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의 HIV 항바이러스제 트루바다는 2012년 첫 HIV 감염 예방 치료제로 미국에서 승인되었다.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하에 이뤄낸 오랜 연구 성과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에이즈 운동가와 일부 의사들 사이에서 길리어드가 설정한 연간 2만1000달러(약 2506만 원)라는 트루바다의 가격이 보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비판이 강화되고 있다.
신경과 의사로 PrEP의 보급을 목표로 하는 운동가 단체인 '프렙포올컬래버레이션(PrEP4All Collaboration)'의 공동 창업자인 아론 로드(Aaron Lord)는 "길리어드에 의한 높은 가격으로 인해 보급이 정체되었다"며 "트루바다가 승인된 이후에도 HIV 감염률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루바다의 가격을 1개월 당 15달러(약 1만8000원)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프렙포올은 트루바다의 가격을 놓고 트럼프 정권에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오데이 CEO는 트루바다를 더 널리 보급시키기 위해 당사도 노력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무보험자에게는 의약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보험 가입자도 자기 부담분을 지불할 수 없을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CDC가 보유한 특허를 활용해 길리어드에 대해 로열티(특허 사용료) 지불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길리어드는 가격을 낮출 수 없다고 밝혔다. 오데이 CEO는 청문회에서 "트루바다를 개발한 것은 길리어드다. 다른 누구도 아니다"라며 CDC의 특허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실제 길리어드는 트루바다 개발에 약 11억 달러를 투입했으며, 이 약은 HIV 치료제로 2004년에 승인되었다.
그런데 CDC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실제 트루바다를 개발한 것은 길리어드이지만 HIV 감염 예방약으로서의 이용을 현실화하는데 있어 미국 정부도 깊이 관여했고 주장하고 있다. CDC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초기 실험에서 트루바다를 구성하는 두 성분의 조합 쪽 성분이 한 가지일 경우보다 예방 효과가 높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공로로 연방 정부는 HIV 감염 예방을 목적으로 한 트루바다의 성분 이용에 관한 특허를 취득했는데 CDC는 이러한 사실을 대외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에이즈 활동가들도 최근에서야 비로소 CDC의 특허권에 대한 로열티를 길리어드가 지불해 왔으며, 그로 인해 가격을 인하하기가 곤란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이는 CDC가 보유한 특허를 활용해 길리어드에 대해 로열티 지불을 요구해 왔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즉, 항바이러스제 보급을 막았던 것은 높은 가격이며 그 가격을 낮추지 못하도록 배경을 제공한 주범은 바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