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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표류’ 공항 입국장 면세점, 이번에는 길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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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표류’ 공항 입국장 면세점, 이번에는 길 열릴까?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 두고 찬반 입장 엇갈려
내년 초 개항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인천공항 제2 여객터미널(T2)의 조감도. 사진=인천공항공사이미지 확대보기
내년 초 개항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인천공항 제2 여객터미널(T2)의 조감도. 사진=인천공항공사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공항에 입국하면서 면세 물건을 살 수 있으면 편리하게 쇼핑도 할 수 있다.”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 세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장시간 시간이 소모될 것이다.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여유 있는 계층만 혜택을 주는 꼴이다.”

14년 전 최초로 제기됐던 공항 입국장 면세점 설치 논란이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부각되고 있다.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해 매출을 늘리겠다는 인천공항공사와 이를 저지하려는 관세청·항공사 간 힘 싸움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부처 간 이견으로 공전… 공항공사 연 300억원 수익 예상


입국장 면세점 설치가 좌절된 역사는 길다. 2003년 관세법 개정안이 처음 발의된 이후 6번째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10년이 넘게 연이어 법안을 발의했지만 그때마다 부처 간 이해관계가 부딪치면서 흐지부지됐다. 인천국제공항은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놓고 7번째 도전에 나섰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 입국장 면세점을 재추진하기 위해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는 T2 입국장에 선물용 품목(향수·화장품, 주류·담배)을 위주로 하는 소규모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검토 중이다. 중소·중견 기업이 담당하며 취급품목은 담배와 술, 초콜릿, 향수 등 간단한 선물용 품목이 될 예정이다.

면세점 입국장 설치를 두고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해야 한다는 논리는 간단하다. 국내 여행객의 면세품 구매장소가 해외에서 국내 공항으로 전환되면서 국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매출이 높아진다는 것. 또 국내에 입국하는 해외 여행객의 소비를 통해 외화벌이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여행객들의 불편함도 앞장 세웠다. 출국장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면 여행 내내 들고 다녀 불편하다는 것이다. 여행객의 84%가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찬성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근거로 들었다. 인천공항공사는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할 경우 연간 300억원의 임대료 수익을 추가로 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세청·항공사·면세점업계 시기상조 우려


반면 관세청과 국내 항공사, 면세점 등은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두고 시기 상조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우선 관세청은 반대 이유로 △입국장 내 세관 감시단속시스템의 붕괴 및 입국장 혼란 △세관검사 강화로 여행객 불편 △경제적 효과 미비 등을 내세웠다. 실제로 입국장이 혼잡해져 입국 소요 시간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항공사도 난감한 표정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경우 기내 면세점 사업을 통해 연간 3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입국 면세점이 들어오면 기내 면세점 사업이 반 토막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기내 면세점 수익률이 60%에 달하기 때문에 노다지 사업이다. 승무원이 판매하기 때문에 추가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면세점 업계 반응도 냉랭하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장기화로 국내 면세점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시내 면세점이 10곳이 넘쳐나며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입국장 면세점까지 들어오면 시장은 과포화상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연내 공사 소속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새롭게 드는 인건비를 비항공 수익에서 메우려는 게 아닌가”하고 지적했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