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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정명훈 안무의 '블루 진, Blue jeans'…차가운 날들의 따뜻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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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정명훈 안무의 '블루 진, Blue jeans'…차가운 날들의 따뜻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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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안무의 '블루 진, Blue jeans'
최근 M극장 ‘우리시대 춤과 의식전’에 초대된 정명훈(세종대 겸임교수) 안무의 '블루 진, Blue jeans'은 안무가 자신의 현재적 삶을 따스한 시선으로 표현한 한국무용이다. 춤꾼에게 놓여있는 깊고도 기나 긴 도제수업, 고단한 일상을 감내해야하는 현실은 질식을 동반할 것 같은 압박으로 다가온다. 안무가는 청바지의 의미가 변하는 이치에서 자신을 돌아본다.

안무가에게 위안이 되는 것, 고독에서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고민하는 친구의 존재이다. 어둠 속 헤드 랜턴처럼 빛이 되어줄 친구는 공허하게 떠도는 말들을 풍선처럼 날려버릴 수 있고, 비포장도로를 같이 질주할 수 있다. 휘청될 듯한 매력적 우정으로 행복한 ‘춤꾼들의 날들’은 어두운 밤의 손전등처럼 밝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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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안무의 '블루 진, Blue j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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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안무의 '블루 진, Blue jeans'
남성 이인무(정명훈, 조인호)로 전개된 춤은 시종 두 사람을 분리시키지 않는다. 하늘색 풍선을 달고, 얼굴을 보이며 해바라기 외형을 한 두 사람의 모습은 햇살을 가득 받은 해바라기/가족이거나 친구의 사랑을 듬뿍 받은 춤꾼들의 모습이다. 동화적 판타지를 보여주는 작품은 해맑은 모습이다. 해바라기와 자신의 성장을 비유하는 발상은 단순하지만 사사하는 바가 크다.
짙은 어둠이 깔린 곳, 작은 원 하나에 포착된 두 사람은 거대한 손전등 아래 애벌레 같다. 여린 빛줄기를 따라 느리게 기어오는 해바라기 같은 존재, 의도된 성장 환경에서 배양됨을 상징한다. 전통 악기를 고루 넣은 사운드가 동화적 분위기를 창출한다. 손, 발을 열고 닫으며, 서정적 느낌을 뿌리는 무대는 호기심으로 가득한 관객들의 웃음을 하나씩 확보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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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안무의 '블루 진, Blue j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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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안무의 '블루 진, Blue jeans'
그 인공광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되던 어느 날, 몸은 이질적 반응을 한다. 야생의 태양광을 찾아가고자하는 욕구, 두 사람은 자신들의 보호막이 되었던 옷을 서서히 벗어 던지는 모험을 감행한다. 터질 듯한 심장을 깨고 나서는 행위, 알을 깨고 나오는 새들의 출행의 모습을 닮아있다. 넓은 세상에서 파란 구름이 하늘을 다 가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다.

'블루 진, Blue jeans'은 ‘춤길에서 만난 우정의 소중함’을 그린 작품이다. 보살핌을 떠나 자신의 길을 떠나고자하는 긍정의 모습은 소통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젊은이들의 옷과 모자로 자신을 알리며 신나게 춤판이 벌어진다. 사이키 조명이 장면 전환을 알리면 빛은 양에 따라 시차를 느끼게 한다. 무용수의 왜곡된 움직임은 개인의 일탈, 비행, 자유로 비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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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안무의 '블루 진, Blue j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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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안무의 '블루 진, Blue jeans'
차가운 밤에도 온기를 느끼게 하는 우정은 주제곡 ‘차가운 밤의 그대의 온기, Warm On A Cold Night’가 대변한다. 한바탕 춤이 끝난 뒤 떨어지는 텐트, 그 안에 두 사람은 야영의 평화를 즐긴다. 캠핑장의 밤하늘을 비추는 손전등, 탈색되지 않을 우정, 일상의 소중함으로 다가오는 춤, 그 포근함으로 친구를 아끼며 춤을 천직으로 삼으며 오늘을 살아감을 표현한다.

손전등은 작은 원에 불과한 빛을 내지만 ‘지금의 나’이며 스스로 방향을 정할 수 있는 도구이다. 세상의 무게를 털고, ‘나비의 변태’처럼 길지만 아름답게 탄생할 미래를 위해 도반과 수행을 같이하면 이 또한 아름답지 않을까? 때론 빗소리에 놀라면서 초록을 벗어던지고, 풍선을 터트리며, 환태하는 용기는 성장으로 질주하는 자신들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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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안무의 '블루 진, Blue jeans'
안무가 정명훈은 간결한 메시지로 주제에 밀착하며, 색감을 살리는 조명과 전체적 분위기를 이어가는 음악의 적절한 구사로써 명랑하게 작품을 전개시키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빠른 비트음악과 한국적 움직임이 어울린 후반은 특히 흥미로웠다. '블루 진, Blue jeans'은 짜임새 있는 구성과 독창적 상상력을 보여준 유쾌한 한국 창작무용이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