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장 김정화의 전통염색이야기(9)] 천연염색은 색이 빠지는 것이 정상(?)
'천연염색은 색이 빠지는 것이 정상이다.' 라고 하는 말은 염장을 무시하는 모욕이다. 그럴 때 필자는 이렇게 반문한다. 왕이 행차를 나갔는데 소나기가 와서 빨강색 가마장식이 얼룩지고, 곤룡포가 용안을 빨갛게 물들인다면, 풍상우로(風霜雨露)에 나부끼는 전쟁터의 군기가 탈색이 된다면, 그대는 어찌하리?나 같으면 그 염장을 당장 댕강하겠노라고 말하겠다. 아직도 남아 있는 옛 유물들은 그렇게 쉬이 탈색‧변색하는 일은 없다. 우리 앞에 당당히 유물이란 이름으로 현존한다.
필자가 실제로 본 유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은 2005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국립미술대학 막(MAK)에서였다. 학장을 만나 가져간 필자의 도록을 전하자 꼼꼼히 들여다보던 그이는 마침 지하 유물관에서 『초기 이슬람과 고대 이집트의 직물』기획전을 앞두고 전시를 위하여 유물자료를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이는 나를 유물관으로 데려갔다. 놀랍게도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AD 2~8세기의 다양한 직물 유물들이었다.
평직, 수자직으로 짜여진 마포, 양모, 실크 등에 염색한 실로 다양한 무늬와 그림을 직조한 이들 유물은 물들인 실로 직조한 부분과 물들이지 않은 부위의 멸실(滅失)정도가 확연히 달랐다. 신기하게도 빨강, 검정, 초록 등으로 물들인 실로 직조한 부분이 더 선명하고 완전한 상태로 남아있었다. 고대의 염색기술 즉 전통염색은 직물을 더 강하게 만드는 성분이 있다는 뜻이었다. 어째서 일까? 그이도 내게 그것에 대해 질문을 했다.
염색을 배우려는 이들에게 염료의 량과 횟수를 많이 하라는 말을 늘 강조하는데 염료의 량과 횟수는 색감을 높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견뢰도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인자가 되기도 한다.
전통염색과 상품화된 천연염료는 그 재료가 다르다. 요즘 시판되고 있는 천연염료는 성분추출법으로 색소를 따로 분리해낸 것이다. 이물질이 걸러지니 색의 순도가 높고 맑다. 화학적으로는 합성염료와 별반 다를 바 없다. 눈으로 보아도 마찬가지다. 맑고 선명하니 멋진 색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것을 바꿔 말하면 합성비타민 알약이 과일보다 낫다고 하는 말과 같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식 염색법에 회의를 품는 이들에게 필자는 말한다. 아무리 그래봐야 사람의 몸뚱아리는 아날로그라고.
유물들은 옛 염색법이 비효율적인 듯 보이지만 긴 시간이 지났을 때 그 효용성은 확연히 입증되는 가장 좋은 실물자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