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구호의 경제학(1)] KOICA와 한국의 국제적 역할, 아직은 부족
2015년 4월 25일. 네팔에 7.8의 강진이 온 지 어느덧 두 달 여가 지났다. 긴급 구호는 끝난 상태이고 네팔은 다시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찾으려 애를 쓰고 있다. 카트만두에서 외부로 나가는 전기와 인터넷은 미흡하지만 복구가 됐다. 초창기 산간지역으로 나가는 도로가 끊어져서 물자 수급에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역시 일부 복구가 되어 차량 이동이 가능해졌다.네팔의 유명 관광지였던 파탄 광장과 박타푸르는 지진 피해가 심하여 한동안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되었으나 오는 18일부터 다시 운영을 시작한다. 지진 이후 건축 자재 가격 상승과 추가 붕괴의 위험을 막기 위해 건축 불허령이 내려졌으나 이것도 7월에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여진이 줄어들면서 현재 카트만두 시내에는 무너진 채 남아있던 건물의 자재들을 부수는 작업이 한창이다.
관계증진 마케팅 목표 아예 없어
지진 초기, 세계 각국의 NGO와 국제 원조가 네팔로 몰려들었다. 미국의 평화봉사단은 물론이고 독일, 일본, 인도 등 각국이 네팔을 돕기 위해 손을 뻗었으며 NGO의 활동이 활발하지 못한 중국은 재난 담당 특수부대를 보내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중국의 쓰촨 대지진을 시작으로 동일본 쓰나미, 필리핀 허리케인 등 각 재난 상황에서 크게 활약을 했던 중국 최고의 재난 전문 엘리트들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은 국제 원조 공공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중심으로 50여개의 NGO가 네팔에서 활동했다. 특히 네팔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엄홍길 휴먼재단의 경우 이미 확보하고 있던 현지 정보를 이용하여 텐트, 태양열 전지 등을 빠르게 공급하여 주목을 받았다. 한국 정부는 이번 지진 이후 100만 달러를 긴급 인도적 구호금으로 지원했으며 각 NGO들의 지원금이 총 470만 달러, 그 이외에 각 지자체와 기업에서도 구호금 및 구호품을 지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KOICA 계약직 비율 너무 높아
그리고 이런 낮은 평가의 중심에는 KOICA가 자리하고 있다. KOICA는 대외 무상 협력 사업을 주관하는 외교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으로, 1991년 설립되었으며 국제원조, 자원봉사단 파견, 개발도상국 기술 교육 등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시아에 국제원조 관련 공공기관이 설립된 국가는 한국과 일본, 두 국가뿐이다. 이번 지진에 대한 국제 원조 역시 KOICA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기존에 이미 네팔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KOICA의 정보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긴급구호라는 1차적인 목표를 제외하고 장기적 목표는 성취하지 못했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투자한 구호금과 인력을 고려하면 아쉬운 평가이다. 일본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다음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관련 전문가의 확보가 부족하다. 이런 전문가의 확보를 위한 의지도 없다. 국제 원조를 지원하려면 현지의 상황을 잘 알고, 구호금의 효율적인 배분과 사용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목적 달성을 위한 자금 유용은 엄연히 국가 이미지 마케팅의 일환이며, 재난이 발생한 국가의 상황에 맞게 지원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 전문가와 마케팅 담당자, 재무설계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협력해야 한다. 하지만 KOICA의 인재 채용은 국제개발학과 사회복지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나마도 KOICA 봉사단원으로 활동했던 사람을 우선 채용하고 있다. 심지어는 올해부터 진행된 KOICA의 관련 전공자 인력풀 구축에서는 전공 학위에 개발(development)이라는 단어가 꼭 들어가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국제홍보학이나 농상경제학 등 관련자는 지원조차 안 되지만 우주개발학은 지원이 가능한 우스운 사태까지 발생했다. 구호에는 전문 인력일지언정 현지 상황과 장기 목표 수립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인력들이 전체적인 전략을 맡으면서, 정작 네팔의 당사자들은 지원하는 나라가 한국인지 일본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로, 계약직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고 이들의 근무 기간은 반대로 너무 짧다. 특히 이 부분이 일본과 많이 비교되는 부분이다. 개발도상국에서의 긴급구호는 현지 문화를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데 단기 계약직들이 순환적으로 근무하는 구조에서는 이런 전략 기획이 아예 불가능하다. 현재 한국국제협력단 자원봉사자의 활동 기간은 2년이며 1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이들을 담당하는 관리요원은 계약직으로, 1년11개월만 계약하도록 모집공고에 명시가 되어 있다. 관리자가 자원봉사자보다 근무 기간이 짧으니 제대로 관리가 될 리 없다. 실 업무를 보고 있는 인턴도 역시 계약직이며 정규직 전환은 불가능하다. 계약직에게 정규직과 같은 책임을 지우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체된 관료주의가 가장 큰 원인
일본국제협력단(JICA)의 경우 자원봉사자를 제외한 전 직원이 모두 정규직으로서 현지에서 원하는 기간만큼 활동이 가능하며 현지 상황과 언어에 능통하다. 이번 지진 당시 JICA는 전국의 단원들을 불러모아 비상 체제를 편성하고, 본국에서 오는 NGO 및 관련 단체와의 통역 및 기타 업무를 맡기는 등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한국은 원하는 자원봉사자에 한하여 조기 귀국을 시켰으며, 비상시의 운영 시스템조차 없어 네팔에 오기를 바라는 NGO들은 KOICA가 아닌 교민에게 통역을 부탁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과거에 몇 차례 직원 정규직화가 도마에 올랐으나 결국에는 흐지부지 끝나고 달라진 것은 없다. 이런 시스템에서 책임감 있고 장기적이며 현지에 적합한 구호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은 과도한 욕심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또한 위험 상황에서는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책임질 문제가 발생하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자원봉사자가 가장 필요한 재난 구호 상황은 긍정적인 인상보다는 뒤로 물러나는 듯한 인상을 남긴 셈이 되었다. 심지어는 여진이 멈추지 않았는데도 자원봉사자 위로를 위한 감사단이 방문하여 현지에서는 재난 구호와 의전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현지 자원봉사단의 한 달 생활비는 500달러 정도인데, 네팔까지의 왕복 항공요금은 약 1000달러 전후이다. 감사단이 방문하지 않고 그 금액을 긴급 구호에 썼다면 어땠을지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하는 대목이다.
성과주의에 빠져 현지 관리 안돼
비단 이는 네팔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KOICA와 JICA는 쌍둥이 기관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활동지역과 방법 등이 유사하다. 하지만 인지도와 효율성 면에서는 JICA가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다. KOICA의 운영 자금은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돈이며, 이는 국제 원조라는 목표를 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증진시키는 데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돈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정경진 현 네팔 한인회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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