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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삼성은 전기차를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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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삼성은 전기차를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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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구 정보과학기술부장·국장대우
지난 1992년 소니 본사 임원 회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동업자 닌텐도의 배신에 따라 게임기를 독자 개발할지 포기할지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천하의 소니가 (한낱 애들 장난감인)게임기를?”하는 분위기가 지배했다. 결국 오가 노리오 사장이 괴짜 구타라기 겐 과장을 미는 결정을 내리면서 세상을 놀라게 한 혁신상품 플레이스테이션(PS)이 나왔다. ‘혁신 발전소 소니’는 거기까지였다. 이후 차세대 TV의 핵심인 LCD 등 평판디스플레이 분야의 투자를 외면한 데다 혁신도 없었다. 제왕의 쇠락은 자연스러웠다. 2000년대 초 30년간 소니를 지탱해 준 혁신의 대명사 트리니트론 TV가 삼성·LG전자에 무릎을 꿇었다. 혁신의 선구자가 그 결실에 취해 새로운 혁신의 등장을 보면서도 기존의 영광에 안주하면서 낙오했다. 이른 바 ‘이노베이터의 딜레마’였다. 소니는 2017년 20년 만에 최대 흑자로 부활했다. 새 CEO의 강력한 구조 조정(PC·TV·모바일), 그리고 82년 첫 출하 이후 날로 강력해진 이미지 센서 덕분이었다.

소니는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쇼(CES2020)에서 또다른 미래 사업의 신호탄을 쏘았다. 요시다 켄이치로 사장이 소개한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비전-S’였다. 사람들의 반응은 “소니가 자동차를?”이었지만 곧이어 전세계 주요 언론들로부터 “놀랍다”는 평가와 인정을 이끌어 냈다. 소니의 최첨단 기술과 기능의 집약체였다. 핵심은 5G통신·차량 내외부를 감지하는 33개 센서, 그리고 그 결과를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분석해 사고위험을 사전에 알려주는 기술이었다. 차량 내 대형 스크린, 360도 헤드부 스피커 등으로 소니의 강점인 엔터테인먼트(음악, 영화, 게임)를 주행중 즐길 수 있게 했다. 차량 제작에 보쉬, 슈타이어, 퀄컴, 엔비디아, 블랙베리, 히어(맵)테크놀로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가세했다.
현장에서 소니를 관심있게, 아니 가장 긴장된 시선으로 바라본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삼성은 올 CES에 자회사 ‘하만’과 공동 개발한 이른바 ‘디지털 콕핏’, 즉 ‘디지털 운전석’을 선보였다. 5G통신 기반에 AI 음성비서 ‘빅스비’가 탑재돼 가정내 전자기기와 연결되며,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도 지원한다. 소니의 비전-S는 실제 구동되는 차량이다. 그러나 사용된 IT기술에선 큰 차이가 없다. 삼성 디지털콕핏과 소니의 비전-S는 완성도만 다를 뿐 지향하는 방향이 같아 보인다.

가정이긴 하지만, 삼성전자는 디지털콕핏을 더 발전시켜 전기차를 만들 수도 있다. 배터리는 최근 BMW와 3조800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은 삼성SDI와, 기타부품은 삼성전기와, 차체는 외주 업체에 맡길 수 있을 것이다. 비밀리에 로봇까지 연구중인 삼성이다. 하드웨어는 그 정도라고 해도 여전히 소니의 강점인 게임·음악·영화 콘텐츠, 그리고 지도 같은 것들이 눈에 걸린다. 희한하게도 SKT는 플로, 웨이브, T맵 지도 기술 등 그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박정호 SKT 사장은 CES 현장 기자간담회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AI분야에서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궁금해진다. 단지 그뿐이었을까. 혹, 삼성이 말을 아낄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세계 전자업계가 소니를 필두로 한 ‘모빌리티(탈 것) 전쟁’을 시작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쯤 LG전자도 LG이노텍, LG화학 등과 함께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건 아닐까. 애플도 구글도 참여한 마당이다. 1925년 크라이슬러 이후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처음 두각을 나타낸 테슬라 혁명의 향배가 자못 궁금해진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