기, '신의 지팡이(rods from God)'라 부르는 운동 에너지 무기, 대규모 위성 배치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펜타곤은 아직 골든 돔의 구체적인 모습이나 예상 비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공화당 의원들은 올해 예산에서 250억 달러(약 35조 625억 원) 배정을 제안했고, 백악관 역시 다음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반영할 뜻을 내비쳤다.
국방 관리들은 우주 기반 시스템 구축을 포함한 골든 돔 배치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고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일부 현직 및 전직 펜타곤 관료들은 이 사업을 과거 맨해튼 프로젝트나 아폴로 계획에 견줄 만큼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 속도 내는 펜타곤...업계 경쟁 뜨거워져
군 당국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관련 기관 한 곳은 내년 말까지 첫 시연 또는 기술 인도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뒤, 2월에는 앨라배마주 헌츠빌에서 13개 펜타곤 부서와 180개 넘는 기업 대표들이 모여 비공개 논의를 했다. 현재 펜타곤은 업계 능력을 알아보고 기존 관련 프로그램의 진행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 우주군의 B. 챈스 솔츠먼 작전 책임자(대장)는 지난 4월 업계 토론회에서 "꽤 빠른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완벽한 해결책을 만드는 데 12~17년이 필요하다는 말도 좋지만, 당장 2~4년 안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큰 계획이 뚜렷해지자 방산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L3해리스 테크놀로지스, 록히드 마틴 같은 전통 강자부터 위성 스타트업 에이펙스까지 사업 참여 기회를 엿보고 있다. 록히드 마틴의 제임스 타이클렛 최고경영자(CEO)는 4월 투자자 설명회에서 "출발 신호가 울리면 즉시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한 차례의 골든 돔 정보 요청에 100가지 넘는 기술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로켓 회사 ULA의 토리 브루노 CEO 역시 "여러 번 요격 기회를 갖는 여러 겹 방어가 필요하다"면서 자기 회사의 신형 로켓으로 무거운 장비를 우주로 실어 나르는 능력을 내세웠다.
WSJ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안두릴 인더스트리즈는 팀을 이뤄 함께 사업 참여를 제안했고, 정부 관리들이 이를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 배경엔 中·北 위협...실현 가능성은 아직 몰라
미국이 이처럼 강력한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과 북한의 꾸준한 핵·미사일 능력 향상이 있다. 중국은 2021년 음속의 20배 넘는 속도로 나는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에 성공해 미국을 긴장시켰다.
미국은 이미 지상 이동식 사드(THAAD) 시스템, 해군 이지스함, 조기경보 위성 등 여러 겹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운용한다. 골든 돔은 이를 통합하고, 발사 직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우주 기반 요격체'를 추가하는 구상이다. 그러나 레이저를 포함한 우주 기반 요격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며, 미 본토 전역을 방어하려면 천문학적 비용과 함께 막대한 수의 위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레이건 행정부 시절 추진했던 '전략방위구상(SDI)', 이른바 '별들의 전쟁 계획'도 기술 한계와 돈 문제로 무산된 적이 있다.
보수 성향 연구소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토드 해리슨 선임 연구원은 "빨리 결과를 얻으려면 이미 개발된 기술을 사야 하므로, 짧은 기간에는 기존 요격 미사일 등을 생산하는 전통 방산업체들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군 당국은 주요 계약을 내기 전에 프로그램을 총괄할 책임자를 먼저 임명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공군에서 우주 프로그램을 맡았던 로저 티그(現 엘라라 노바 고문)는 "분명한 조직 구조와 보고 체계, 그리고 범정부적 접근이 골든 돔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