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46)] 줄기세포를 이용한 백혈병 치료

공유
1

[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46)] 줄기세포를 이용한 백혈병 치료

줄기세포를 이용한 백혈병 치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줄기세포를 이용한 백혈병 치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백혈병은 줄기세포 치료가 처음 시작된 분야로 방대한 임상 연구 데이터와 다양한 치료법이 존재한다. 따라서 실제 혈액 종양 전문가가 아니라면 새로운 치료 방법에 대한 언급이 조심스럽다.

특히 소아암은 암 중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도 많아 '잘하면 본전'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최근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상담 요청이 늘어나 용기를 내어 의견을 공유하고자 한다.
조혈모세포(HSCs; hematopoietic stem cells) 치료는 줄기세포 치료의 초기 개념이다. 왜 줄기세포를 여기에 사용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원리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

조혈모세포 치료는 수혈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수혈이 신체의 일부를 다시 보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조혈모세포 치료는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거나 조절하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단순히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수혈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수혈의 역사를 통해 타인이나 자신의 것 모두 혈류에 첨가하는 것이 큰 위험을 수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 되었으므로 조혈모세포 치료에서도 유사한 방식을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필자의 모교는 한국에서 골수이식을 최초로 시행해 골수 이식 건수가 매우 많았다. 인턴 기간 동안 골수 채취나 검사지 작성으로 인해 거의 잠을 자지 못하는 등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이러한 경험이 결국 백혈병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또한 필자가 진행한 중간엽줄기세포(MSCs; mesenchymal stem cells) 연구가 초창기 조혈모세포 연구자들과 이론적 차이로 인해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피지기' 차원에서 백혈병과 그 치료 원리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혈모세포는 사실 형태나 크기를 가지고 구분할 수 없다. 비슷비슷한 세포들이 골수와 혈액에 존재하는데 이들은 모두 백혈구처럼 보여진다. 현미경 검사를 통해 세포의 비율을 알 수 있다.
골수 이식 과정은 수혈과 거의 비슷하다. 온라인의 유명한 사전에서도 조혈모세포 이식은 백혈구를 제외한 줄기세포만 이식하는 것으로 잘못 설명하기도 한다.

골수에서 채취할 경우 순환 혈액에 비해 부착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분화능이 더 다양한 골수계 전구세포를 더 얻을 수 있다.

백혈병은 크게 골수계세포가 변이한 골수계 백혈병과 림프계 세포가 변이한 림프계 백혈병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다시 만성과 급성으로 나뉘어 총 네 가지로 구분된다. 물론 이 외에도 다른 기준에 의해 분류되는 경우도 있다.

급성 백혈병의 경우 증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본연의 백혈구 기능이 문제가 된다. 반면 만성에서는 세포들이 분열은 하지만 잘못된 세포로 분열하고 누적되면서 침착된 조직의 기능이 마비가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단순히 백혈구 기능의 문제로만 생각하면 부족한 세포를 계속해서 보충해주면 해결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림프계 백혈병은 림프절에 주로 누적되므로 림프종처럼 되고 골수계 백혈병은 골수에 누적이 되어 골수 본연의 기능인 전신 재생과 뼈 성장 시 세포 공급에 차질을 일으킨다.

예후는 만성 골수계가 좋지 않다. 혈액의 본연의 기능 이상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사망으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은 장기들, 특히 골수에 누적되어 골수의 기능을 억제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골수이식을 통해 많은 백혈병 환자들이 효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세포만 보충하는 것보다는 방사선 요법이나 화학요법을 미리 시행하고 세포를 투여하면 더욱 좋다는 것이 최근까지 이어져온 방식이다.

이는 전 처치 치료과정 중 악성세포가 민감하니 이들을 최대한 제거하고 투여해야 새로 들어간 세포가 번성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비롯된다.

외과적으로도 잘못된 조직이 있는 경우 수술적으로 도려내고 새로운 조직을 이식하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로도 아무리 재생능력이 뛰어난 상태더라도 죽은 조직을 도려내면 더욱 빨리 재생되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아 왔다.

그런데 상황상 도려내는 과정을 할 수 없는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수술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거나 수술을 버틸만한 체력이 부족한 환자의 경우 수술을 강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재생력을 최대한 보완하면서 스스로 손상된 부위를 제거하고 스스로 재생하기를 바라면서 치료할 수밖에 없다.
백혈병은 줄기세포 치료가 처음 시작된 분야로 방대한 임상 연구 데이터와 다양한 치료법이 존재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백혈병은 줄기세포 치료가 처음 시작된 분야로 방대한 임상 연구 데이터와 다양한 치료법이 존재한다. 사진=로이터


암 수술에서도 최대한 절제가 기본이다. 너무 당연한 이론이지만 때로는 절제하기 전 최대한 치료를 통해 암을 억제한 후 절제하기도 하고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할 경우 아예 절제 수술을 시행하지 않고 치료만 한다. 이러한 상황은 선택이 아니고 어쩔 수 없는 경우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백혈병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외과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지만 많은 연구에서는 '선 제거 후 대체'가 당연시되고 있다. 어렵게 공여자를 구해 얻은 귀한 골수 이식 치료 기회를 가장 효율 적인 방법으로 써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세포 배양으로 어렵지 않게 지속적인 줄기세포 공급이 가능한 것을 아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현재 환자의 상태가 화학, 방사선 요법을 받아들이기 어려우면 그냥 줄기세포만을 투입해도 무방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혹시 누가 물어본다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 보다는 줄기세포 투여라도 하라고 한다. 그러면 치료 특성상 활발하게 살아있는 암을 더 키우면 위험하지 않느냐는 반문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골수 줄기세포 이식도 어차피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고 투여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만약 정맥에 투여된 줄기세포가 암 세포를 도와 악화시킨다는 증거가 있었다면 지금의 골수 이식은 분명히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암세포를 미리 약화시켜야 새로 들어간 세포가 더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은 맞지만 오로지 줄기세포만 투여한 경우에 비해 생존율이 얼마나 더 향상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보고를 찾기 어렵다.

다만 화학, 방사선 요법이 관해(remission) 기간을 늘려주는 것은 암세포가 많이 줄어 있기 때문에 관해 상태로 판단이 되고 약물도 줄기세포를 따라 전달이 잘되기 때문에 화학, 방사선 요법을 시행하지 않고 줄기세포 이식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전 치료로 공존하고 있던 정상 세포들도 같이 손상되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몸 전체로 보면 암세포보다는 정상세포가 훨씬 많은데 화학, 방사선 요법은 동일하게 세포에 손상을 가한다. 이에 따라 새로 투여된 줄기세포가 담당해야 할 재생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되므로 줄기세포 치료에도 불구하고 비 재생 사망(NRD; non relapse death) 비율은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재발 여부는 현재의 암세포 수로 판단하지만 종합적 신체 대응 능력은 정상 세포의 기능 수준으로 정해지므로 정상 중간엽 줄기세포의 신체 분포 총량이나 혈액 중 농도도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간주되어야 할 것 같다.

타인의 세포를 이식할 때는 화학, 방사선 요법이 전반적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타인의 세포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거부 반응이 줄어드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지만 자가 세포를 사용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제까지 보면 필자의 견해는 마치 줄기세포 투여 이전에 화학, 방사선 요법을 사용하지 말자는 쪽으로 오해 받을 소지가 있다. 그래서 이건 분명히 해두고 싶다. 기존 치료 지침에 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없었던 자가 줄기세포의 공급방법이 새로 생겼기 때문에 어떻게 적용할 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특히 전신 상태가 불량해 화학, 방사선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들이나 이미 예정된 치료 사이 사이 쉬는 기간에 이러한 접근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줄기세포 배양 중에 밝혀진 긍정적인 발견 중 하나는 배양 중에 암세포를 선별해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집의 형태와 특성, 때로는 골라내어 배양하고 검사해서 표지자를 구별하는 것도 어렵지 않기 때문에 배양은 확실히 암 환자로부터 채취한 세포라도 정상 줄기세포의 순도를 높일 수 있다.

백혈병 치료에서 발생하는 많은 사망 원인 중 하나는 타인 세포가 들어와 환자 몸을 헤집고 다니는 상황(이식편대숙주질환, GVHD)이다.

화학, 방사선 치료로 환자의 정상세포가 모두 없어지고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 몸은 극소량의 이식 세포가 온 몸을 공격하는 현상으로 인해 외부 세포가 들어왔을 때 방어가 불가능한 수준이 된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이 충분한 양의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면 자가 세포가 선호된다. 물론 치료를 받는 환자는 이미 골수 줄기세포가 많이 손상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배양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자신의 세포를 사용하기를 권하고 싶다.

자가 조혈모 세포이식에서 기대하는 것은 중간엽 줄기세포 기능이다. 소실된 중간엽 줄기세포를 보충하고 암세포에 의해 압박 받는 골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중간엽 줄기세포의 수를 증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 들어간 줄기세포는 암세포를 일부 도와주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암세포와 경쟁하며 암세포를 밀어내고 재생을 시도하게 된다.

창상 치유 과정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찰된다. 반쯤 죽은 세포를 남겨놓고 치료를 진행할 경우 이 세포들이 죽지 않고 남아있어 오히려 흉터를 형성하거나 정상 세포 진입을 막기도 한다.

그래서 절제술이 필요하다. 줄기세포가 암세포를 돕는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조절 능력을 발휘하는 과정으로 전체적으로 치료 효과가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설사 일부러 제거하지 않더라도 줄기세포는 암세포의 피동적 감소 원인이 되므로 치료는 가치가 크다.

화학요법은 연속적으로 시행할 수 없기 때문에 기간을 두고 정해진 시기에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이 때 줄기세포를 투여하는 것은 명백한 이득을 가져올 것이다.

결론적으로, 줄기세포를 통해 백혈병을 치료한다면 현대 배양 기술의 진보를 활용해 자가 세포를 사용하고 투여 빈도를 늘리면서 배양 중 몸 밖에서의 줄기세포 훈련과 암세포 제거 및 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것을 제안한다.

특히 세포를 상시 증폭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어 화학, 방사선 요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줄기세포 투여라도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다. 또한 골수가 아닌 다른 조직의 줄기세포는 골수나 혈액에서 추출하는 것보다 재생 기능에서 유리하다. 기왕이면 골수 이외의 지방이나 피부 등 턴오버가 느리고 암세포 전이가 쉽지 않은 조직의 중간엽 줄기세포를 사용하는 것은 어떨지도 제안해 본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