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은 역할이 담긴 디지털자산 혁신법 추진
미국, 연준이 감독·검사·제재 가능
유럽연합, 발행인가 거부권 보유… 감독협의체 참여
미국, 연준이 감독·검사·제재 가능
유럽연합, 발행인가 거부권 보유… 감독협의체 참여

국회에서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면서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한국은행과 정부여당과의 미묘한 신경전이 치열하다. 한은은 중앙은행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감독 등 역할을 요구하고,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부터 발행이 시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감독과 제재 권한을 갖고, 유럽중앙은행(ECB)은 발행권자 인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국내 발의되는 법을 보면 한은은 금융당국에 검사 요구, 의견 표명 등 간접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쉽게 거래가 가능해 감독을 피한 원화유출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최근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에 이어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디지털 자산 시장의 혁신과 성장에 관한 법률(디지털 자산 혁신법, 가칭)’을 이르면 내달 발의할 예정이다. 최근 초안을 공개한 디지털 자산 혁신법에는 한국은행의 일부 역할이 부여됐다.
디지털 자산 혁신법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디지털 자산 발행자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요구 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한다. 긴급 시에는 금융위원회에 의견을 표명할 수 있으며, 금융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한은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디지털 자산 혁신법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의 역할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기준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수준이다.
미국 상원에서 통과한 지니어스 법안에 따르면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미합중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감독과 제재의 권한을 가진다. 지니어스법의 제7조 ‘State Qualified Payment Stablecoin Issuers’의 (b)항에 따르면 해당 주 규제기관은 Fed와 양자합의를 통해 연준이 주 정부 인가 발행자에 대한 감독·검사·제재를 수행하도록 위임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긴급상황 시에는 연준의 권한은 더욱 강화된다. 연준은 긴급상황 시 단독으로 판단해 제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제한 명령에는 △배당금 지급제한 △발행자와 지주회사 그리고 자회사 간의 거래 제한 △발행자의 활동 중 지주회사 또는 그 계열사의 부채가 발행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행위의 제한이 있다.
유럽연합은 2024년부터 디지털 자산 규제 법안인 미카(MiCA)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미카법안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권자에 대한 인가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미카법안의 21조 4항에 따르면 ECB가 지급결제 시스템의 원활한 운영, 통화정책의 전달, 또는 통화 주권에 대하여 제기되는 위험을 근거로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하면 인가를 거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에 문제를 줄 때 해당 자산 발행자의 인가는 취소될 수 있다. 미카 법안의 24조인 인가의 취소 항목에 따르면 ECB가 해당 디지털 자산이 지급결제 시스템의 원활한 운영, 통화정책의 전달 또는 통화 주권에 심각한 위협(serious threat)을 제기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히는 경우 발행자에 대한 인가가 취소된다. 만약 심각한 위협이 아닌 위협(threat)이라면 발행될 수량을 제한하거나 해당 자산에 관한 최소 액면 금액을 부과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ECB는 감독협의체의 구성원 중 하나이다.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단계부터 한은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경철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은 지난달 한국은행에서 열린 행사에서 “스테이블코인 인가 단계에서 중앙은행에 실질적인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며 감독을 피한 원화유출 가능성을 우려했다.
구성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oo9ko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