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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고란살(孤鸞殺)(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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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고란살(孤鸞殺)(상)

[김미석의 신살(神殺)로 풀어보는 세상이야기(3)]
일 년 삼백 예순 다섯 날. 매일 사랑하기 좋은 날(day)이지만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3월 14일 화이트데이, 5월 14일 로즈데이, 5월 21일 부부의 날 등은 사랑하는 커플들의 닭살 행각에 온 지구를 핑크 빛 사랑으로 물들이는 특별한 날들이다.
그러나 이 날은 자발적이든, 상황 때문이든 그간 씩씩하게 지내오던 짝 없는 원앙, 짝 잃은 외기러기들의 한숨과 원망이 더욱 회색으로 짙어지는 날이기도 하다.

마음을 함께 나누며 손 맞잡고 살아가도 가끔 힘들고 지칠 때가 많은 우리네 인생인데, 처음부터 내 마음을 알아주고 토닥여 주던 그 님이 어느 순간 내 마음을 몰라주고 외면하면 정말이지 삶의 의미마저도 퇴색해 버리곤 한다.

중국 진나라 최표가 편집한『고금주(古今注)』와 우리나라『해동역사』,『대동시선』등의 여러 책에 수록되어 있는 고려가요 <공후인('공무도하가‘로 더 유명하다.)>은 지난 2014년을 이어 지금까지도 손 맞잡은 정든님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모티프가 되었는데, 아마도 독자들께서도 학창시절 이별의 그 먹먹한 감정까지는 미쳐 공감치 못하였어도 우리나라 문헌에 등장하는 최초의 노래로 빨간 줄 쳐가며 외우셨던 기억은 남아 있으실 테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公無渡河)
님은 마침내 강을 건너시네(公竟渡河)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墮河而死) 가신님을 어이 하리오(當奈公何)

<공무도하가(공후인)>은 백수광부(白首狂夫)의 처(妻), 혹은 조선진(朝鮮津)의 곽리자고(곽(?)라는 마을(里)에 사는 자고(子高))의 아내 여옥(麗玉)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금주(古今注)』,〈音樂〉 제3권의 내용을 참조한 이 시가(詩歌)의 배경 스토리텔링(설화)은 아시는 바대로 다음과 같다.

여옥의 남편 자고가 새벽에 배를 타고 노를 저어가고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흰 머리를 풀어헤친 백수광부(白首狂夫)가 술에 취하여 거센 물줄기로 뛰어들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뒤따라오며 멈추시라 외쳤으나 아내의 외침을 못 들었는지 마침내 강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아내는 망연자실 노래를 부르고는 역시 스스로 물에 몸을 던져 죽고 만다.

이 광경을 목격한 곽리자고가 돌아와 그 노래를 아내 여옥에게 들려주었다. 여옥은 슬픈 사연과 함께 공후(??)라는 악기에 맞춰 그 곡조를 이웃 사람에게 옮기니 듣는 사람들 모두가 눈물을 삼키며 이내 따라 부르게 되었고, 이웃집 여자 여용(麗容)은 그 곡조에 이름을 붙였다. 이가 바로〈공후인〉이다. 문자로 기록되기 그 오래 전부터 애창되어온 애절한 이별을 주제로 한 고대 대중가요였다.

인간의 심장은 묘하게도 기쁨보다는 슬픔에 더 민감한가 보다. 그리 보면 그 많은 노래 중엔 사랑의 기쁜 순간을 노래한 것 보다, 사랑의 슬픔을 읊은 노래가 더 가슴에 와 닿는 것 같고, 오랫동안 불리는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의 심정을 꼭 맞춤한 이별노래 한 두 개쯤은 모두들 있어 보인다.

여하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자상한 할아버지와 고운 할머니처럼 서로 마음껏 사랑하다가 죽음이 그 사랑을 거둔다면 몰라도 상대방에게 관심과 배려, 애정을 무한 방출하여도 이상 하리 만큼 내 마음이 통하지 않고 내 마음의 강을 건너가 버리는 사연이 잦다면, 내 사랑을 몰라주는 님만을 탓하지 말고, 내 사랑의 노래가 상대에게 닿지 않는 신세를 타고 난 것은 아닌지... 혹여 나는 고란살(孤鸞殺)에 해당하는 날에 태어난 것이 아닌가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주변에 손해를 끼치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불구하고 내 주위에 지인(知人)이 없이 늘상 외로움이 느껴진다면 고란살에 해당되는 팔자라 추측해 볼 수 있다.

갑인(甲寅), 정사(丁巳), 신해(辛亥), 무신(戊申), 기유(己酉), 병오(丙午), 임자(壬子) 을사(乙巳), 무오(戊午)일에 출생한 사람들은 짝 없는 원앙, 짝 잃은 외기러기, 짝은 있어도 내 마음을 몰라주어 외로운 인생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은 날에 태어난 고란살(孤鸞殺)에 해당하는 일주(日柱)라고 명리학에선 말한다.

고란살이 있으면 부부의 불화가 잦고, 이별을 하거나 한 집에서 함께 살더라도 외로운 감정을 느껴 상대를 원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은 결국 남편(男便)보다 자녀(子女)에 대한 애착심(愛着心)이 강해져서 결국 부부애정(夫婦愛情)이 더 멀어진다고 진단내리기도 하는 외로움을 예보하는 신살(神殺)이다. 그래서 궁합을 볼 때 고란살이 있는 주인공의 이상적 배우자 점수는 조금 인색하게 매겨지기도 하지만, 오늘날에는 주말부부나 각자의 일이나 취미로 인한 즐거운 별거(別居)형태, 더 나아가 여러 색다른 가정의 형태를 묘책으로 내어 놓기도 한다.

그러나 고란살 여성들은 그 어떤 여성들보다 여성적 본능이 강하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 상대들에게 어머니처럼 지치지 않고 보살펴주는 따뜻한 심성을 가졌다. 있는 대로 다 퍼 주고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한다. 다만 가끔 그 마음을 알아봐 주고, 눈치껏 찬양 몇 마디로도 만족해하는 소박한 고란살 여성들이다. 아낌없이 주기에 상대에 대한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지만, 상대가 이를 몰라주면 당연히 실망감과 원망감에 외로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고란살 여성들은 감정표현에 솔직하기에 외로움과 원망감을 솔직히 드러낸다.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배려하다, 어느 날 불현 듯 외로움과 원망감을 드러내는 고란살 여성들이 부담스러워 사랑의 강을 건너 저 멀리로 가버리는 남성들이 생기는 것이다.

사실 요즘은 대다수의 부부가 맞벌이로 인하여 주말부부나 부득이 별거하는 부부도 많고, 각자의 일이 바빠 예전처럼 하루 종일 붙어 있을 시간도 없다. 할 일 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그러니 고란살일에 출생하지 않아도 고란살 처럼 살아가는 부부가 많다.

고란살이 팔자에 없어도 인간은 원래 외로운 거다. 외로우니까 인간인 것이다.
그러니 고란살에 출생한 주인공들이여~
사랑을 주는 것도 당신의 기쁨이었던 것을 기억하자.

외로움을 느낀다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준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다 주고도 외롭다면 차라리 그 외로움마저도 즐기자.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자. 내 사랑이 필요한 다른 상대를 찾아보자. 부지런히.......

사실 내 사랑이 필요한 다른 상대는 다름 아닌 그대 자신일 것이다. 나 자신에게 사랑을 쏟아보자. 내가 집중할 수 있는 다른 취미도 찾아보자.
그대의 님에게 베푸는 사랑은 너무 아름답지만, 더 큰 인류애를 발산 할 수 있는 대아(大我)의 사랑에 눈 돌려 보자.

외로움을 통해 성숙하고 또 다른 나로 업그레이드 된 자아를 만날 수 있도록 말이다.
행복한 사주미래공작소 헤르메스 김미석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