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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크, 이 한자가 이랬어(3)] 배(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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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크, 이 한자가 이랬어(3)] 배(背)

두 사람이 등을 맞댄 형상


마음은 좌우로 다 돌아서


[장현주 한글한자성훈색형연구소 소장] 한 사람이 웬만한 크기면 죽음 이 까짓 한 생을 건너가는 것쯤으로 여겨진다. 물론 죽는 고통이야 생생하랴만 다음 생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로 귄터 그라스의 전생 후생을 거듭해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넙치>가 있다. 유다의 배신은 그만한 크기의 예수가 미리 내다본 바로 자신 한 생애의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을 읽는다는 것은 배신도 읽어낸다. 황석영의 장길산이나 임꺽정 이야기를 듣다보면 꼭 같은 대목에서 같은 결말을 맺는다. 요즘 말로 절친에게 뒤통수를 맞아 죽는 것이다. 배신이란 서로 가깝기가 제 몸 같지 않으면 일어날 수가 없다. 예수가 유다에게 알고 내어 준 마음도 그만했을 것이다. 그래서 갑골문 친(구)은 원수라는 뜻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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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일없이 허망하게 죽는 장길산과 달리 유다의 배신이 빛을 발하는 건 그로 인해 예수는 죽어도 부활하는 영화 같은 씬(신) 때문이다. 그래서 장길산은 묻힌 전설이요, 예수는 아직도 생생히 산 현재형이 되었다. 더 드라마틱한 점은 배신으로 초주검 예수를 보낸 배신자는 예수를 향해 평생 헌신한다는 것이다. 닭이 울기 전에 세 번 부인한 베드로가 그렇다. 이만한 크기의 영향력은 사람을 제대로 꿰뚫지 못하면 안 된다.
그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던 손자는 어떤가. 이 순서는 틀렸다. 자신을 알지 못하면 남은 죽었다 깨어나도 알 길조차 없다. 이때 지기지피의 기는 바로 자신의 몸(己)이다.

갑골문 背는 北과 같고, 두 사람이 등을 맞대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두 사람의 모양이 조금 다르다. 사람은 마음이 변해 돌아설 때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돌아선다. 이것이 좌파 우파며 잘못이라는 뜻의 와로도 읽히는 북녘(북한?)의 실체다. 달리 말하면 배신은 육달월이라는 부수로 통칭되는 사람 몸이 북녘같이 얼음장이면 일어나는 일이다.

이것을 돌이킬 수 있을까. 그것이 변화의 化 얘기다. 갑골문 化가 배와 북과 다른 점이 왼쪽 사람이 거꾸로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化나 北의 부수가 똑같이 비수(匕)다. 이 匕의 다른 뜻은 밥숟가락이며 화살촉이다. 감이 오는가? 사람이 밥술을 뜨다보면, 습관 과녁에다 화살질을 하다보면 공격의 등갈기만 세우다 북망산 간다는 것이다. 그럼 거꾸로 된 化는 어떻게 되나. 비록 자신은 죽어도 다른 생명은 살리는 연어나 예수의 스토리가 그렇다.

/장현주 한글한자성훈색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