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장 김정화의 전통염색이야기(32)] 하이드로 설파이트를 넣지 않은 쪽색
[글로벌이코노믹=김정화 전통염색가] 지금 우리들에게 알려진 쪽색은 어떤 색일까? 약수터에서 볼 수 있는 파랑 물바가지, 포장마차를 감싼 파랑 천막지, 둥글거나 네모난 파랑 쓰레기통, 말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밝고, 맑고, 환한 파랑색이 쪽색이란다.전통 쪽염은 그러하지 않다. 인디고 분말의 쪽색이 그렇게 맑고 밝은 것은 좋으나 전통 쪽물이 그것을 보면 진저리를 칠 것이다. 유사품이 진품을 뺨치는 일은 외제 명품만이 아니다.
1990년 1월, 현대화랑에서 이중섭 특별전을 보았다. 하루 내내 「달과 까마귀」앞에만 서있었다. 한밤중에 자다가 집에서 쫓겨난 듯도 하고, 놀러 나온 듯도 한 다섯 마리의 까마귀가 날고 전깃줄에 앉는, 노란 달과 함께 그려진 그 하늘의 색은 그날 나를 한 마리의 까마귀로 만들었다. 불안함과 수선스러움을 보이던 그 상황을 표현한 그 하늘, 그 푸른색은 그림 앞에 선 이가 그대로 몰입되어 저절로 그림의 일부가 되게 했다. 그 하늘색은 맑기만 하여 투명한 것도 아니었고, 어둡기만 하여 둔한 느낌만 들게 하는 색이 아니었다.
그 상황을 어찌 그리 정확한 색으로 표현했을까? 그건 착잡한 푸름이었다. 이중섭은 한국의 쪽색을 온전히 아는 사람인 듯했다. 쪽물만이 보여주는 누른 듯 푸르고 푸른 듯 검은, 그런 색이었다.
그 이후로 외국의 전시관 박물관을 다니면서 진품 그림을 볼 때마다 인쇄물의 색감차이를 살펴보고 있지만 이중섭의 그림만큼 차이나는 것은 보지 못했다. 아는 만큼 보이기에 그럴 것이다. 쪽물 쪽물하면서 매달린 시간만큼 전통쪽물의 색감은 분명하고 확연한 자신만의 색감이 있다.
2004년, 일본 교토의 요시오까 사찌오 선생을 만났었다. 당신 아버지의 계절학기 수업을 몇 회 이수한 모모씨가 한국에서 천연염색의 대단한 대가가 되었다며 우리나라의 염색 수준을 알고 있다는 듯 사뭇 의례적인, 다음 약속시간을 재촉하는 분위기였다.
통역이 있었지만 말은 의미가 없을 듯하여, 우리의 전통 법으로 작업한 홍화 개오기 대홍, 자초물들인 자주, 쪽물들인 무명 베 조각을 꺼냈다. 선생은 유독 쪽물 조각에 관심을 보였다. 근엄한 자세로 떨어져 앉았던 선생이 가까이 자리를 옮겼다.
쪽으로 이런 색도 만드느냐고 물었다. 그건 단지 쪽물이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물들이되 상등(上等)물을 다 쓰고 난 뒷물로 물들인 독특한 회청색 느낌이 나는 쪽색이었다.
천연염색은 일본, 한국, 어디에서도 누구나 다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염색은 우리나라에서만 한다. 전통염색과 천연염색은 다르다. 다른 것이 차이다. 차이는 특이함, 특별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