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381)]제22장, 최후의 심판

공유
0

[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381)]제22장, 최후의 심판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그런데 소진수의 행동 일거수일투족을 고양이 눈처럼 번쩍이며 바라보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는 새벽부터 차 뒤 숲 속에 숨어 끈질기게 주창을 향한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그는 김민수였다.

새벽 12시 30분.

추위가 모질게 몰아쳤다.

숲을 휘저어 계곡을 쓸어 가는 바람소리가 귀신울음을 듣는 듯 으스스했다.

지수영이 미리 가져다가 숨겨놓은 박격포를 조립하고 나로호를 향해 정조준을 마친 최철민은 발사시간을 기다리며 가슴을 조이는 긴장에 떨고 있었다. 주먹의 힘에 의지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었던 용기와 배포는 불꽃처럼 사그라들었다.

바람에 부닥친 나뭇가지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랐다.
그때마다 누군가 목덜미를 낚아채거나 총알이 날아와 머리를 관통하는 것 같아 오싹 오싹 모골이 송연하게 솟았다.

그리고 어딘가로 부터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짙은 어둠의 공포까지 더해 소진수가 곁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당당한 사나이로 자부해온 터에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소진수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고 두 눈을 부릅떴다.

소진수는 산속의 어둠은 무섭지가 않았다.

무서움도 공포감도 없었다.

귀를 쫑긋이 세워 경찰을 데리고 나타날 한성민 일행의 인기척에만 온통 정신을 쏟았다. 그러면서도 초조를 견딜 수 없어 떨려나오는 숨을 가누지 못했다.

시간상으로 진작 왔어야 할 그들이었다.

혹시 쪽지를 발견하지 못했으면?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장소를 정학하게 적지 못한 실수가 생각나 산속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것도 같아서 소리라도 질러보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다 되도록 그들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바스락 대는 소리에 그들인가 싶어 화들짝 놀라 귀를 기울이면 휘 휘 지나가는 바람에 풀숲이 제 몸통을 비벼대는 소리였다.

그렇게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최철민이 야광시계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 슬그머니 엎드렸던 몸을 일으켜 긴장에 절은 떨림의 소리로 소근 거렸다.

“진수야, 시간 됐다! 포탄을 번갈아 포구에 넣자. 그럼 30초 내에 다 쏠 수 있다!”

“선사님, 정말 이래야 합니까? 포기하면 안 됩니까?”

소진수가 반사적으로 반문했다.

최철민은 순간 벌컥 화를 냈다.

여태 순종해온 소진수의 말이 아니라 분명 반항적인 어조였다.

“새끼! 못하면 우린 죽어! 그리고 우린 역사에 남을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알았어?”

“어째서 역사에 남을 일입니까? 전쟁 벌어지면 누가 죽습니까? 우리 가족 다 죽습니다. 그리고 서울사람들 몰살하고요!”

소진수는 내친김에 노골적으로 대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