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연내 출시 목표...성능과 착용감 개선해 시장 입지 강화 목표

애플은 지난해 2월 ‘비전 프로’를 처음 출시할 당시 ‘차세대 컴퓨팅 시대의 서막’이라며 야심 차게 선보였지만, 무겁고 불편한 하드웨어와 고가 정책으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애플은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비전 프로’의 성능과 착용감을 개선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더 빠른 프로세서와 인공지능(AI) 구동 성능이 강화된 부품을 포함해 장시간 착용을 용이하게 해줄 새로운 스트랩이 이번 업그레이드에 적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비전 프로의 이번 첫 업그레이드에는 현재 아이패드 프로, 맥북 프로 및 아이맥 등 다양한 기기에 탑재되고 있는 M4 칩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는 현재 비전 프로에 들어간 M2 칩 대비 성능이 개선된 것이다. M2는 3년 전 맥북 에어에 처음 탑재된 칩으로, 최신 기기인 비전 프로에 사용되기에는 다소 구형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애플은 또한 차세대 비전 프로 헤드셋에 AI 처리 성능 강화를 위한 신형 뉴럴 엔진을 탑재하는 방안도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애플은 16코어 구조의 뉴럴 엔진을 사용하는 현재 모델보다 더 많은 코어를 갖춘 업그레이드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 뉴럴 엔진은 실시간 영상 처리와 복합 가상현실 애플리케이션 구동에 핵심 역할을 하는 AI 연산 장치로, 고성능이 필수적인 영역이다.
이와 함께 애플은 목과 머리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이는 새로운 스트랩 디자인도 개발 중이다. 1세대 비전 프로는 약 635그램에 달하는 무게로 인해 착용자들이 겪는 피로와 불편함이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로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업그레이드에서는 무게 자체를 줄이지 않고도 착용감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다만 비전 프로의 이 같은 개선 작업에도 불구하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흥행을 끌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이번 2세대 모델은 2년 뒤 출시 예정인 경량·저가형 모델 N100이 준비될 때까지 애플이 헤드셋 시장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비전 프로는 현실 세계를 촬영해 보여주는 패스스루(pass-through) 카메라 방식으로 증강현실(AR)을 구현하고 있다. 사용자는 주변 환경을 보면서 동시에 몰입감 있는 가상현실(VR)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그렇지만 메타가 훨씬 저렴한 경쟁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혼합현실(MR) 방식이 장기적으로 애플에 유리한 전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메타는 현재 AR 기능 없이도 음성비서 기반으로 영상 촬영, 전화, 정보 요청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스마트 안경으로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도 내년 말 출시를 목표로 이와 유사한 스마트 안경형 디바이스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애플이 2030년 이전까지 진정한 증강현실(AR) 안경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경쟁사들은 이미 발 빠르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메타는 레이밴(Ray-Ban) 브랜드 스마트 안경을 시장에 내놓은 데 이어, 최근에는 오클리(Oakley) 브랜드로 운동 특화 모델도 선보였다. 메타는 또한 내년 말 디스플레이 탑재 스마트 안경을 처음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올해 안에 코드명 ‘무한(Moohan)’으로 불리는 헤드셋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제품은 애플 비전 프로와 작동 방식이 유사하지만, 더 가볍고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