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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칠의 음악기행(4)] 루마니아 편① 길 건너 이웃나라 풍경…국경을 가로지르는 지휘여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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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칠의 음악기행(4)] 루마니아 편① 길 건너 이웃나라 풍경…국경을 가로지르는 지휘여행 시작

'이웃나라' 루마니아로의 연주여행은 나의 시야를 넓게 해준 개척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다. 나의 이름이 이웃나라까지 알려지고, 음악 친구들을 사귄다는 점에서 기쁜 마음으로 지휘한 것 같다. 나는 루마니아의 조지 에네스코 시립교향악단, 클루즈 시립교향악단, 오라데아 시립교향악단, 트르고비슈테 시립교향악단, 바카우 시립교향악단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1868년에 창단된 부쿠레슈티 소재 조지 에네스코 시립교향악단.이미지 확대보기
1868년에 창단된 부쿠레슈티 소재 조지 에네스코 시립교향악단.


1955년 창단된 클루지 나포카 소재 12클루즈 시립교향악단이미지 확대보기
1955년 창단된 클루지 나포카 소재 12클루즈 시립교향악단

로마인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토지라는 뜻의 루마니아(Romania)는 불가리와 이웃하는 나라이다. 동서유럽의 문화 경유지로서 루마니아는 경이로운 문화유산이 잘 보존되어 있다. 예술품 같은 보로네트, 수체아바, 삐아트라 네암츠 등의 중세 교회와 몰도바 지역을 포함한 아름다운 수도원 건축물들이 16세기 성상 벽화와 회화와 더불어 은은한 멋을 풍긴다.

슈테판 대제(1457~1504)는 외적의 침입을 물리칠 때마다 그리스도의 힘이라 믿어 지역마다 수도원이나 교회를 설립했다. 동유럽의 공산성향 때문에 루마니아와 한국과의 외교관계는 요원한 듯 보였지만 1990년 민주화 이후 공식적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참가한 루마니아는 북한과는 1948년에 수교했으며 지금까지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루마니아행 비행편은 15시간 정도 걸리는 인천에서 모스크바를 거쳐 루마니아 국영항공인 타롬(Tarom)을 이용, 오토페니공항으로 가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 타롬은 현재 런던, 프랑크푸르트, 비엔나, 취리히, 모스크바 및 동구권 수도에 취항하고 있으며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루프트한자, 스위스 에어, 에어 프랑스, 오스트리안 에어, 델타 항공 등으로도 입국할 수 있다.

몰도비차 수도원 벽화이미지 확대보기
몰도비차 수도원 벽화

루마니아의 전통 민속 악기로는 부치움(목동이 쓰는 긴 목제 피리), 침포이(백파이프), 코브저(배 모양의 류트, 기타와 비슷), 나이(약 20개의 등나무로 구성된 판 피리) 등이 있으며 오카리나(ocarina:세라믹 플루트)와 틸린카(손가락 구멍이 없는 플루트)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플루트도 있다. 게오르게 잠피르(Gheorghe Zamfir)의 오카리나 연주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루마니아에서 소개된 우리나라 음악가로 첼리스트 홍은선을 들 수 있는데, 그녀는 루마니아 에네스쿠 콩쿠르 1위에 입상한 바 있고,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 최고 연주자 과정에 재학 중이다. 우리나라와 루마니아는 활발한 음악교류는 없지만, 점차 서로를 익혀 가는 중이다. 그 가운데에서 내가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음은 뿌듯하고 행운이다.

루마니아에서는 '루마니안 하우스' 라고 불리는 일렉트로니카의 하위 장르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09년에 발매된 에드워드 마야의 '스테레오 러브(Stereo Love)'는 유럽 탑100 차트에 사상 최장기록인 52주간 머물러 있었고, 2010년 빌보드 차트 핫100에 루마니아 가수로는 처음으로 진입, 최고 순위 16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세계적 히트를 쳤다. 이외에도 이나, 알렉산드라 스탄 등이 유로댄스 장르의 곡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루마니아 출신은 아니지만, 몰도바의 남성 트리오 O-Zone 또한 루마니아어 곡으로 많은 화제를 얻은 바 있다.

루마니아인들이 존경하는 루마니아 음악가 중에 가장 위대한 세계적 작곡가는 제오르제 에네스쿠이다. 클래식계에서 루마니아출신 유명 음악가 다섯 사람을 소개한다.

(1) 제오르제 에네스쿠(George Enes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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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오르제 에네스쿠(George Enescu)
제오르제 에네스쿠(1881~1955)는 루마니아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이자 바이올린 연주자, 피아노 연주자, 지휘자이자 음악 선생이었다. 가장 인기있는 작품으로 루마니아 광시곡 2곡(Op.11-1, Op.11-2), 오페라 외디페(Œdipe, 1936), 관현악 모음곡이 있다. 어려서부터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 5살 때 첫 작곡을 하였고 7살에 빈 음악원에 들어가 바이올린을 공부하여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경력을 쌓기도 했다. 1955년 파리에서 사망하였고, 쇼팽의 무덤이 있는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2) 이오시프 이바노비치(Iosif Ivanov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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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시프 이바노비치(Iosif Ivanovich)
이오시프 이바노비치(1845~1902)는 루마니아의 작곡가이자 군악대장이었다. 루마니아의 유명한 군악대장으로 팡파르와 행진곡, 왈츠 등을 많이 작곡했다. 또 수많은 통속 민요와 군악대용 작품을 많이 썼으나 그의 피아노 소품과 성악 작품도 굉장히 세련되어 있다. 왈츠곡 '도나우 강의 잔물결'은 그의 곡이다.

(3) 죄르지 리게티(Ligeti Gyor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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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르지 리게티(Ligeti Gyorgy)
죄르지 리게티(1923~2006)는 트란실바니아 출생으로 오스트리아의 시민권을 획득하기 전에 헝가리에 살았던 유대계 작곡가이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고전음악 작곡가 중 한명이다. 그는 루마니아 민족음악에 관심이 있었지만, 공산주의 정권은 서유럽과의 교류를 막았기 때문에 연구가 어려웠다. 1956년 공산당에 대한 헝가리 시민들의 항거 이후 리게티는 비엔나로 탈출하여 오스트리아 국적을 얻었다. 거기에서 그는 동유럽에서 접하지 못했던 아방가르드 음악을 접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진은숙 상임작곡가는 리게티의 제자 중 한명이다.

(4) 안젤라 게오르규(Angela Gheorgh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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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 게오르규(Angela Gheorghiu)
안젤라 게오르규는 1965년생으로 부쿠레슈티 음악원에서 공부했고 최우등으로 졸업하였다. 런던에서는 가장 훌륭한 비올레타 역 가수 가운데 하나라는 찬사를 받으며 20세기 말 세계 성악무대에서 신데렐라로 급부상했다. 타고난 미모에 출중한 재능으로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에 버금갈 만한 사랑을 받고 있다. 1994년 11월 코번트가든 왕립오페라극장의 '라 트라비아타'에 비올레타로 출연하여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5) 블라디미르 코스마(Vladimir Cos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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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코스마(Vladimir Cosma)
블라디미르 코스마는 1940년 출생으로 루마니아의 음악가 가정에서 태어난 영화음악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다. 아버지 테오도르 코스마는 피아니스트이면서 지휘자였고, 어머니 카롤라는송 라이터, 삼촌 에드가르도 작곡가 겸 지휘자이다. 할머니 자매 중 한 명은 피아니스트로 페루초 부소니의 제자였다. 300개 이상의 장편영화 및 TV시리즈의 스코어를 작곡하여 왔다. 주요작품으로는 '라붐' '디바' '유 콜 잇 러브' '마르셀의 여름' 등이 있다.

유명 음악가들은 순수와 서정을 바탕으로 한 루마니아 정서를 닮아있다. 루마니아의 특산품은 공예품, 화장품, 보석, 모피류, 의류, 카펫, 도자기 및 크리스털 등이며 민속 의상품인 블라우스, 목가공품 등이 토산품으로 손꼽힌다. 루마니아의 자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시골 인심은 옛날 한국의 시골 인심과 비슷하다. 그들의 본성은 착하고 친근하고 사교성이 있다.

시골 사람들은 순수한 사람들이 많고 정이 깊다. 한국과의 차이점은 어딜 가던지 사람들의 얼굴엔 여유와 자신감이 넘친다. 아직 유럽의 골칫거리인 집시가 루마니아에도 많이 있어, 여행객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2005년 이전까지는 중국산 저가 제품들을 선호했으나, 경제 발전에 따라 소비수준도 급속히 상승, 중·고급품 소비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고급화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이영칠(불가리아 소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종신 객원지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