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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주의 몸에 밴 한국서 능력급(성과연봉제)은 정서적 거부감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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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주의 몸에 밴 한국서 능력급(성과연봉제)은 정서적 거부감 강해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03회)] 성과연봉제 반대의 문화적 배경

직원 모두가 '형제자매'인데
'동생'이 조금 더 일 잘 한다고
연봉 더 받는 것 이해 못해

성과연봉제 피할 수 없는 추세
변화 수용할 마음부터 갖추고
공정한 객관적 평가 기준 마련해야

2016 시즌이 끝난 후 프로야구의 최형우 선수가 한 구단과 4년간 계약금 40억원, 연봉 15억원 등 총 10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몇몇 프로 운동 선수들은 일반인이 한평생 열심히 일해도 벌지 못할 천문학적 숫자의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야구팬들의 관심을 끌만한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프로야구 전체 등록 선수의 약 1%인 7명만이 10억원 이상 고액 연봉을 받는 반면 23%가 넘는 136명이 최저 연봉인 2700만원을 받고 있다. 그래서 과연 이렇게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 여론에서도 찬반으로 나뉘고 있다.

이처럼 능력에 따라 연봉을 받는 ‘성과연봉제(成果年俸制)’는 개인의 능력 및 성과를 등급별로 평가해 임금에 차등을 두는 제도이다. 즉 지금까지 많이 사용되었던 ‘연공서열제(年功序列制)’와 달리 업종의 참여 순서가 아닌 능력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많은 노동자들이 이 제도의 도입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거나 또 벌이려고 한다.

이들이 파업을 벌이면서 내세운 이유는 성과연봉제가 실시되면 노동자들이 쉽게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성과연봉제가 실시되더라도 사측이 쉽게 해고할 수 없다고 설득을 하지만 노동자들은 정부를 믿지 못하고 파업을 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호봉제에 따라 고액 연봉을 받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파업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노조를 비난하고 있다. 정부는 성과연봉제는 성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일 잘하는 사람이 더 나은 대우를 받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공서열제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이미 성과연봉제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연공서열제도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근속 연수가 많아질수록 경험이 많아지기 때문에 기술이 향상된다. 또 나이가 많아지면서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증대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조직원들 사이에는 경쟁의식보다는 조화가 더 중시되고 나이가 들면 자신도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인 이유 외에 우리나라에서 성과연봉제에 강하는 반대하는 이유는 우리의 전통적인 문화에 기인하는 점이 크다. 우리나라는 ‘아버지와 아들’을 중심으로 하는 ‘가족주의’가 강한 문화이다. 인간관계의 기초는 가족 간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가족주의 문화에서는 경쟁이나 능력의 비교는 억제된다. 예를 들면, 부모는 능력이 많거나 가족에 공헌이 많은 순서대로 자녀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부모는 모든 자식을 다 똑같이 사랑해야 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가족 관계는 공평한 것을 기초로 한다. 능력이 있거나 없거나 가족은 가족인 것이다. 만약 능력에 따라 차별을 한다면 그 조직은 이미 가족이 아니다. 오히려 부모의 마음은 능력이 떨어지고 다른 형제들보다 뒤처지는 자녀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더 많은 것을 주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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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이 ‘최순실 게이트’ 관련 공공기관장 퇴진과 성과연봉제 및 민영화 등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런 문화적 속성이 조직이나 기업체에 확장된다. 기업체나 조직도 또 하나의 가족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회사 이름을 앞에 붙여 ‘삼성가족’ ‘현대가족’ 등으로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모두 한 가족이라는 것을 암암리에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원들 모두가 다 형제자매인데 조금 일을 잘 한다고 자기보다 먼저 입사한 ‘형’과 ‘누나’를 제치고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족을 중시하는 문화의 가장 큰 장점은 ‘심리적 안전감(安全感)’이다. 가족은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제일 안전한 곳이다. 이곳에는 차별과 경쟁이 없고 사람을 평가하지도 않으며 더구나 능력이 부족하다고 내쫓지도 않는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모든 가족들이 똘똘 뭉쳐 난관을 극복해나가고, 가족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합쳐 어려운 처지에 있는 가족을 돕는 상부상조(相扶相助)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곳이다. 이런 조직에서는 당연히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며, 마치 직장을 가정처럼 느끼며 일한다. 한번 들어간 직장은 ‘평생직장’이 된다. 평생직장에서는 ‘대과(大過)’가 없으면 보장된 정년을 마칠 수 있다. 이런 문화에서 일을 못하면 차별을 받거나 심하면 쫒겨날 수도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불편하고 불안하다. ‘해고(解雇)’라는 단어 자체에 알레르기적 증상을 일으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어떻게 가족을 쫓아낼 수 있단 말인가? 민간기업에서는 이미 자리 잡아가고 있는 성과연봉제가 고용안정성을 큰 장점으로 여기고 있는 공공기업 등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도 심리적 안전감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부부중심’의 서구문화는 ‘시장원리’에 의해 작동되는 사회이다. 성인이 된 남자와 여자가 만나 부부가 되는 과정 자체가 이미 ‘가치의 측정과 교환’의 원리가 작동한다. 한 사람의 가치는 시장의 물품들처럼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그 값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정해진다. 일반적으로 각 사람은 능력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사람마다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능력이 많은 사람은 당연히 더 많은 대우를 받을 것이고, 능력이 적은 사람은 적은 대우를 감수해야 한다. 심한 경우에는 조직에서 퇴출되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조직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올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 일한다. 이들에게는 능력에 따라 보수를 받는 것이 당연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성과연봉제가 연공서열제를 대체해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이다.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으로 대표되는 미래의 사회는 빠른 속도의 변화를 특징으로 한다. 이런 환경에서 경험과 숙련도에 의존하는 연공서열제는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 하지만 제도의 변화는 단지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할 수 없다. 오랜 기간 축적되어온 가치체계인 문화는 경제적인 측면 하나만으로 형성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부터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사전 정지(整地) 작업 없이 마치 군사작전을 펴듯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불필요한 갈등이 증폭되고 큰 희생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문화의 변화는 항상 지키려는 쪽과 바꾸려는 쪽과의 갈등으로 비롯된다. 지키려는 쪽을 ‘보수’, 바꾸려는 쪽을 ‘진보’라고 거칠게 나누어보자면, 진보를 표방하는 ‘전교조’ 교사들이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것은 그만큼 심리적 안전감이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지 작업에서 제일 필요한 것은 위협받는 심리적 안전감을 확보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의 확보이다. 동시에 구성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프로 스포츠에서도 연봉의 차이를 수긍하는 것은 객관적인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다. 비록 효율을 높이기 위해 능력 위주로 개편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해도, 사회보장제도나 기타의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여야 한다. 우리 문화에서는 업적에 따른 배분보다는 심리적 안전감을 마련해줄 때 신바람이 나고 좋은 성과를 낸다. 동시에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진다.

“능력없으면 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라는 한 철없는 젊은이의 말에 온 사회가 공분하여 거대한 정치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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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 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 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