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주관적인 추상미술 포기
현대인들의 흔들리는 삶에 천착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일상 표현
채우려고만 하는 인간 욕망 성찰
흔들려 봐야 인생의 참맛 깨닫듯
마음 찡하게 울리는 감동 담아내
[예비한류스타(21)] 유용상 와인 전문화가, 신비를 머금은 '와인과 잔' 통해 위안·희망 메시지 전달
이미지 확대보기유용상 작 '아름다운 구속 - 4계(Beautiful Curb-four seasons)', 194X112cm, Oil on canvas, 2016
유용상(劉龍相)은 1973년 4월 3일 지리산 해발 600m 고지의 청정 남원에서 아버지 유복수, 어머니 소영순 사이의 3남2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시골에서 운천초, 운봉중을 거쳐 전북대 미술교육과, 홍익대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마치고 와인전문 서양화가로서 국제적 명성을 쌓고 있는 그는 분명 미술계의 미래 한류 스타다.
열네 살 때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유용상은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과 주변 환경과 작은 사물에 집착하고 관찰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다. 차분함, 성실함, 섬세함으로 읽혀지는 그의 기질과 성향은 미술 작업과 잘 맞아 떨어졌고, 눈과 손으로 와인을 세묘(細描)하고, 선호하는 극사실주의 작업에도 도움이 되었다.
형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그의 극사실주의 선택은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에 대한 중독적 사랑, 작가로서의 진로선택, 현재적 순간과 시간을 표현하는 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용상은 현대라는 시대성과 사회성을 담고, 현대인들이 울컥하고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의 신속한 전달을 위해 형상이 있는 극사실화(極事實畵)가 용이하다고 판단한다.
[예비한류스타(21)] 유용상 와인 전문화가, 신비를 머금은 '와인과 잔' 통해 위안·희망 메시지 전달
이미지 확대보기유용상 작 'Good evening - Nonpossession(무소유)', 194.0X97.0cm X 3, Oil on canvas, 2009
다양한 매체를 오브제로 한 ‘자연적 물’을 주제로 추상미술을 하던 작업 초기, 그 작업은 너무 주관적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방대함, 난해함, 무책임한 행위로 다가왔다. 2006년부터 시작한 ‘와인’ 작업은 ‘종이컵’ 작업과 함께 ‘자연적 물’ 시리즈 다음에 나왔던 ‘인공적 물’ 시리즈로 가공된 탄산음료나 와인 등이 용기에 담겨지기 시작하는 유용상의 제2단계 작업이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와인을 마시다가 와인 잔에 담긴 와인을 바라보면서 긴장되고 불안정한 감정과 마주친다. 와인을 마시다가 자주 와인 잔을 깨뜨리기도 했다. 그는 방황하고 힘들 때면 잔이 깨진다고 생각한다. 이 때 가냘프고 나약하게 생긴 와인글라스를 자신과 동일시시키고, ‘심리적 불안에 떨고 있는 현대인의 몸짓일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유용상은 현대인의 감각과 욕망을 가장 잘 반영하고 이끌어낼 수 있는 음료가 ‘와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 때 느낀 감정을 모티브로 삼아 캔버스에 유화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작은 작품은 3주일에서 한 달 정도 제작 시간이 걸렸다. 하이퍼리얼리즘으로 표현된 그의 작품이 사진 같이 보이는 것은 인화지처럼 곱고 탄탄한 밀도감 있는 화면 처리 때문이다.
[예비한류스타(21)] 유용상 와인 전문화가, 신비를 머금은 '와인과 잔' 통해 위안·희망 메시지 전달
이미지 확대보기유용상 작 'Good Evening', 72.7X 60.5cm, Oil on canvas, 2014
사진과 회화의 장르가 무너진 건 오래전 일이다. 현대 사진 작품 중에는 회화 못지않게 비싸고 좋은 작품들이 많다. 그는 와인글라스의 딴딴함과 몽환적인 분위기 연출을 위해 그라운드 밑 작업에 제작과정의 절반 이상을 투자한다. 그는 이러한 밑 작업방식을 아직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완전한 프로가 되기 위해 지금도 지속적으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그가 작품에서 표현해 내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 자연적인 물을 극사실로 그리는 그는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와인과 와인 잔을 중심에 두고 만남이든, 이별이든, 사랑이든 인간 삶의 다양한 흔적을 내보인다. 최근에는 여기에 꽃을 등장시킨다. 투명한 와인잔 안에 가둔 꽃송이를 통해 숨쉬기를 막는 현대사회의 적나라한 현실을 표현한다.
현대인들은 오늘도 많이 흔들리며 살아간다. 실제 사진으로 흔들리는 와인잔은 초점이 맞지 않아 어떤 물체인지 알아보기 힘들다. 살짝 흔들어도 초점이 맞지 않아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마음을 찡하게 울리며 사실적인 느낌으로 살아 있는 감동을 주고 있는 작가 유용상이 그려낸 와인잔들은 흔들리고 부대끼고 있다.
[예비한류스타(21)] 유용상 와인 전문화가, 신비를 머금은 '와인과 잔' 통해 위안·희망 메시지 전달
이미지 확대보기유용상 작 'The 21c Last supper ㅡ Nonpossession(21 C최후의 만찬 - 무소유)', 194 X 112cm, Oil on canvas, 2015
그의 와인잔은 흔들리고 있지만 정지된 순간과 움직임에서 담겨진 시간이 동시에 함축된 연출된 와인잔이다. 순간적이고 영원한 세계에 대한 상징적 표현이다. 그가 그려내는 것들은 단순히 사진처럼 재현해내는 극사실주의가 아니라 사진이 담을 수 없는 이미지나 기억, 순간과 시간 사이에 담겨진 현대인들의 감각, 심상, 흔들리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몸짓이다.
유용상이 매체위주의 작업이나 형식주의에서 탈피하여 자신을 찾아가는 작업은 자신의 심성대로 자연과 순수와의 필연적인 만남으로 연결된다. 메시지가 있는 구상, ‘성인식’(2016)은 가장 화려한 탐닉이 가장 깨지기 쉬운 공허의 예고편이란 은유처럼 읽힌다. 상처를 입을지언정 유리 온실을 부수고 나와야 비로소 홀로 설 수 있다는 역설의 긴장감까지 나돈다.
유용상의 작품은 세 개의 시리즈 작품이 많다. 순환의 고리는 와인글라스에 와인이 가득히 채워져 정지되어 있거나 흔들리며, 비워짐을 보여준다. 그의 연작물은 루이제 린저의 ‘생(生)의 한 가운데’를 떠올리게 하며 무엇인가에 흔들리다가 비워가는 과정 속에 무소유를 떠올리게 한다. 바쁜 일상 속에 늘 채우려고만 했던 욕망에 대한 질책과 성찰의 시간을 주는 것 같다.
[예비한류스타(21)] 유용상 와인 전문화가, 신비를 머금은 '와인과 잔' 통해 위안·희망 메시지 전달
이미지 확대보기유용상 작 'The Chosen person(선택받은 사람)', 162.2 x 97cm, Oil on canvas, 2016
비움은 곧 채움이기에 그는 빈 잔을 선호한다. 빈 잔에 채워지는 포도주처럼 그의 영혼을 채워주는 음악은 영혼의 안식과 공허함을 채워주는 사막의 오아시스로 다가온다. 와인을 마실 때 잔을 흔들어줘야 와인이 공기와 어울리며 산화되어 맛을 내는 것처럼 인간도 흔들려야 인생의 참맛을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에서 흔들림은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다.
지난 여름, 인사동 전시 이후 그에게도 슬럼프가 찾아 왔다. 한 동한 붓을 못 잡고 방황했다. 많은 화가가 그렇듯 그를 다잡아준 건 가족, 특히 두 아들이었다. 그럴 때마다 예술가이기 전에 한 평범한 인간임을 많이 느낀다. 피 같은 신비스런 와인으로 현대를 표현해내는 멋진 컨템퍼러리 화가로서 자신이 인정하는 작가가 되고 싶은 그는 분명 미래의 한류스타다.
임상진, 이두식 두 존경하는 스승의 빈 자리는 늘 허전하다. 이제 유용상이 그런 스승의 모습을 해야 할 때가 슬슬 다가오고 있다. 아주 열심히 정진하지 않으면 안 될 위치에 놓여있다. 와인이 오크통에서 잘 숙성되어 명품와인이 되는 것처럼 작가가 작업실에서 잘 숙성되어야 하는 이치를 그는 알고 있다. 오늘도 서해안 염전에서는 소금꽃이 피고 소금알이 익어가고 있다.
[예비한류스타(21)] 유용상 와인 전문화가, 신비를 머금은 '와인과 잔' 통해 위안·희망 메시지 전달
이미지 확대보기유용상 작 'Good evening - Nonpossession(무소유)', 145.5cm X 97.0 cm x 3, Oil on canvas, 2012- 욕망 비워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