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를 포함한 일본의 대형 4대 맥주 업체는 매달 초 전월의 판매 실적 속보를 발표하고 있다. 특히 맥주류 전체 실적은 판매 수량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을 거의 비슷한 시기에 공개해 왔다. 이는 아사히와 기린 맥주가 선두 다툼을 계속하는 가운데, 수량 베이스의 실적 공표가 진행되어 업계 ‘최고’라는 타이틀과 소비자의 관심을 아사히가 차지하면서 정착된 제도다.
이러한 정책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아사히는, 실적평가 지표를 수량에서 매출액 등 금액 기준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라고만 설명했다. 다만 업계 피폐의 원인이 되는 국내 시장 점유율 과당 경쟁 환경을 완화시키고, 새로운 시장 창출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라고 아사히는 홍보하고 있다. 또 점유율 경쟁에서 사실상 거리를 두겠다는 전략도 공언하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아사히의 발밑은 괴로움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이번 판매량 공개 종료의 이유도 알 수 있다. 아사히의 맥주류 판매량은 슈퍼 드라이 30주년을 맞이한 헤세이 29년(2017년)부터 전년도 대비 하락이 시작됐고, 반전 공세를 다짐한 올해도 여지없이 하락세는 면치 못할 전망이다.
게다가 일본 국내 맥주 시장이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축소 중인 영향에 아사히의 둔화는 더욱 가속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레이와 8년(2027년) 맥주류 주세 단일화를 목표로, 내년 10월부터 맥주의 감세와 제3의 맥주의 증세가 실시되는 등 시장 환경도 바뀌기 시작해 아사히로서는 브랜드 명성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특히 기린 등 3개사는 여전히 “현재 공표 방법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가운데, 이 때문에 선두인 아사히의 고통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아사히가 맥주 ‘슈퍼 드라이’와 같은 주요 브랜드는 종래대로 판매 수량을 공표하겠다고 한 것으로, “스스로 기린과의 판매량 경쟁에서 백기를 들었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도 따른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아사히의 ’관례 이탈‘로 인해 올해 판매 실적에서 “아사히와 기린의 선두 역전도 있을 수 있다”는 추측마저 대두된 상태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