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구조물 붕괴 이어 올봄 대규모 산사태…프로젝트 관리·안전성 논란
엘살바도르 최대 공공사업에 현지 업체 투입 복구 총력…한국 정부도 지원
엘살바도르 최대 공공사업에 현지 업체 투입 복구 총력…한국 정부도 지원

로스 초로스(Los Chorros) 구간에서 발생한 사면 활동으로 도로 통행이 한때 전면 차단돼 큰 불편을 겪었고, 현지 업체들이 긴급 투입돼 복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엘살바도르닷컴, 라 프렌사 그라피카 등 현지 언론들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공사 과정에서 두 차례 중대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24년 12월 로스초로스 프란시스코 모라산 고가교 건설 현장에서 철골 구조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현지 검찰과 경찰은 구조적 결함, 관리 소홀 따위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고, 사고 직후 엘살바도르 공공사업교통부(MOPT)는 해당 구간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현장 조사를 했다.
또한 지난 4월 26일 교량 건설 현장 근처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공사 과정에서 흙을 많이 제거하다 산사태가 난 것으로 추정되며, 산사태 위험성은 우기 시작 전부터 근처 주민들이 SNS 따위로 꾸준히 제기해온 문제였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로써 산살바도르와 서부 지역을 잇는 주요 고속도로가 주말 동안 전면 통제됐으나, 긴급 안전조치 후 정상화됐다.
지난달 29일 새벽 비탈면(ladera)에서 또다시 산사태가 발생해 로스 초로스 구간은 일주일간 통행이 전면 차단됐다. 통제된 구간은 지난 11일 일요일 밤 11시가 지나서야 재개통됐다.
◇ 엘살바도르 MOP, 사면 복구 작업 상세 공개
엘살바도르 공공사업부(MOP)는 로스 초로스 구간 사면 안정화 작업을 진행 중이고, 추가 산사태 방지를 위해 사면을 안정화하는 것이 목표임을 강조했다. MOP는 지난 12일 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사면 작업 진행 상황을 담은 이미지와 영상을 공개했다.
MOP가 공개한 이미지에는 사면 상단까지 중장비가 투입된 모습과 함께 "로스 초로스 구간 사면 중 한 곳에서 50도 기울기 절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에는 길이 20~35m의 앵커(anclaje) 작업 구역을 시작할 것"이라는 설명이 담겼다. MOP는 다른 게시물에서 "판아메리카나 고속도로 로스 초로스 구간에서는 여러 전면에서 동시에 작업하고 있다"면서 "이 중 하나는 약 50도의 기울기를 만들 목표로 사면 절개를 위한 성토 작업(obras de terracería)으로 구성되며, 이후 앵커 및 배수(drenajes) 구역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로메오 로드리게스(Romeo Rodríguez) 공공사업부(MOP) 장관은 지난 11일 오후 사면 안정화 작업에 참여하는 업체 대표들과 기자 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로스 초로스 지역 상황 해결을 위해 MOP가 의뢰한 현지 업체 가운데 하나인 헤오심텍(GEOCIMTEC) 후안 카를로스 케린크스(Juan Carlos Kerrinckx) 전무이사는 작업 현황을 설명했다. 케린크스 전무이사는 "기본적으로 1단계에서는 산 무게를 줄여 위험을 완전히 줄이는 데 주력했다"면서 "위험 수준을 낮추고자 상당한 성토 작업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MOP는 12일 또 다른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로스 초로스 지역 벽(muros) 작업 상황도 공유했다. MOP는 "쏘일 네일링 기법(토양 보강 기술로, 특히 굴착이나 사면에서 강철 볼트를 사용하여 옹벽을 만듦)을 활용한 앵커 보강 벽 작업을 로스 초로스 구간 사면 중 한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 작업은 지반을 안정화하고자 하는 많은 작업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MOP는 10일 기자 회견에서도 작업 진행 상황을 상세히 밝혔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최근 며칠간 폐쇄됐던 로스 초로스 구간 작업 상황을 설명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공공사업부가 대규모 성토 작업을 벌여 산의 하중을 줄이고자 약 3만5000㎥ 의 흙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도로 구간 사면 중 한 곳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면서 "산 무게를 덜어내고자 약 3만5000㎥의 흙을 파냈고, 사면을 50도 경사로 눕히고자 일련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또한 20m에서 최대 35m 깊이의 천공(perforaciones)과 앵커, 물의 유출을 완화하고자 투수성이 높은 토양 부분에는 수평 배수(subdrenajes horizontales)가 사용될 예정이며, 이 프로젝트에는 수로(canaletas)와 사면의 다른 배수 시설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당국은 도로 보호 구역에서 제거해야 할 토양 부분에 컨테이너를 설치한 지역 근처에 추가 차선으로 고속도로 구간을 더 확장했다고 밝혔다. 여러 업체와 지반 공학) 전문가들이 이 공사에 참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이미 1억 5860만 달러(약 2241억 6524만 원)가 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산의 지형에 따라 로스 초로스의 모든 공사를 진행하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어 "프로젝트는 진행 중이고, 현재 작업하고 있다. 이는 상당히 큰 규모의 공사이며, 앞으로 계속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사업부는 작업 완료 후 컨테이너를 철거할 예정이고, 현재는 사람들의 안전을 보존하고자 도로 구간 중 한 곳을 컨테이너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작업을 마칠 때까지 전체적으로 철수(보호) 구역을 마련해 두었다"면서 "최종 안전은 프로젝트가 완료될 때 확보될 예정이다. 작업은 고속도로 전반에 걸쳐 계속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MOP는 현재 라스 델리시아스(Las Delicias)부터 엑스바스쿨라(Exbáscula)로 알려진 지역까지 구간을 폐쇄하고 있고, 이곳에서 7개의 사면에 대한 안정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연이은 사고에 관리 능력 도마 위…외교적 지원 병행
연이은 중대 사고로 현지 언론과 당국은 프로젝트 관리 능력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제기하고 있고, 한국의 건설업체는 현지 감리사와 함께 사업을 하고 있다. 2023년 12월 사고 이후 엘살바도르 정부는 감독 강화를 위해 스페인 회사까지 고용했다.
사고 이후 한국 정부 특사단이 현장을 찾아 공사 현황을 점검하는 등 외교 지원도 이어졌다. 엘살바도르 정부 역시 도로 인프라 개선을 통해 수출경쟁력 강화와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해당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 중남미 최대 수주 사례…안전 관리 역량 강화 과제
로스초로스 프로젝트는 중남미 지역에서 한국 건설사의 최대 규모 수주 사례로, 앞으로 태평양철도, 항만 현대화 따위 추가 수주에도 중요한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잇따른 중대 사고로 안전·품질 관리, 현지 사회와 소통, 리스크 관리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로스 초로스 구간 폐쇄 후 엘살바도르 정부는 7일부터 11일까지 무료 대중교통을 발표했으며, 산살바도르 주요 도로에 극심한 교통 혼잡을 야기했다. 또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조치를 따르지 않은 사업가들을 체포하도록 국립경찰(PNC)에 명령했고, 현재까지 14명의 사업가가 의무 불이행, 횡령, 갈취, 원조 거부 혐의로 체포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