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리뷰] 최은지 안무의 '눈 먼 선택'

세상엔 맹시들의 천지니까. 우리는 아르고스가 필요하다.’
4월 첫째 주 토·일요일 참신한 주제로 주목을 끈 M극장 신진안무가전 후반 초청작 최은지 안무의 『눈 먼 선택』(예술감독 이해준 한양대 교수)은 ‘무주의 맹시’를 동인(動因)으로 삼는다. 무주의 맹시, 눈이 특정 위치를 향하고 있지만 주의가 다른 곳에 있어서 눈이 향하는 위치의 대상이 지각되지 못하고, 편시현상으로 정작 중요한 사항을 놓치는 상태를 일컫는다.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사실과 잘못된 선택에 대한 것을 잊어버리고 점차 자신의 눈이 멀어가는 것을 모른 채 또 다시 자신이 보고 싶은 것, 원하는 것만을 향해 간다. 세월호 사건에 얽힌 다양한 의견 분출 속에 우리 앞에 이기적·개인적인 눈 먼 자들의 세상이 놓여 있다. 안무가는 우리가 그리스 신화의 백 개의 눈이 달린 아르고스의 눈을 가질 것을 주장한다.

1장, 세 명의 여인이 갈색 빵 봉투(비석)를 들고 들어와 바닥위에 세운다. 노란 실을 끊고 상체 탈의의 한 남자가 등을 보이며 들어선다. 그곳으로 우리를 이끈다. 파도소리 속에서 바닥위에 여섯 줄, 그 뒤로 무수한 죽은 자들을 상징하는 수많은 봉투가 서있고, 검은 의상을 입은 한 여자가 등장하며 연극 대사처럼 독백을 한다.
“보았다. 보지 않았다. 찾았다. 찾지 못했다. 찾지 않았다. 찾을 수 없었다. 찾으려 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눈을 감은 채, 귀를 닫은 채, 제 각각의 선택과 판단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변의 빛이 춤추는 가운데, 여인은 봉투를 집어 든다. 가벼운 드럼 소리, 가족들의 흐느낌이다. 강한 형상, 진혼무의 개념으로 오인무가 추어진다.


3장, 모두 봉투를 뒤집어쓴다. 두 손엔 여자들의 분노가 담겨져 있다. 사람들은 눈이 멀었다. 여자(최은지)는 봉투를 안은 채 벌레처럼 바닥에 탈진하여 하늘을 향해 애원하듯 누워있다. 사내는 다시 개가 되고, ‘기다려, 기다려, 아니야, 죽었어’ 소리가 들린다. 개는 다시 노란 실을 목에 걸고 연결하려는 동작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세월호 사건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최은지, 고양예고강사로서 한양대학교 공연예술학과 석사과정에 적을 두고 있다. 그녀는 밀물현대무용단 정단원 활동을 하면서 한국무용학회 차세대 안무가상, PADAF 안무가상, 한국현대무용협회 은상을 수상한 심지 굳은 춤꾼이다. 그녀가 정성으로 빚은 춤은 주변의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적 이슈를 끄집어내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친화력을 갖고 있다. 무운(舞運)을 빈다.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