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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소가 미세먼지 주범? 6기 조기폐쇄에 발전사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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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소가 미세먼지 주범? 6기 조기폐쇄에 발전사들 '부글부글'

미세먼지특위 1년 앞당겨 2021년 폐쇄 결정, '저감 효과 의문' LNG발전소로 대체될 듯
LNG 교체비용 많아 '전기요금 인상' 유발, 배출량 적다는 근거도 부족 '정책효과 의문'
노후 석탄발전 시설개선 '배출량 줄어'...미세먼지 상위권 시멘트공장·제철소 민간기업

충남 보령에 있는 한국중부발전의 보령화력발전소.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이미지 확대보기
충남 보령에 있는 한국중부발전의 보령화력발전소.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오래 된 석탄화력발전소의 조기 폐쇄를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업계와 전문가들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교체하는 비용 증가뿐 아니라 낮은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들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1일 발전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제3차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를 열어 당초 오는 2022년까지 폐지하기로 했던 노후 석탄발전소 6기를 1년 앞당겨 오는 2021년까지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국내에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 총 60기 가운데 삼천포 1·2호기, 보령 1·2호기, 호남 1·2호기 등 6기를 조기에 폐쇄하기로 한 것이다.

아직 폐쇄 이후 대책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상당수가 LNG 발전소로 대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9월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겨울철(12~2월)에 14기, 봄철(3월)에 22기 등 석탄발전소 가동중단(셧다운)을 제안했다.

그러나 업계와 학계에서는 충분히 더 사용할 수 있는 석탄발전소를 집진시설 설치, 옥내 석탄저장시설 등 시설 개선보다 조기 폐쇄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비용 증가는 차치하더라도 미세먼지 저감효과도 그리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는 이미 모든 설비·부품이 국산화돼 있다.반면에 LNG발전소의 핵심부품인 가스터빈은 아직 전량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스터빈 수는 약 150기로 전체 가격도 8조 원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스터빈 내에 장착된 약 450개의 블레이드(날개)는 소모품으로서 고가인데다 일정 주기로 교체해 주어야 한다. 초기 건설 비용보다 유지보수 비용이 많은 것이 LNG발전소의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가스터빈 제조와 블레이드 교체 등 유지보수 기술은 미국, 독일, 일본, 영국, 이탈리아 등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독자모델을 개발해 초도품 최종조립 행사를 가졌지만 아직 상용화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와 학계의 일치된 의견이다.

실제로 원전과 석탄 발전소의 가동률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비싼 LNG,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늘려온 한전은 전력구매 비용이 계속 상승해 지난해 208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대규모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문제는 조기 폐쇄를 강행해도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같은 발전 운행 조건에서 LNG발전소의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석탄발전소의 8분의 1 수준, 미세먼지 유발물질인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배출량은 석탄발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석탄발전소의 연료비가 저렴해 기저발전용으로 24시간 정속가동이 가능하지만, LNG발전소는 비싼 연료비 탓에 비상전력 상황에서만 가동한다는 차이점을 안고 있다.

마치 자동차 정주행이나 급발진처럼 발전소도 24시간 정속가동할 때보다 수시로 껐다 켰다를 반복할 때 미세먼지 배출량이 훨씬 많아진다는 논리다. 다만, 이같은 조건에서 미세먼지 배출량의 비교를 조사한 자료가 전무해 LNG발전소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입증할 수 없는 한계를 학계는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석탄발전소=미세먼지 주범'이라는 등식을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경기 의왕·과천)에 따르면, 환경부가 미세먼지 다량배출 사업장으로 지정·관리하는 전국 4개 업종 33개 사업장 중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장 많은 사업장은 충남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소로 드러났다.

환경부 자료에서 올들어 지난 1~8월 당진 현대제철소에서 배출한 미세먼지량은 약 3438톤이며, 전남 광양 포스코 광양제철소도 같은 기간에 약 2475톤으로 배출량 2위를 기록했다.

3~5위는 2145톤의 한국남동발전 삼천포발전본부, 1750톤의 한국남부발전 하동화력, 1629톤의 경북 포항 포스코 순이었다.

같은 기간의 질소산화물 다량배출 사업장 1~3위는 GS칼텍스, 쌍용양회공업 동해공장,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이었고, 황산화물 배출량 역시 1~3위를 GS칼텍스, 현대제철,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차지했다.

이렇듯 미세먼지와 유발물질 배출 상위 사업장은 석탄화력발전소보다 제철소, 시멘트공장, 석유정제시설들이었다.특히, 전체 관리대상 33개 사업장 중 11개 사업장을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소는 지난해 1~8월과 비교해 올해 1~8월 미세먼지 배출량을 27.7%나 줄였지만, 12개 시멘트 제조사업장은 3.2% 저감하는데 그쳤고, 3개 제철소는 오히려 미세먼지 배출량이 0.1% 늘었다.

석탄발전소가 고효율 집진시설 설치 등으로 꾸준히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여 더이상 '미세먼지 주범'이라 보기 어렵고, 대기정체 등 기상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미세먼지 농도에 석탄발전소가 미치는 부정 영향을 단정하기 어렵기에 이번 정부의 6기 조기폐쇄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석탄발전소의 대안으로 여겨지는 LNG발전소는 주로 경기도 등 인구밀집지역에 건설되고 있으나, LNG발전소가 석탄발전소보다 미세먼지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더 적다고 말할 수 있을만한 실증 근거는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한 뒤 "고쳐서 더 쓸 수 있는 발전시설을 굳이 허물고 새 시설을 짓는 것은 경제 측면뿐만 아니라 환경 측면에서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