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5% 보편관세·의약품 200% 급등...아이폰·오렌지주스·자동차 일제히 올라

예일 예산연구소는 이번 관세 정책 때문에 8월 1일 이후 새로운 관세까지 포함해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가정이 연간 평균 2700달러(약 370만 원)을 더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 대비 더 많은 비중을 지출하게 되는 '역진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같은 연구소 어니 테데스키 경제학 책임자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 보편관세 15% 인상으로 연간 4350억 달러 부담 늘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초 시행했던 상호관세 대부분을 중단했으나, 사실상 모든 수입품에 매기는 10% 보편관세는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주간 이 최소 관세율을 두 배까지 올릴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CNN이 보도했다.
원포인트 BFG 웰스 파트너스의 피터 부크바르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 23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새로운 기준 관세율이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가 아닌 15%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연간 수입규모 3조 3000억 달러(약 4533조 2100억 원)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의 관세 면제 품목 4000억 달러(약 549조 4800억 원)을 빼면, 해마다 약 2조 9000억 달러 어치 상품이 15% 세율로 과세된다는 뜻이라고 부크바르는 분석했다. 이는 미국 소비자와 기업이 내는 세금이 4350억 달러(약 597조 5500억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예일 예산연구소 경제학자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관세 때문에 미국 실효관세율이 약 2%에서 18%로 올라 193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평균 미국 가정의 경우 연간 2400달러(약 330만 원)을 더 부담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들은 상당한 관세율에 직면하게 된다. 캐나다 수입품에는 35%, 유럽연합에는 30%의 관세가 매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AI 정상회담에서 군중들에게 국가들이 "15%에서 50% 사이의 직접적이고 단순한 관세"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의약품 200% 관세로 약값 오르고 공급 부족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일부터 미국 이외 지역에서 만든 의약품에 대해 주요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고 CNN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의약품에 대해 "매우 빨리" 200%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제약회사들이 미국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울 시간을 주기 위해 한동안 완전히 발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 옹호자들과 의약품 공급망 전문가들은 관세가 약값 오름으로 이어지고 의약품 부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국내 의약품 생산을 늘리는 것은 실행에 몇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과 일부 지지자들은 미국이 의약품 공급을 다른 나라에 의존할 필요가 없도록 더 많은 국내 의약품 제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제약회사가 미국 기반 제조 계획 확장을 발표했지만, 이러한 공장들은 미국으로의 외국 수출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 브라질 감귤산업 '붕괴 직전'...오렌지주스 값 급등 불가피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 제품에 대해 50%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하면서 브라질 감귤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2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브라질 농부들이 값 급락으로 오렌지를 수확하지 않고 썩게 내버려두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나스제라이스주 포르모소의 재배업자 파브리시오 비달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수확하는 데 돈을 쓰지 않고 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관세 때문에 그의 과일이 브라질 오렌지주스 수출의 42%를 사는 미국으로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지난 6월로 끝나는 시즌 기준 약 13억 1000만 달러(약 1조 7900억 원) 무역 규모다.
상파울루대학의 세페아 지수에 따르면 이번 달 브라질의 오렌지 값은 상자당 44헤알(8달러, 약 1만 원)으로 1년 전의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오렌지주스 수출업체 로비단체인 CitrusBR의 이비아파바 네토 대표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관세가 시행되는 날이 다가옴에 따라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오렌지주스 생산량은 2024/25년 수확에서 반세기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수입량이 오는 9월까지 미국 공급량의 9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인들이 마시는 오렌지주스의 약 60%가 브라질에서 생산되고 있어 관세를 매길 때 값 급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브라질에 특히 높은 50% 관세를 매기는 것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중단하도록 브라질 정부에 압력을 가하려는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 신학기 쇼핑부터 자동차까지 생활비 전방위 오름
예일 예산연구소의 테데스키 책임자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개학 경험은 특히 관세에 노출될 것"이라며 학부모와 학생들이 원하는 상품 중 상당수가 중국과 같이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에 직면한 국가에서 수입된다고 지적했다.
컴퓨터와 전자제품 등 학교 쇼핑 목록에 있는 고가 품목의 값은 단기적으로 20.5%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테데스키 책임자가 밝혔다. 가죽제품은 무려 40% 늘어날 수 있으며, 의류 비용도 단기적으로 36%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음식값도 예외가 아니다. 예일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일반 식품값은 단기적으로 약 3.7% 오르고 신선 농산물값은 6.7% 급등할 수 있다. 테데스키 책임자는 "거의 2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벌어졌던 것보다 더 많은 인플레이션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값도 약 13.1% 오를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평균 대비 6300달러(약 865만 원) 오른 수치다. 자동차 부품도 17.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테데스키 책임자는 "국내 함량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테슬라인데, 이는 80%가 국내산이라는 뜻으로 자동차의 5분의 1이 외국산이고 외국 부품에도 관세가 매겨진다"며 "사람들은 국내에서 사면 관세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시장 충격 우려에 관세 연기 가능성도
트럼프가 지난 4월 2일 상호관세를 시행한 이후 시장은 폭락했다. 4월 9일까지 시장은 약세장 영역에서 여러 차례 맴돌았고, 불과 몇 주 전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거의 20% 떨어졌다. 채권 시장도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트럼프를 가장 가혹한 관세 수준에서 멀어지게 하기 전까지 무너질 수 있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필요하다면 트럼프에게 가장 공격적인 무역 정책을 자제하도록 상당한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를 월가에서는 'TACO(타코)'라고 부른다.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는 뜻으로, 트럼프가 강력한 관세를 예고해도 주식시장이 크게 떨어지면 결국 물러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UBS 세계 자산운용의 울리케 호프만-부르차르디 세계 주식 책임자는 지난 일본과의 예상보다 나은 합의가 백악관이 높은 관세와 잠재적인 보복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이 기업, 투자자, 대중에게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 중요한 무역 상대를 너무 강하게 압박하는 것을 꺼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