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르네 하스에 8억 달러 성과급 패키지 보상… 시총 1조 달러 베팅
엔비디아 모델 추격하며 HBM 직거래 시동…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예고
엔비디아 모델 추격하며 HBM 직거래 시동…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예고
이미지 확대보기영국 반도체 설계 자산(IP) 기업 Arm이 30년간 유지해 온 '중립적 IP 공급자' 모델에서 벗어나 완성형 반도체를 직접 설계·판매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사업에 진출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Arm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 르네 하스에게 최대 8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 규모의 영국 기업 역사상 최대 수준의 성과급 보상 계획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모바일 시대를 지배한 설계 강자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겨냥해 자체 브랜드 칩을 출시·판매하는 플레이어로 확장하겠다는 선언이다. 이에 따라 Arm의 IP를 구매하던 기존 빅테크 고객사들과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졌으며,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대만 TSMC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반도체 위탁생산 및 후공정 공급망은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맞이하게 됐다.
중립적 IP 강자의 변신, 라이선스 넘어 완성형 AI 칩으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Arm의 현재 시가총액은 3670억 달러(약 553조 2500억 원) 규모다. Arm 이사회는 하스 CEO가 오는 2029년까지 시총 1조 달러(약 1507조 원)를 달성하고, 2031년 3월까지 2조 달러(약 3015조 원)를 돌파하면 8억 달러에 달하는 주식 보상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현 시가총액 대비 3배 이상 상승해야 하는 극단적인 목표로, AI 슈퍼사이클의 지속을 전제한 고위험·고수익 보상안이다. 영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패키지는 설계 전문 기업을 넘어 AI 하드웨어 거인으로 진화하겠다는 이사회의 사활을 건 베팅을 상징한다.
삼성·TSMC 역학 관계 재편… CoWoS 패키징과 HBM 직거래 부상
Arm의 팹리스 진출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수주 전선을 흔드는 대형 변수다. Arm은 자체 생산 시설이 없는 팹리스 기업인 만큼, 설계한 칩의 전량을 위탁생산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Arm이 엔비디아의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로부터 직접 조달한 뒤, TSMC의 첨단 3차원 패키징 공정인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 등을 활용해 완성형 AI 가속기를 최종 제품화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TSMC의 희비는 엇갈릴 수 있다. TSMC 입장에서는 기존 AI 고객사인 엔비디아나 AMD의 주문 잠식 리스크를 방어하면서 Arm이라는 대형 신규 수주를 붙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반면 파운드리 점유율 반등과 고객 다변화가 절실한 삼성전자에는 Arm의 칩 포트폴리오를 대량 수주할 수 있는 강력한 기회의 창이 열린다. 결과적으로 Arm의 초대형 AI 칩 물량을 누가 확보하느냐가 향후 글로벌 AI 파운드리 점유율 경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소프트뱅크의 회수 전략과 '고객 이탈' 리스크
Arm 지분의 86%를 보유한 일본 소프트뱅크의 행보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2016년 320억 달러(약 48조 2400억 원)에 Arm을 인수한 뒤 2022년 엔비디아로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독과점 규제 장벽에 막혀 실패했다. 이번 완성형 칩 진출 선언과 시총 목표 제시형 보상 정책은 소프트뱅크가 나스닥 시장에서 Arm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투자 자금을 본격적으로 회수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고객사와의 경쟁'이다. 애플, 퀄컴, 미디어텍 등 Arm의 IP를 받아 칩을 만들던 기존 고객사들이 Arm의 독자 행보에 반발해 오픈소스 반도체 설계 자산인 '리스크파이브(RISC-V)' 등 대체 기술로 망명을 가속화할 위험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Arm이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기존 모바일 고객사들의 이탈을 방어하고 실제 미세 공정 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지가 장기 흥행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지형 변화를 읽는 3대 지표
첫째, 소프트뱅크의 Arm 지분 매각 추이다. 지분 86%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여부는 유통 물량 급증에 따른 주가 변동성을 촉발할 수 있으므로 자금 흐름 추적이 필수적이다.
둘째, Arm 첨단 파운드리 발주처 확보다. 자체 설계한 AI 칩을 TSMC와 삼성전자 중 어느 선단 공정에 먼저 맡기는지가 양사의 수주 경쟁력 가늠자가 된다.
셋째, 국내 HBM 기업과의 공급 계약 체결이다. Arm이 엔비디아처럼 메모리를 직접 구매해 첨단 패키징 생태계를 구축하는지 파악해야 주가 향방을 읽을 수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전문가는 "Arm의 팹리스 변신은 설계와 파운드리로 명확히 갈렸던 글로벌 반도체 분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공급 기회를 선점하는 동시에 파운드리 고객사 다변화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