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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금고 회사, 전 세계 160곳 돌파… “2008년 금융위기 복사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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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금고 회사, 전 세계 160곳 돌파… “2008년 금융위기 복사판” 우려

FT 보도 “기업들이 빚내서 비트코인 사들이는 흐름… 시장 충격, 두 배로 되돌아올 것”
비트코인 동전 모조품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비트코인 동전 모조품 사진=AFP/연합뉴스
비트코인을 회사 자산으로 보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 이른바 비트코인 금고 회사(Bitcoin Treasury Company·BTC)’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5(현지시각) 보도에서 현재 전 세계 160곳 이상이 이 구조를 따르고 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파생상품과 닮았다고 경고했다.

현금 보관함대신 비트코인… 160여 개 기업 등장

FT 보도에 따르면 BTC란 본래 안전자산에 두던 회삿돈을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로 바꾸어 들여놓는 방식이다. 단순히 기존 자금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신주 발행이나 회사채 발행 등으로 새로 자금을 끌어와 추가 매입에 나선다. 영국 증권사 필헌트(Peel Hunt)이는 마치 돌려가며 계속 힘을 키우는 바퀴(flywheel)처럼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을 담보삼아 굴리고 또 굴려 투자 덩치를 키우는 구조다.

이 모델은 미국의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Strategy)에서 시작됐다. 마이클 세일러 회장은 2020년부터 회삿돈과 빚을 동시에 동원해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사들이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스트레이티지의 시가총액은 1000억 달러(139조 원)를 넘어섰고, 이는 미국 전통 금융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State Street)의 세 배 수준이다.
세일러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본래 기술 개발이나 마케팅, 교육서비스를 하던 중소기업들까지 비트코인 금고 회사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FT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160곳이 넘는 회사가 이런 구조를 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 투자자들은 환호… 세금 피하기규제 우회효과

투자자들이 BTC 주식에 몰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기만 하면, 주식가치까지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통해 더 크게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비트코인은 80% 넘게 올랐는데, 이는 같은 기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상승률(20%)보다 네 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세제 차익과 규제 회피 수단도 붙는다. 일본에서는 기업이 가상화폐를 보유할 경우 개인보다 낮은 자본이득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영국에서는 개인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살 수 없지만, BTC 회사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우회 투자가 가능하다. 기관투자자도 펀드 규정상 가상자산을 직접 살 수 없을 때, BTC 주식을 통해 사실상의 보유 효과를 낼 수 있다.

정치적 뒷받침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행정명령으로 퇴직연금인 401(k) 계좌에서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했고,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해 관련 산업을 밀어주고 있다. FT트럼프 일가가 소유한 미디어 회사도 20억 달러(27800억 원) 규모의 BTC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 전문가들 “2008CDO 위기와 빼닮아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가 2008년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당시 은행들은 부실 주택담보대출을 묶어 되팔던 CDO(부채담보부증권)를 대량으로 쏟아냈다. 급기야 여러 CDO를 모아 다시 만든 이중 구조(CDO-스퀘어드·CDO²)까지 등장했는데, 이는 위험을 증폭시킨 상품으로 이 과정에서 위험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FT비트코인 자체가 변동성이 극도로 큰데, BTC는 바로 그 위에 또 하나의 위험 구조를 얹는 셈이라며 가상자산 시장에 겨울(crypto winter)이 닥치면 손실은 훨씬 배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2018년과 2022년 두 차례 큰 폭락을 겪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BTC는 상승장에서는 눈부셔 보이지만, 하락장이 오면 피해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