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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그룹 경영권 분쟁 끝낼 주총 D-Day…모녀·형제 최후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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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그룹 경영권 분쟁 끝낼 주총 D-Day…모녀·형제 최후 승자는?

양측 이사 추천 안건 주총 통해 결정…경영권 승패 결정될 듯
캐스팅보트인 신동국 회장과 국민연금 참전으로 지분은 팽팽
모녀와 형제, 주주마음 사로잡기 위해 '정통성'VS'사업성' 강조

한미사이언스의 주총이 28일 진행되는데 이날 주총 결과에 따라 모녀와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그룹 본사 전경 모습.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이재현 기자.
한미사이언스의 주총이 28일 진행되는데 이날 주총 결과에 따라 모녀와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그룹 본사 전경 모습.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이재현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정기 주주총회가 28일 진행된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구성된 이사회 결과에 따라 경영권이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모녀가 지속 유지할지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인 형제가 쟁탈할지 최종 결정된다. 지분율에서는 모녀가 조금 앞서지만 다른 투자기관과 소액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크게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열리는 제51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 주요 안건으로 이사 선임이 진행되는데 송 회장과 한미그룹이 추천한 사내·사외이사 후보 6명과 형제 측이 제시한 5명의 표 대결이 펼쳐진다. 이번 대결의 결과에 따라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이 가속화될지 불발될지 결정된다.
앞서 한미그룹은 지난 1월 OCI그룹과 통합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분을 맞교환하고 지주사를 만들고 OCI홀딩스는 7703억원을 들여 유상증자와 구주 인수 등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27% 취득해 최대 주주로 등극한다. 반면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고 한미그룹의 경영권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임종윤 전 사장과 임종훈 전 사장이 반발하면서 이달 중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됐던 양사의 통합은 지연됐으며 이는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졌다.

주총은 이날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수원과학대 신택스관에서 진행된다.

지난 21일 한미그룹의 장남인 임종윤 사장과 차남인 임종훈 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국경제인협회 FKI타워 에메랄드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이재현 기자
지난 21일 한미그룹의 장남인 임종윤 사장과 차남인 임종훈 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국경제인협회 FKI타워 에메랄드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이재현 기자
△국민연금의 이례적인 참전…지분은 '박빙'


모녀와 형제의 경영권 분쟁에서 외부 유입이 지속되면서 지분이 계속 늘어나 일방적인 승부는 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에 지분에서 약간이나마 우위를 선점한 것은 모녀다. 당시 모녀의 지분은 21.86%, 형제는 20.47%로 팽팽한 상황이었다. 지난 23일 캐스팅보트 중 한 명이었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의 손을 들어주면서 형제의 지분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신 회장의 지원으로 형제 측은 자신들과 자녀 등 특별 관계자 지분을 합치면 40.57%를 보유하게 됐다. 형제 측은 이를 바탕으로 주총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며 자화자찬했다.

그 외에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가 각각 7.66%와 약 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다음 캐스팅보트로 언급된 국민연금이었지만 당시 투자은행(IB) 업계는 국민연금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이날 주총에서 의견을 낼 것으로 관측하면서 형제가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에서 입장을 낼 경우 논란이 발생한 바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국민연금이 모녀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은 알 수 없게 됐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지난 26일 제6차 위원회를 개최하고 한미사이어스 주총회에서 임주현 사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찬성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형제들이 추천한 사외·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한다고 하면서 모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 인해 모녀는 자신들이 포함한 지분과 가현문화재단 등 특수관계법인, 한미 사우회, 국민연금의 지분을 더해 42.1%로 형제보다 지분이 1.54%앞서며 양측의 지분이 역전됐다.

25일(왼쪽부터)이우현 OCI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한미그룹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이재현 기자
25일(왼쪽부터)이우현 OCI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한미그룹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이재현 기자

△주주들 선택에 달려…모녀·형제, 표심잡기 위해 안간힘


지분이 비등비등해지면서 최종 선택은 주주들에게 달렸다. 양측은 대행사를 통해 소주주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각자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들의 진정성을 호소하고 한미의 미래를 언급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들 표심잡기에 나섰다.

먼저 지분에서 약간 앞서고 있는 모녀 측은 형제들이 제기한 신주발행 가처분신청 기각을 바탕으로 주주들에게 '정당성'을 언급했다.

앞서 한미그룹과 OCI그룹이 통합 과정에서 한미그룹은 이우현 회장에게 신주발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형제 측은 이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양사의 통합을 저지했다.

재판부는 지난 26일 신주발행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한미그룹은 재판 결과를 바탕으로 양사의 통합은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통합과 관련해 주주들에게 '정당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형제 측은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송 회장은 임성기 선대 한미사이언스 회장의 의지를 이어받은 자신이 택한 임주현 사장이야 말로 한미그룹을 이어갈 적통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한미그룹은 27일 임주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적통임을 강조했다. 임성기 선대 회장은 작고할 당시 송 회장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임주현 사장은 "통합을 통해 신약개발을 위한 지속가능한 투자 파트너를 구했다"며 "이로 인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주주 친화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를 기업 제1원칙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형제 1조원 이상의 투자유치를 통해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면서 위탁연구(CDO)와 임상대행(CRO)사업을 바탕으로 한미를 '한국의 론자'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를 통해 한미그룹을 5년 이내에 순이익 1조원, 시가총액 50조원 티어에 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같은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한미사이언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51억원이고 한미약품도 1653억원으로 단기간 안에 8배 이상 성장시켜야하는데 이는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와 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로 호재를 거뒀던 것처럼 큰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아울러 목표로 제시했던 시총 50조원도 마찬가지다. 한미사이언스의 시총은 2조8400억원, 한미약품은 4조3600억원으로 약 16배와 10배가 증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미그룹도 형제들의 임종윤 전 사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도전적이지만 역설적으로 매우 비현실적이고 실체가 없으며 구체적이지 못한 계획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형제 측은 "현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을 주주들이 바로 잡아주실 기회가 남아있다"며 "미움과 독선 대신 '화해와 희망, 전진'의 메시지가 될 형제의 주주제안을 선택해 달라"고 말했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