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그 후원자 친구들(19)]베르나르도 파즈
예술+자연이 결합 어뮤즈먼트 파크 ‘인호팀’ 개관
전시관 넘어 호텔, 컨벤션센터 등 다목적 공간 기능
36만평의 자연숲에 20개 갤러리·23개 옥외 시설물 장관

필자는 독자들과 또 한 명의 예술 후원자를 만나기 위해 열정의 나라 브라질로 가고자 한다. 미국의 예술잡지 ‘아트+옥션’에서는 매년 연말에 예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선정해 발표하는데, 2012년을 가장 빛낸 예술 후원가로 뽑힌 노년의 멋진 브라질 남자가 그 곳에 있다. 그는 예술가들의 오아시스이자 꿈을 실현시켜주는 예술공원을 탄생시킨 사람이다.

브라질에서 가장 성공한 비즈니스맨이라고 여겨지고 있는 파즈는 오직 일에만 열정적이었고 미술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대신 자연과 식물을 좋아해 집 근처에 버려진 광산마을과 농장, 산을 사서 자신과 가족들을 위한 휴식처로 개인 정원을 만들게 되었다. 그 공간을 미술품으로 채워야겠다는 마음이 생겨 미술가들과 아트 딜러들을 만나게 되면서 서서히 친분관계가 생기게 되었다.
처음에 파즈는 한 아트 딜러의 추천으로 현대미술을 여러 작품 구입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지루해지는 것이었다. 딜러가 파즈의 성향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던 듯하다. 그래서 어느 날 가지고 있던 작품들을 모두 처분하고 대신 좀 더 신선하고 새로운 작품을 찾고자 했다.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설치작업을 하는 브라질 미술가 퉁가(Tunga)와 친분을 쌓게 되면서 동시대 미술을 알게 되었다. 칠도 마이어레스(Childo Meireles)와 미구엘 리오 브랑코(Miguel Rio Branco), 미국 미술가 폴 맥카티(Paul McCarthy)와 관계를 맺어가면서 점점 동시대 미술에 흥미를 가지게 되고 아방 가르드에도 눈을 뜨게 되어 결국 동시대 미술 작품들을 컬렉팅하기로 결정했다. 그로 인해 문화적 열정에 불이 붙었다. 풍부한 자연환경과 위대한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 어뮤즈먼트 파크를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꾸게 된 것이다. 덕분에 개인 예술정원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예술 공원으로 확장되어 인호팀이 탄생한 것이다.
올해 만 63세인 파즈는 어깨까지 오는 회색 머리를 휘날리며 늘 검은 자켓, 검은 셔츠와 바지를 입고 던힐 담배를 물고 다닌다. 그는 브라질의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벨로 호리존테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아버지가 소유했던 주유소에서 가스를 넣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식거래사로 일을 하다 광산업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되었고 크게 성공하였다. 최근 일곱 번째 결혼을 했다는데, 많은 부를 이뤘지만 순탄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그는 스스로를 외로운 사람이라 칭한다. 진정한 친구도 많지 않다고.

갤러리 빌딩들은 조경계획 중에 탄생한 인공 호수들 주변으로 밀집되어 있는데 오직 한 명의 미술가의 작품만을 위해 만들어진 개인 갤러리와 500개가 넘는 파즈의 컬렉션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특별 주문해서 설치된 다른 미술가들, 매튜 바니나 더그 아이켄의 파빌리온은 정글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그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 언덕을 오르고 나무 사이를 지나가다가 지치면 인호팀의 젊은 직원들이 몰고 다니는 전기 차를 멈춰서 타고 갈 수도 있다. 다른 뮤지엄과는 달리 관람객들이 두 시간 정도 인호팀을 둘러보다 보면 그 곳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 개관 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데 2012년에는 6월까지 15만7000명이 방문했다.
파즈가 꿈을 실현시키는 데는 뉴욕 아트딜러 마리안 굿맨(Marian Goodman)의 격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파즈에게 큐레이터 알란 슈와츠맨(Allan Schwartzman)을 고용하라고 제안한 것도 그녀였다. 제안을 받아들여 큐레이터 그룹을 만들었고 그들은 다른 뮤지엄들이 할 수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인호팀에서 적용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오랫동안 고민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왔다.

1년 간 운영비로 대략 600억~700억 달러가 소요되는데 지금까지는 파즈의 회사가 운영비를 책임지고 있었으나 앞으로는 인호팀이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관람객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10개의 호텔을 지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호팀과 가까이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로프트 형식의 거주공간도 지을 생각이다. 파즈는 자신의 미술관을 단순히 미술 전시관을 넘어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호텔, 컨벤션 센터, 연구소 등의 시설과 더불어 미술관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첨부해 온 가족이 예술을 자연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즈니 월드를 세워나가길 꿈꾸고 있다.

행위 조각가 크리스 버든(Chris Burden·1946)은 부셔진 건축물의 구조물들을 40m 높이의 공중에서 젖은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트려 ‘빔 드랍(Beam Drop)’이란 철제 숲을 만들었다. 매튜 바니는 작품을 의뢰했을 때 유칼리나무 숲안에 둥근 지붕의 시설물을 설치하고 싶어했고 그 안에 유칼리나무와 관련된 신화의 내용을 담은 재미있는 작품을 전시했다. 최근 루이비통과의 협동작업으로 유명한 야오이 쿠사마(Yayoi Kusama·1929)는 ‘나르시스 가든 인호팀’이란 제목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500개의 스틸로 만들어진 원형체가 새로 오픈한 교육센터 옥상정원 안에 있는 인공연못에 떠있다. 바람에 의해 움직이고 스틸 원형에 비치는 자연의 모습이 아름답다.

파즈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킴으로써 다른 이들에게 꿈을 실어주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인호팀을 운영하고 새로운 것을 계획하느라 우울증과 불면증에 걸리기도 한다는데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에 앞서 스스로도 행복을 찾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