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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해법 알고도 집값 안 잡은 정부…악순환 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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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해법 알고도 집값 안 잡은 정부…악순환 끊으려면

정성화 금융부 차장.이미지 확대보기
정성화 금융부 차장.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6억 원 이내로 제한한 6·27 대책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이 초토화됐다.

6·27 부동산 대책 발표 후 2주간 최고가 거래량이 대책 발표 전 대비 74% 줄었고, 최고가 거래 비중도 22.9%로 직전 2주보다 축소됐다.

새 정부의 이번 대책은 과도한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함에 따라 왜곡돼온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아파트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6억 원 넘게는 금융기관에서 빌릴 수 없게 되면서 그간 집값 상승 기대감에 과도한 빚을 내 집을 사고, 가계부채로 집값을 띄우고, 국민들은 정작 빚 갚느라 쓸 돈이 없는 꼬인 실타래를 풀어 나갈 수 있는 새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다. 이번 초강력 대책을 밀어붙일 수 있던 원동력은 정권의 힘이 가장 강한 정권 초기인 데다 180석에 가까운 거대 집권 여당의 힘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부동산 정책은 국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예민한 사안이다. 이번 대책이 시장에서 점차 효과가 나고 있지만 여전히 '사다리 끊기'라는 반발도 크다. 실수요자의 볼멘소리도 여전하다.

과거 정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공급을 끊으면 시장이 안정될 수밖에 없다는 정답을 알고도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이유다.

이재명 정부도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정권 후반부로 갈수록 강력한 수요억제책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규제 완화 목소리가 나오면 지지율 관리를 위해 이를 뿌리치기가 어려울 수 있다. 5년 뒤 새 정부가 이재명 정부의 대출 규제를 전면 백지화할 수도 있다.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6·27 부동산 대책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온다. 주담대 6억 원 한도의 존속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고 있는 것이다. 대출 규제가 풀리고 집값이 오른다면 정부를 믿은 이들만 바보 소리를 듣게 될 것이 뻔하다.

이에 새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과정에서 거시건전성 규제 결정권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넘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는 중앙은행이 금융안정 정책을 맡으면 포퓰리즘에 정책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해임하겠다고 엄포를 놓아도 꿈쩍하지 않는 연준이 좋은 예이다.

다만 새 정부가 금융위원회의 발전적 해체를 논의 중인 가운데 한은이 금융위의 권한을 넘겨 받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기관 이기주의로 비춰지기도 한다. 또 정부로부터 독립된 한은이 6·27 대책 같은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놓을 수 있겠냐는 회의론도 있다.

의도야 어찌 됐든 이번 기회에 가계부채 정책이 영속성과 안정성을 갖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해볼 때다. 가계 빚으로 쌓아 올린 아파트 공화국에서 느낄 청년들의 좌절감은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화 문제를 심화시키고, 국가 미래를 어둡게 하기 때문이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