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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85)] 우리 뇌는 그렇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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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85)] 우리 뇌는 그렇지 않아

지난 주말, 안양에 소재한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님을 찾아뵙고 왔다. ‘치매’로 인해,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침대에만 누워 계신 지 10여년의 세월이 지나가 버렸다. 자식들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고 커다란 눈만 멀뚱멀뚱 허공을 바라보시는 어머님을 뵙고 오면 마음이 아프다 못해 시리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연장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전처럼 길을 가다 보면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지팡이에 의지하여 활동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70이 넘으신 어르신도 건강하게 걸으시는 모습을 보면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머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의학의 한계로는 어쩔 수 없는 ‘치매’는 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우리의 ‘뇌’[brain, 腦] (서울대학교병원 신체기관정보)는 ‘척수와 더불어 중추신경계를 이루는 머리뼈 내부의 기관으로 신경계의 최고위 중추’로, 신경세포와 신경섬유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운동, 감각, 언어, 기억 및 고위 정신기능을 수행하며, 각성, 항상성의 유지, 신체대사의 조절 등 생존에 필요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사회 전반의 ‘뇌’에 대한 관심은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며, 그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그런데 이러한 ‘뇌’에 대한 초점을 ‘미성숙한 청소년기의 뇌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뇌과학 연구 결과를 토대로 통찰한 책’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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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연의 ‘우리 뇌는 그렇지 않아’다. 이 책에서는 첫째, 청소년기의 어떤 특성들이 그들을 유난히 힘겹게 하는지? 둘째, 왜 그들은 사소한 것에 좌절하게 하는지? 를 시작으로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물음에 뇌과학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쓰는 내내 나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이 뇌과학의 관점에서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청소년기 두뇌의 어떤 특성들이 그들을 유난히 힘겹게 하고, 좌절하고 방황하게 하는지 뇌과학의 관점에서 낱낱이 밝혀주고 싶었다. 이러한 시도가 청소년기에 일어나는 신체적·정서적·인지적 변화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길잡이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실은 이런 이야기들은 답답하고 혼란스러웠던 내 청소년 시절에 누구보다 나 자신이 간절하게 듣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다.”(전채연, 위의 책, 19쪽.)

우리나라 청소년 열 명 중, 세 명은 심한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청소년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1등만이 기억되는 학교현장’, ‘학교폭력’, ‘왕따문제’, ‘왜곡된 인터넷 문화’, ‘부모의 맞벌이 문화‘가 청소년들의 인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뇌를 개발하는 특별한 훈련을 할 때 이왕이면 즐겁게 해야 한다는 거야. 우리 뇌는 스스로 필요하다고 여길 때는 어려운 활동도 기꺼이 감수하지만, 누군가 하라고 해서 억지로 할 때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거든. 예를 들어 수학 점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억지로 건반 연주를 하고 있는 아이가 있다고 하자. 억지로 하루에 한 시간씩 건반 연주를 하고 있는 아이의 두뇌에서 수학능력을 향상시키는 뉴런이 제대로 활성화될까?……”(37쪽.)

우리는 알고 있다. 무슨 일이이든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상식적인 사실을 말이다. 위의 예처럼, 아마도 수학 점수를 올리려고 건반 연주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수학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커질 것이다. 물론 소수의 경우에는 수학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정말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닐 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기에 사랑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그들이 감성 기복이 심한 정서적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야. 사춘기를 거치면서 청소년들의 몸은 성적으로 성숙해지지. 뇌회로 또한 자연스럽게 성적으로 활성화돼.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충동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체제는 아직 완벽하게 자리 잡히지 않은 상태야. 그래서 사랑의 감정을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65쪽.)

청소년기의 가장 큰 관심은 ‘이성’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사춘기를 거치면서 자신의 몸도 성적으로 성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이성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청소년기는 성장단계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뇌회로가 움직여 실망을 하거나 상처를 입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사랑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어려움을 느끼는 청소년기의 균형 잡힌 통제와 능력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그렇게 중요한 집단에서 배척당하고 거부당하는 경험은 청소년들에게 상상 이상의 괴로운 일이야. 어쩌면 이제 막 정립되기 시작하는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기분일지도 몰라. 그럴 때 성인이라면 그 집단과 자기 자신 사이에 거리를 두고 절적한 균형감을 찾을 수도 있을 테지만, 청소년들은 그런 생각을 할 만큼 합리적이지 못하지. 그저 그 집단 안에서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거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가 고통을 짊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아.”(91쪽.)

청소년기의 ‘따돌림’은 당사자에게 얼마나 심각한 고통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따돌림’에서 중시하는 것은 대인관계와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친밀한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일 것이다. 그것만이 ‘따돌림’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충분한 수면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하루 3~4시간만 자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청소년들에게는 적어도 9시간에서 10시간 정도의 수면시간이 필요해. 어린 아이들은 그보다 더 많은 13시간 정도는 자야하고, 성인도 8시간 이상은 자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179쪽.)

위의 예문처럼 현대인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수면을 취하고 있는가? 정답은 ‘그렇지 않다’에 가깝다. 전등의 발명으로 밤에도 활동하는 인구가 늘어나 우리 현대인의 평균 수면시간이 두 시간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정확한 현실인식일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는 우리 사회가 ‘부지런한 사람’과 ‘게으른 사람’의 척도를 수면시간을 중심으로 정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면시간을 늘리려는 노력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뇌를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도 허락하지 않는 사회적 흐름이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책의 저자 전채연은 ‘박지성처럼 꿈꿔라’, ‘고장 난 거대기업’(공저) 등의 책을 썼다. 그녀는 잡지 기자 시절, 뇌교육과 뇌과학 콘텐츠를 다룬 것을 계기로 뇌라는 미지의 영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전채연의 ‘우리 뇌는 그렇지 않아’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고 책에만 ‘푹’ 빠져 보자. 그리고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비판적인 시각보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우리의 뇌’ 여행을 떠나보자.

지난 주말, 뵙고 온 어머니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치매’라는 단어가 서글프다. 시린 마음으로 ‘어머니’,‘어머니’를 허공에 불러본다.
박여범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편집출판팀 연구원(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북 용북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