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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감산 딜레마…OPEC 감산 합의 불구 석유시대 종말 올까?

세계 에너지 수요 피크 오면 방치된 자원 될 가능성 높아

기사입력 : 2016.12.14 13:22 (최종수정 2016.12.1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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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감산에 합의했다. 곧이어 비OPEC 산유국들도 감산에 보조를 맞춘다며 동참에 나섰다. 외신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작정하고 유가를 배럴당 60달러 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고유가는 대체 에너지 개발 필요성을 야기하고 석유 소비를 줄이는 원인이 된다. 계속해서 석유를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소비국가가 납득할 만한 가격 수준에서 유가가 형성돼야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감산 합의로 OPCE의 맹주 격인 사우디가 석유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꾼 게 아니냐는 우려가 사라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석유 가치·수요 더 떨어진다
최근 자국에 매장된 원유량은 2665억 배럴로 향후 70년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한 사우디는 석유가 낳는 이익을 최대한 누리겠다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주요 외신들은 “2014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유가 탓에 사우디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우디 정부는 재정 확보를 위해 적어도 100억 달러 이상의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우디가 매장량을 공개한 것은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곧이 듣지 않고 오히려 우려한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국제 규제와 기술의 발달로 석유의 값어치와 수요는 향후 30년간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1962~1986년)을 역임하며 세계 석유시장을 주물렀던 아흐메드 자키 야마니는 “석기시대는 돌이 없어서 끝난 것은 아니다. (청동기나 철기 등) 돌을 대신할 새로운 기술이 태어났기 때문에 끝났다. 석유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 유가↓ 수요↑ 사우디 ‘치킨게임’ 실패
2014년 11월 유가가 급락하자 사우디는 감산 계획을 보류하고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증산 경쟁에 돌입하는 ‘치킨게임’을 강행했다. 유가 폭락을 야기해 고비용 생산자들, 특히 미국의 셰일 기업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려 했던 것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 2007년 일일 평균 508만 배럴까지 떨어졌지만 2014년 1~10월에는 849만 배럴까지 회복하면서 미국의 석유 수입 의존도가 58%에서 27%로 떨어졌다.

셰일혁명으로 원유(경질원유) 생산이 늘면서 미국은 나이지리아로부터 수입을 줄였지만 유종이 다른(중질원유) 사우디와 쿠웨이트로부터의 수입은 줄이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시장 방출 위기에 몰린 나이지리아가 아시아 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하며 원유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졌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시 “사우디는 셰일오일 증산에 나선 미국이 석유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해 원유 생산량 유지와 시장점유율 방어를 고수한 것”이라며 “특히 유가를 떨어뜨려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을 막고 유가 하락을 무기로 석유 수요 증가를 노리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OPEC 내에서 주도적으로 증산을 해왔지만 결국 이는 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상황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사우디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달했다.

지난 4월에만 해도 “이란의 동참 없이 산유량 조절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사우디가 이번에는 이란과의 사전 실무회담을 통해 먼저 감산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 5~15년 후 석유=방치된 자원?
올 2월 11일 배럴당 26.21달러로 바닥을 찍은 국제유가는 지난 9월 산유국 회동을 앞두고 사우디가 감산 의사를 밝히면서 40달러 선을 회복한 후 현재 52.83달러 수준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유가 회복이 산유국들에 기뻐할 일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월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에너지회의’에서는 에너지 수요가 피크를 맞아 석탄이나 석유는 존재하지만 개발되지 않는 ‘방치된 자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파리협정’ 발효와 전기자동차 보급 등 기술혁신과 에너지 절약에 대한 기대를 들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여전히 운송·석유화학 등 산업 분야에서 석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석유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극단적인 고유가가 아니더라도 머지않아 석유 소비는 피크를 맞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생산 가능한 석유 자원에 한계가 있다는 ‘피크 오일’(peak oil)론이 아니라 석유 이용 자체가 줄어든다는 ‘수요의 피크’론이다.

사이먼 핸리 로열더치셸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원유 수요가 공급보다 앞서 고점을 형성할 전망”이라며 “앞으로 5년에서 15년 사이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유국의 석유 전략을 주도하고 OPEC의 주도권을 잡으며 오일 달러로 부(富)를 누리던 사우디는 이미 저유가 장기화로 175억 달러의 국채를 발행하는 등 빚에 시달리고 있다.

OPEC 감산 합의를 무산시킬 정도의 힘을 자랑하던 무함마드 황태자는 “2020년까지 석유 의존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비석유부문 육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수요 피크가 언제쯤 찾아올지 판별하는 데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화됐을 때 ‘방치된 자원’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사우디다.



이동화 기자 d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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