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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미국 빠진 호르무즈 해협 해상안전 연합 구성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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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미국 빠진 호르무즈 해협 해상안전 연합 구성 추진

英·佛·獨 3각 편대…소해함 150척 앞세워 '전후 기뢰 제거' 주도권 잡는다
트럼프 배제된 다국적 해상 작전, 원유 수입 95% 막힌 한국엔 탈출구 될까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고 독일까지 가세한 다국적 전후 해상안전 연합 구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고 독일까지 가세한 다국적 전후 해상안전 연합 구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지 한 달 반 가까이 흘렀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요동치고 국내 경유 가격이 2000원을 돌파한 지금, 이 병목을 풀 열쇠를 쥔 주체로 미국이 아닌 유럽이 급부상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고 독일까지 가세한 다국적 전후 해상안전 연합 구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이 계획이 미국·이스라엘·이란 등 '교전 당사국'을 배제한 순수 방어적 국제 임무라고 공식 확인했다.

오는 17일 마크롱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수십 개국이 참여하는 온라인 회의를 공동 주최해 전후 호르무즈 해협 관리 방안을 집중논의한다. 미국은 이 자리에 초대받지 못했고, 중국과 인도는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다.

유럽의 승부수: 소해함 150척으로 기뢰 걷어내고 항로 연다


이번 구상의 작전 구조는 세 단계로 짜여 있다. 첫 번째는 전쟁 발발 이후 걸프만에 묶인 수백 척의 선박을 빠져나오게 하는 긴급 물류 통로 확보다.

두 번째는 이란이 전쟁 초기 깔아놓은 기뢰를 전면 걷어내는 대규모 소해(掃海) 작전이다. 세 번째는 호위함과 구축함을 정기 배치해 해운사들이 안심하고 항로를 이용하도록 신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14일 "이 임무는 평온이 회복되고 교전이 완전히 멈춘 뒤에야 배치될 수 있다"면서 "이란·오만 등 해협 인접국과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동의 없이는 작전에 착수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못 박은 것으로, 실제 배치 시점은 상당히 늦어질 수 있다.

기뢰 제거 전력에서 유럽은 미국을 압도한다. 미국이 소해함을 대부분 퇴역시킨 반면, 유럽 각국은 150척이 넘는 소해함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킬 항을 모항으로 기뢰탐색·제거 전문 함정 12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지부티에 감시 항공기도 배치하고 있어 이번 작전의 핵심 전력으로 거론된다.

그동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해외 군사 파병에 극도로 신중했던 독일이 합류하면 작전 규모는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돌 것이라고 WSJ은 평가했다.

유라시아 그룹의 유럽 분석 책임자 무즈타바 라만은 "어느 시점에는 선박을 보호하는 호위 체계나 호송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보험사와 해운사들이 그런 안전 장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작전의 청사진은 2024년 유럽연합(EU)이 후티 반군 공격에 맞서 홍해에서 전개한 'EU 해군력-아스피데스 작전'이다.

당시 프랑스·이탈리아·독일·그리스 등이 호위함과 헬기를 순환 배치해 상선을 보호했다. 이번에도 같은 틀이되, 기뢰 제거라는 훨씬 복잡하고 위험한 임무까지 더한다.

트럼프 요구 정면 거부…대서양 균열, 한국 에너지 안보 직격


트럼프 대통령은 수 주째 유럽 동맹국들에 군함을 걸프만으로 보내 해협을 무력으로 열자고 압박해왔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와 비료 등 핵심 원자재가 오가는 이 33킬로미터 수로의 전략 가치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무력 재개통이 "비현실적"이며, 이란의 연안 위협과 탄도미사일 공격에 통항 선박이 그대로 노출된다고 반박했다.

스타머 총리도 이란 항구 봉쇄 동참 요청을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세게 비판하며 나토(NATO) 탈퇴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유럽 진영 안에서도 미국 참여 여부를 두고 시각이 갈린다. 프랑스는 미국이 합류하면 이란이 작전 자체를 거부할 것을 우려하고, 영국은 미국을 빼면 트럼프 행정부가 반발하고 작전 범위도 좁아질 것을 걱정한다.

실제로 지난달 26일에는 35개국 군 수장이 프랑스 주도로 화상 회의를 열었고, 이달 2일에는 영국 주도로 40여 개국 외무장관이 해협 개방 방안을 논의하는 등 물밑 다국적 협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도 이 논의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 이 외교적 줄다리기의 결과를 가장 예민하게 지켜봐야 할 나라 중 하나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가 중동에서 들어오며, 수입 원유의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란의 해협 전면 폐쇄 이후 두바이유가 배럴당 157달러 66센트(약 23만1200원)까지 급등하는 장면이 연출됐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돌파하며 코스피가 7.24% 급락하는 등 한국 경제 전반에 강한 충격파가 퍼졌다.

유가 급등과 물류 차질이 겹치면서 제조업 원가는 최대 5.19% 상승하고, 반도체·정보기술(IT) 산업의 핵심 소재인 브롬·헬륨 공급망도 차질이 커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확보된 아랍에미리트(UAE) 물량과 비축유를 합치면 우리 경제가 약 22~25일가량을 추가로 버틸 수 있는 규모"라며 "차량 5부제 실시 등 강력한 수요 관리 대책이 병행된다면 4월 말까지는 수급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유럽의 전후 해상안전 작전은 이란의 동의와 교전 종료라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비로소 닻을 올릴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분쟁이 심화되고 유가가 2027년까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경우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에 근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의 합류로 작전 규모와 실효성은 커졌지만, 전쟁 종료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금, 소해함 150척이 호르무즈 해협에 도착하는 날은 아직 요원하다.

수입 원유 대부분을 단일 수로에 의존하는 에너지 안보 구조의 근본 취약성이 이번 사태를 통해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