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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색의 중심인 땅의 색 황색(黃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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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색의 중심인 땅의 색 황색(黃色)

[염장 김정화의 전통염색이야기(14)] 오방색-황색
[글로벌이코노믹=김정화 전통염색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색채 이론은 음양오행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어 방위를 따라 정색인 오방(五方)색과 간색인 오간(五間)색으로 구분되어 있다. 염색에서 오방색이 중요한 이유는 오방색을 다룰 줄 알게 되면 모든 색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오방(五方)이란 중앙 즉 중심을 포함하여 사방(四方)을 말하는데 고정된 한 방향이라고 하기 보다는 순환이라는 개념이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상호 작용에 의하여 상생이 되기도 하고 상극이 되기도 한다.

오행사상에 의한 색채의 중심은 황(黃)색이고 동은 청(靑), 남은 적(赤), 서는 백(白), 북은 흑(黑)으로 나뉜다. 오방의 색상이 왜 이렇게 정의되게 되었는가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한 일이다. 이 색상들을 잘 살펴보면 서양에서 말하는 색상의 근간인 적, 청, 황의 삼원색과 이 모든 색을 합한 검정, 모든 색을 뺀 흰색과 같다.

▲오방색컬렉션이미지 확대보기
▲오방색컬렉션
서양에선 흰색과 검정은 무채색이라 하지만 동양에선 유채색인 삼원색과 함께 색으로서의 당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동양화를 보자면 검정 먹 한가지로 사군자와 모든 동식물을 표현하고 흰 바탕의 종이 색으로 푸른 하늘과 땅과 물을 표현한다. 삼원색이 합해지면 검정이 되니 검정은 세상 모든 존재의 변화를 나타내고, 흰색은 있고 없음이란 같은 것이란 논리의 철학적 사유까지 나타낸다. 이렇듯 오방색은 사물의 이치를 탐구한 깊은 궁구(窮究)에 의한 것이어서 우리 조상들의 색채관이 상당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우리 조상들이 황색을 오방색의 중앙에 둔 이유를 학문이 없는 필자가 논할 일은 아니지만 사람이 서있는 땅이 삶의 중심이고 그 땅의 색이 황색이기 때문이리라.

염색을 하면서 알게 된 일이지만 땅의 기운을 먹은 식물의 색상도 황색이 가장 많이 들어 있어서 매양 신기한 생각이 든다. 황색은 모든 식물들이 가장 많이 함유한 색소여서 농도 차이가 있을 뿐 황색 염색이 되지 않는 식물은 거의 없다. 황색은 염료식물이 다양하여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탈색이 안 되는 황색은 어렵다.

전통 황색염료로 알려진 치자, 황백, 울금, 황련 등은 견뢰도(굳고 튼튼한 정도)가 낮다. 이들 염료는 수용성이라 끓이지 않고 물에 담그기만 해도 쉽게 용출된다. 이 말은 색이 물에 쉽게 빠진다는 뜻이다. 이들을 염재로 염색을 할 경우 한줄기 바람, 한순간의 볕에도 탈 변색이 일어난다. 오랫동안 보존해야할 종이나 자수, 매듭, 옷 등을 염색하는 데는 부적절하다. 옛 기록에 나와 있으니 염료라고도 할 수는 있지만 이는 세탁할 때마다 바느질한 조각들을 풀어서 세탁하고 다시 물들이고 푸새를 하던 20세기 전 세대 때는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실용성이 전혀 없어 직물 염료로서의 가치는 없다고 하는 게 맞다.

▲오방색가운데땅의색인황색이미지 확대보기
▲오방색가운데땅의색인황색
그에 비해 대황의 뿌리로 물들인 직물은 견뢰도가 좋을 뿐만 아니라 색감도 차분하여 이름 그대로 ‘큰 황색’ 즉 대황(大黃)이다. 필자가 보았던 옛 복식 유물, 불복장 유물의 황색은 거의 대부분 대황이다. 그 이유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탈색이 되지 않고 도리어 더 누른 빛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황색 염료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대황은 색이 오래 유지되는 장점이 있으면서도 품종이나 토질 등에 따라 다른 색채를 나타내기 때문에 초보자에게는 적정량, 적정횟수 조절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시중에는 애기똥풀로 노랑색 염색을 하는 이가 더러 있다. 젖먹이는 어미가 먹는 나물 반찬에 애기똥풀이 한줄기만 섞여 있어도 그 젖을 먹은 아이가 노란색 설사를 한다는 독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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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장김정화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