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 지수 연초 15% 뛸 때 주택주 5% '뚝'…격차 17년 만에 최대
청년 주택보유율 사상 최저 수준…'자산 양극화' 시장 위협 경고
청년 주택보유율 사상 최저 수준…'자산 양극화' 시장 위협 경고

미국 주식 시장의 증권주 지수를 주택주 지수로 나눈 핵심 비율이 최근 급등해 2007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에 이르렀다. 집 사기를 포기한 젊은 층이 주식과 가상화폐를 미래 저축 수단으로 삼는 현상이 지표로 확인된 셈이다. 벌어지는 자산 격차는 시장의 새로운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7대 빅테크를 '매그니피센트 7'로 이름 붙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하트넷 스트래티지스트는 6월 보고서에서 이러한 현상을 짚었다. 그는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손이 닿지 않는 주택을 피해 주식이나 암호화폐로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표는 이런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 등이 포함된 'NYSE Arca 증권 브로커/딜러 지수'를 주택 건설 관련주로 꾸려진 'SPDR S&P 홈빌더스 ETF(XHB)'로 나눈 비율은 지난 6월 10배를 넘어섰다. 불과 석 달 전인 2024년 3월 5.4배에서 두 배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주식·가상화폐 관련주가 담긴 증권주 지수가 연초에 견줘 15.1% 급등하는 동안, 주택주 ETF(XHB)는 5.2% 하락하며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이 비율이 10배를 돌파한 것은 리먼 쇼크 직전인 2007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지난 15년간 통상 3~8배 사이에서 움직였다.
◇ 엇갈린 자산시장…코인엔 '훈풍', 주택엔 '냉풍'
증권주 강세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부유층 감세 같은 정책 기대감이 자리한다. 주가 상승이 부유층의 자산 가치를 높여 소비를 촉진하는 '자산 효과'가 경제와 증시의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가상화폐 투자자가 급증하며 증시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가상화폐 거래의 대표 주자인 로빈후드 주가는 지난 2일 한때 100달러를 돌파하며 상장 이래 최고가를 경신했고, 시가총액은 2021년 상장 당시보다 2.7배 불어났다.
반면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저소득층은 오래 이어진 고물가와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부담에 주택 구매를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의 6월 '현재 판매 상황' 지수는 1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실제로 2025년 1분기 기준 35세 미만 청년층의 주택 보유율은 36%로,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젊은 층의 처지는 더욱 심각하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25~34세 성인 중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은 남성 19%, 여성 13%로 2007년(남성 14%, 여성 9%)에 견줘 크게 늘었다. 미즈호 리서치 & 테크놀로지스의 스가이 이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주택 가격 탓에 집을 사기 어려운 처지가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이런 배경에서 Z세대 상당수는 가족과 공동 구매나 임대료 분담 같은 새로운 방식으로 내 집 마련을 찾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고위험 자산인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로 자산 증식을 꾀하는 양면성을 보인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조치를 끝내면서 젊은 층의 부담은 더 커졌다. 뉴욕 연방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학자금 대출의 90일 이상 심각한 연체율은 8%로, 코로나19 유행 초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 "격차 확대, 시장 질서 흔들 새로운 위험"
금융 전문가들은 심화하는 자산 격차가 시장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UBS SuMi TRUST 웰스 매니지먼트의 아오키 다이키 일본 지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격차 확대는 포퓰리즘 같은 극단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기 쉬워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기존에는 없었던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주요 주가 지수는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지만, 그 이면에 도사린 심각한 자산 격차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위태로운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