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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424)] 손수건 한 장이 빚어낸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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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424)] 손수건 한 장이 빚어낸 비극

The State Opera 극장
The State Opera 극장
프라하의 앞에 '예술의 도시, 낭만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는 만큼 프라하에서는 날마다 여러 가지 공연이 열립니다. 여러 공연 중 오페라나 발레, 혹은 드라마(연극)는 수준이 높고, 입장료가 저렴하여 접할 기회가 많습니다. 이러한 예술 공연을 볼 수 있는 극장은 여러 개가 있지만 국립극장의 경우만 들면 다음 네 곳을 들 수 있습니다. The State Opera, The National Theatre, The Estates Theatre, The New Stage.


얼마 전 오페라 <오셀로>를 보러 간 곳은 ‘The State Opera’로 Museum역 근처에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사람들의 발걸음이 유난히 많은 곳을 따라가다 보니 바로 앞에 빨간 머플러를 두르고 검은 코트로 성장한 신사와 멋진 드레스 위에 외투를 걸친 여자가 걸어갑니다. 주로 이런 분위기의 사람들이 많이 몰려가는 곳으로 방향을 잡으면 ‘The State Opera’ 공연장을 못 찾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들은 저녁이 되면 오페라를 보기 위해 가장 멋진 옷을 차려 입고 연인이나 부부끼리 혹은 친구들과 함께 극장을 찾는 것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중 <오셀로>는 책을 읽을 때도 그러했지만, 오페라를 보고 난 후에도 인간 존재의 나약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허무함 때문인지 더더욱 진한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단순하고 소박한 낭만적 이상주의자 오셀로는 이아고의 간계에 속아 사랑하는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합니다. 오셀로는 아내 데스데모나에게 선물로 주었던 손수건 한 장이 카시오의 방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질투심에 눈이 멀어 꽃잎처럼 곱게 잠들어 있는 아내의 목을 졸라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하게 됩니다.

오페라 '오셀로' 공연을 마치고 배우들이 인사하고 있다.
오페라 '오셀로' 공연을 마치고 배우들이 인사하고 있다.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흰눈과도 같은 완전무결한 사랑은 이아고의 교묘한 계략과 거짓증거물인 손수건 한 장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데스데모나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오해하는 순간 오셀로의 영혼에 어둡게 드리운 절망의 그림자, 이로 인해 아내를 살해하기까지의 긴박한 상황이 오페라 속에 그대로 녹아 있어서 몰입도를 한층 높여줍니다. 손수건 하나로 비롯된 사랑과 질투의 선명한 심리가 <오셀로>를 더욱 강렬한 비극으로 만들고 있으니 책을 읽고 오페라를 본다면 셰익스피어가 인간 내면의 그릇된 면모를 얼마나 잘 들춰내고 있는지 더욱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경순 서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