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즙’ 앞세운 냉동만두 신제품 9종 출시…시장점유율 10%·매출 450억 목표
재료·맛 강조했지만 비싼 가격 발목…즉석밥·비빔면 이어 시장 안착 여부 주목
재료·맛 강조했지만 비싼 가격 발목…즉석밥·비빔면 이어 시장 안착 여부 주목

이은아 하림산업 마케팅팀장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서 열린 더미식 신제품 론칭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하림은 ‘육즙’을 강점으로 내세운 더미식 만두 신제품 9종을 출시하면서 냉동만두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4년의 개발과정을 거친 데다 김홍국 하림 회장이 직접 참여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하림이 만두에 주목한 것은 냉동만두가 HMR 카테고리에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냉동만두 시장은 약 45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하림은 시장 점유율 10%에 해당하는 4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팀장은 “제품 맛에는 자신 있는 만큼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만두를 첫 제품으로 론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림이 이번 신제품의 콘셉트로 내세운 ‘육즙 만두’의 경우 시장에 지배적으로 자리 잡은 제품이 없다는 점도 주효했다. 하림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소비자 4명 중 1명은 촉촉한 만두소와 육즙에 대한 수요를 나타냈다. 하지만 현재 냉동만두 시장에서 육즙 만두 카테고리 제품 매출은 52억원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만 출시한다면 시장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춰진 셈이다.
특히 김 회장은 이번에도 4년간 하림 R&D팀, 마케팅팀과 함께 매주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제품 개발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회장은 더미식 장인라면과 더미식 즉석밥을 출시하면서 제품을 직접 소개할 정도로 ‘더미식’ 브랜드에 관심을 쏟았다. ‘더미식’ 브랜드를 통해 축산업 중심 기업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도 거듭 밝혀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사업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하림산업의 매출은 461억원으로 2021년 대비 112%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89억원에서 868억원으로 오히려 더 커졌다. 손실이 커진 원인으로는 높은 매출원가와 판관비가 지목된다. 지난해 하림산업의 매출원가는 980억원으로 매출의 두배가 넘었고, 판관비도 349억원으로 매출의 75%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더미식’이 추구하는 프리미엄 전략이 독이 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더미식’ 브랜드를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수익성 악화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하면서 매출을 꾸준히 확대하던 중 때아닌 호재가 찾아왔다. 쿠팡과 CJ제일제당 간 제품 납품가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자, 쿠팡에서 ‘햇반’의 빈자리가 커지며 중소 즉석밥 브랜드들에도 기회가 열린 것이다. 하림도 더미식 즉석밥 제품 3종을 ‘100원’에 판매하는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치면서 즉석밥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이에 힘입어 더미식 즉석밥은 햇반과 오뚜기밥에 이어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때 장인라면에 이어 또다시 실패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었지만, 이제는 공장 생산능력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판매량이 증가했다. 이어서 올여름 출시한 더미식 비빔면까지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경쟁이 치열한 비빔면 시장에서 온라인 기준 점유율 2위, 대형마트 기준 점유율 3위를 기록하는 등 선전하며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하림이 냉동만두를 출시하며 도전적인 매출 목표를 설정한 배경에는 즉석밥과 비빔면의 선전이 뒷받침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경쟁 제품 대비 높은 가격은 여전히 불안 요소다. 하림은 제품 출시 과정에서 자체 평가단을 꾸려 유명 맛집과 비교 테스트를 거치는 등 제품의 맛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생고기와 생과채류를 사용했기 때문에 제품 가격이 일반 브랜드 평균 대비 약 10%가량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고물가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아무리 맛을 강조하더라도 소비자가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할 유인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대규모 마케팅 비용 지출이 불가피한데, 시장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다시 수익성 악화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냉동만두가 ‘더미식’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은아 하림산업 마케팅팀장 “높은 판매관리비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초기 투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 더미식 만두를 론칭하면서도 당장의 수익보다는 판매량 증대에 노력을 집중해 공격적으로 광고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