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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57) 추어탕전문 상주식당] ​쌀쌀한 찬바람에 찾고싶은 시원담백한 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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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57) 추어탕전문 상주식당] ​쌀쌀한 찬바람에 찾고싶은 시원담백한 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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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으로 쌀쌀한 찬바람이 불 때면 뜨끈한 추어탕 만한것도 없다. 필자는 맛있기로 소문난 추어탕 맛집을 찾아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맛과 이야기를 간직한 곳을 특히 좋아한다.

칼칼하고 얼큰한 맛이 일품인 서울 용금옥과 남도추어탕의 맛을 제대로 맛 볼 수 있는 남원 새집추어탕은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추어탕 하면 미꾸라지를 통째로 쓰는 서울식 추어탕 (통추)과 미꾸라지를 갈아쓰는 남도식 추어탕(갈추) 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경상도 추어탕 역시 맛에 있어서는 빠지지 않는다.

경상도 추어탕의 스타일은 서울식 추어탕과 남도식 추어탕에 비해 국물이 맑고 심심한 특징이 있다. 이런 맛을 볼 수 있는 곳이 상주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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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식당은 맛뿐만 아니라 독톡한 영업방침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매년 12월 15일밤까지 영업을 하고 그 다음해 3월 1일 아침에 다시 영업을 시작한다. 그러다보니 한겨울에는 이곳에서 추어탕 맛을 보지 못한다.

겨울에도 뜨끈한 추어탕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문을 닫을까 궁금했다. 이곳 사장님에게 물어봤다. 그 답은 재료에 있었다. 추어탕에 들어가는 재료가 좋지 않기에 겨울에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미꾸라지 일까 싶었는데, 알고보니 배추였다. 이곳에서는 고랭지배추를 이용한다. 겨울에는 고랭지 배추를 구할 수 없다보니 다른 배추로 국을 끓이면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곳의 음식은 단순한 추어탕이 아니었다. 고집스러운 맛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이곳에 가면 입구에 늘어놓은 배추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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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문을 열었다고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창업주에 이어 따님이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들어오면 전통의 가옥을 그대로 개조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넓은 마당에 추어탕을 끓이는 큰솥들이 구수하며서 향토적인 느낌을 보여준다. 이곳은 옛스러움을 간직해서 더욱 빛이 난다.
방구들장의 반질반질한 장판에 앉아 오래된 상에 추어탕을 받아 먹노라니 제대로 대접받는 것 같다. 이곳 메뉴는 추어탕 단 하나 밖에 없다. 뚝배기 안에 담긴 추어탕은 맑은 느낌이 든다. 일견 보기에는 추어탕이라기 보다 배추탕이라고 해도 될 만큼 뚝배기 안에는 배추가 가득 들어있다.

추어탕전문 상주식당의 추어탕.이미지 확대보기
추어탕전문 상주식당의 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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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맛은 시원하면서 담백했다.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한 국물맛은 깔끔했다. 그래서일까 먹을수록 추어탕의 매력에 빠지는 것 같았다.

찬반은 빨간 김치와 백김치가 정갈하게 차려져 나왔다. 찬반을 개인별로 따로 내준다. ​소박하지만 가치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투박한 양념맛이 베여진 빨간 김치는 심심한 추어탕의 맛을 한껏 살려준다. 백김치는 추어탕의 시원한 맛에 시원함을 더 입혀주는 것 같다.

이곳에서 배추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맛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추로 시작하여 배추로 끝이 나는 것 같다. 추어탕에 담긴 고집이 만들어 낸 맛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