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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눈앞의 낭패가 롤러코스터의 쾌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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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눈앞의 낭패가 롤러코스터의 쾌감으로

주말 퇴근시간에 발견한 치명적 상황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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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
"급한 상황을 넘기고 나니 갑자기 학생 때 즐겨 탄 롤러코스터가 생각났습니다. 진땀이 나는 위기 상황이 가끔 찾아옵니다. 꾸준히 회사의 시스템을 보완한다지만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을 당했습니다. 해결하고 보니 뭔가 모를 뿌듯함과 존재감을 확인했습니다"

2년 전인 2017년 7월 1년간의 연수를 마치고 취업한 김유선 대리(가명)로부터 지난달 중순에 들은 얘기다. 지방대 출신의 여학생인 그는 어문학과 출신이어서 전형적인 '지여인(지방대·여학생·인문계)'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여인'은 우리나라에서 최악의 스펙으로 붙이는 닉네임이다. 김 대리는 1년 연수 과정에서 누구보다 훈훈한 리더십으로 열심히 공부한 기억이 남아 있는 사람이다.

김우중 사관학교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은 지난 8년 동안 1000명의 연수생을 배출해 전원 현지에 취업시켰지만 대개 베트남,미얀마,인도네시아,태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으로 보냈다. 김 대리는 흔치 않게 베트남 기업 P사에 취업했다. 안부차 전화했더니 이런 당찬 말을 꺼냈다.

김 대리가 취업한 회사는 베트남 하노이 지역에서 제조기업들에 필수로 들어가는 부자재를 만들어 공급하는 회사이다. 20년 역사를 가진 이 회사는 최근 외국기업들의 활발한 진출로 급성장세를 타고 있는 유망한 기업으로 꼽힌다. 2000여 명의 직원 중 한국사람은 손가락을 꼽는다. 자칫 외로울 수 있는 상황이지만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취업에 도전해 성공했다. 그래서 더 관심을 두고 있던 터였다.

이번에 소개할 사태는 김 대리가 토요일 오후에 일어난 일이다. 느긋한 기분으로 퇴근하다가 잠시 생산현장에 들러보니 다음날까지 납품할 생산품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김 대리 본인 거래처에 보낼 제품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생산 파트에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가끔 소통이 안 되기는 했지만 이렇게 정면으로 맞닥뜨린 것은 흔치 않았다.

확인해보니 고객사는 자재를 다음 날인 일요일 이른 시간에 받아 수출제품으로 최종조립한다고 했다. 통관과 선적 일자가 단 하루 여유 없이 짜여져 대기하고 있었다. 제품 재고도 '0'이었다. 더구나 이 회사는 오로지 김 대리의 P사 하고만 거래하고 있어 다른 대안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 정도면 김 대리가 관여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고객사 생각을 하면 물불을 가릴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 당장 생산팀장을 찾았다. 베트남 현지인이다.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대책을 의논했다. 일부 생산팀 직원들도 참석하게 해 상황을 알게 했다. 보유하고 있는 원료를 확인하고 시간당 생산량과 완성품(고객사의 자재부품)이 최초로 나오기 시작하는 시간도 따졌다. 규격에 맞지 않는 원료라 일부 손실도 예상했다.

문제는 토요일 퇴근시간부터 생산라인을 돌려야 한다는 점이었다.야간 연장근무와 다음날 일요일 근무에는 인력이 추가로 필요했다. 고객회사는 트럭으로 1시간 거리였다. 리드타임(생산 시작부터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과 고객사에 납품되는 시간을 감안해 두 공장이 바로 옆에 있는 듯한 수준으로 맞물리도록 납품해야만 했다.

전체 물량은 트럭 5대 분량이었다. 1대 분량이 완료되면 바로 출발시켰다. 마지막 트럭이 고객회사에 도착해 생산공정에 투입되고서야 상황이 종료됐다. 토요일 밤을 초긴장으로 지낸 것이다. 중간 중간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생산팀장을 믿고 기다렸다. 야근 직원들도 김 대리의 상황설명으로 충분히 이해했다고 한다. 위기는 있었지만 잘 대처하고 해결하게 해서 오히려 고마워했다. 일이 복잡해 '나도 모르겠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자기도 모르게 다른 팀의 업무에 깊숙히 관여했다.연수기간 1년을 포함, 3년 공부한 베트남어가 큰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 일 이후 회사 측은 여러 공정을 다시 점검하고 팀간 소통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

세 명의 한국인 가운데 한 명인 김 대리가 받는 급여는 현지인 기준으로는 큰 금액이어서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이 일로 '밥값'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2년 만에 붙은 대리 직급이 '부담'에서 '자랑'으로 바뀌는 작은 계기도 됐다고 한다.

물류가 전문분야는 아니었지만 필자는 한 마디 거들었다. '크로스도킹(Crossdocking)'이라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미국 월마트에서 시작해 대기업, 물류회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개념이다. 제조사와 최종판매회사의 재고를 최소화하는 물류 운용시스템이니 한 번 공부할 것을 권했다. 김 대리는 월마트 수준의 물류개념으로 업무처리를 한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했다.이에 김 대리는 '롤러코스터를 타며 어 짜릿한 경우를 찾으면 어떡하지' 하는 별 걱정을 다하고 있는 자기 모습이 오히려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