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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씨네 24] 실사판 ‘알라딘’이 그린 재스민 공주의 진화…변화된 현대사회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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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씨네 24] 실사판 ‘알라딘’이 그린 재스민 공주의 진화…변화된 현대사회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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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판 '알라딘' 에서 재스민 공주 역을 연기한 나오미 스콧.

■ 디즈니 작품 속 진화되어 가는 여성상

가이 리치 감독의 실사판 ‘알라딘’(2019)은 기존의 ‘프린세스(공주)상’에 날카로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최근의 월트 디즈니 작품을 보면 등장하는 여성상의 해석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에 있어서의 ‘프린세스’의 그림은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되고 있었다. 운명적인 남성캐릭터의 출현과 그 남성캐릭터의 조력에 의한 행복. 여성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려고 하지 않고, 운명의 왕자님이 나타나기를 기다릴 뿐이다. 이러한 여성캐릭터의 수동적 영감은 픽션에 있어서의 프린세스의 테두리를 뛰어넘어 현실의 여성 전반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현재까지 각인되어 왔다.

그러나 요즈음 디즈니 작품에서는 이 스테레오 타입의 여성상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디즈니의 영화에 있어서 여성캐릭터의 인생은 남성캐릭터의 등장에 의해서 좌우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 진화한 프린세스가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작품 ‘모아나와 전설의 바다’(2016)에서는 ‘왕자’라는 존재 자체가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 이 작품에선 강하고 강인한 여성상을 앞세운 것이다.

원작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재스민 공주 역시 이런 진화 형 프린세스의 원조다. 그녀는 자신의 자유를 찾아 왕궁 밖으로 뛰쳐나온다. 자신을 바꿔주는 운명의 왕자님을 마냥 기다릴 여인은 아니었다. 이번 실사판 ‘알라딘’에서도 새로운 진화를 이룬 신생 재스민 공주가 그려졌다.

나오미 스콧이 실사로 연기한 재스민 공주는 남자부재의 자율공주로 거듭나고 있다. 이 의욕적인 업그레이드에 기여한 것이 거장 앨런 멘켄의 신곡 ‘스피치레스 마음의 소리’다. 실사판을 위해 써내려간 이 신곡은 여성의 자율과 낡고 썩은 고정관념의 파괴를 주제로 내세운다. 원작 애니메이션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신곡에 따라 재스민이라는 캐릭터는 더 큰 존재로 스크린에 나타난다. 그녀가 힘차게 노래하는 장면에선 기존의 공주 상을 정면으로 깨뜨리고 여성본연의 강인함과 지혜로움을 보여준다. 이렇듯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새로운 재스민 공주는 이 시대에 필요한 존재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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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판 '알라딘'에서 알라딘을 연기한 메나 마수드(사진 왼쪽)과 지니역을 연기한 윌 스미스(사진 오른쪽).


■ 왕자로 대변되는 남성캐릭터에도 큰 변혁

본작 ‘알라딘’은, 프린스(왕자)로서의 남성캐릭터에도 큰 변혁을 재촉하고 있다. 종래의 디즈니프린스는 유서 깊은 가계에 뿌리를 둔 꽃 미남 왕자로 캐릭터가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이 작의 주인공 알라딘은 보통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자유로운 사고의 청년이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알라딘은 자신의 진짜 거처를 찾지 못한 채 성시타 마을을 헤매는 떠돌이다. 절도로 얻은 소품을 팔아 생계를 꾸리고 있다. 전혀 프린스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식을 벗어난 ‘프린스 상’은 ‘겨울왕국’(2013)의 크리스토프 같은 캐릭터와도 연계되어 있다.

‘알라딘’은 원작의 애니메이션에 준거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판 공개 당시로서는 알라딘의 프린스 상은 매우 전위적이고 새로운 설정이었을 것이다. 일반가정에서 태어났고 도둑질 능력이 뛰어나지만 주위에서 보면 답답한 존재다. 그러나 다양성의 수용이 일반화 된 현대에는 이런 알라딘 같은 궤도를 벗어난 프린스를 요청하고 있다.

이 갈 곳 없는 프린스에게 설 자리를 주는 존재가 된 캐릭터야말로 왕가 출신의 재스민 공주다. 거처를 잃은 인물 앞에 왕가의 인물이 나타난다는 의미에서 이번 실사판 ‘알라딘’은 이른바 ‘신데렐라’(1950)의 반대패턴으로 볼 수 있다.

고전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를 계속하는 디즈니가 왜 이 타이밍에 ‘알라딘’을 선택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야말로 ‘알라딘’이라는 캐릭터의 설정에 있다. 이상으로서의 프린스 상을 벗어난 알라딘과 시대에 맞춰 진화를 거듭한 재스민 공주. 젠더간의 격차문제나, 여성의 권리 향상, 다양성의 수락 등의 과제에 의해 동요하는 현대사회에 있어 디즈니가 던지는 실사판 ‘알라딘’은 이런 복잡한 세계에 대한 단서가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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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미녀' 실사판 '말레피센트'에서 마녀 역할을 맡은 안젤리나 졸리.


■ 불후의 명작 애니메이션 재해석 어디까지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의 실사 리메이크는 지금의 월트 디즈니를 지탱하는 주력 콘텐츠다. 명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은 영화 ‘말레피센트’(2014)는 불후의 명작 ‘잠자는 숲속의 미녀 ’(1959)의 실사 리메이크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악역의 마녀 말레피센트를 주역으로 그려 그의 알려지지 않은 일면을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겨울왕국’과 비슷한 남녀의 사랑과는 전혀 다른 보편적인 가족애를 표현하고 있다. 왕자의 진실 된 사랑의 키스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저주에 넘어진 오로라 공주는 다른 이들의 사랑에 의해 깨어난다.

시골의 아름다운 딸과 저주에 시달리는 야수와의 연애를 그린 실사판 ‘미녀와 야수’(2017)에서도 뮤지컬 장면을 포함해 원작 애니메이션을 면밀하게 재현하고 있지만 다른 측면이 있다. 이 재현도가 높은 실사 판 ‘미녀와 야수’의 메가폰을 잡은 것은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빌 콘돈이다. 이 작품의 실사 판에서는 속칭 ‘LGBTQ’라고 하는 섹슈얼리티에 관한 변화를 볼 수 있다. 작중에는 동성애를 느끼게 하는 캐릭터 묘사가 나오고 동성애자인 감독의 자체 컬러가 작품 구석구석에 반영되어 있다. 또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흑인캐릭터의 추가를 각색하는 등 미국에 뿌리내린 인종문제에도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 실사판 ‘알라딘’에서는 페미니즘 적 여성을 묘사하는 방법을 추구하여 전술한 바와 같이 재스민 공주의 여성으로서의 현명함을 나타내고 있다. 월트 디즈니의 실사 리메이크 영화군은 실사에서의 원작재현이라는 단순한 과제를 초월해 현대 포맷에 맞춘 고도의 리메이크 업을 완성하고 있다. 디즈니의 향후 실사 리메이크로는 ‘라이언 킹’이 기다리고 있다. 과연 어떤 업그레이드를 보여줄까.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