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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정·이정애·안정은, 2년 차 유통 여성 CEO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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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정·이정애·안정은, 2년 차 유통 여성 CEO ‘희비’

3명의 유통 여성 CEO, 어려운 경영 환경 타파 의지

(왼쪽부터)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 안정은 11번가 대표. /사진=CJ올리브영, LG생활건강, 11번가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 안정은 11번가 대표. /사진=CJ올리브영, LG생활건강, 11번가
‘유리천장’이 깨졌다. 지난 2022년 말에 공개된 2023년 임원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발탁됐다는 것이다. 경영악화로 신음하던 유통업계가 나이와 성별과 상관없는 능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사를 강조하던 때이다. 그 결과 CJ올리브영을 시작으로 LG생활건강, 11번가가 연이어 여성 CEO를 전면에 내세웠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장 주목받았던 인물은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 안정은 11번가 대표다. 어려운 시기에 회사를 대표하는 자리에 앉았다. 올해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경영환경 속에서 2024년을 헤쳐나가는 그들의 표정이 조금 다르다.

◇이선정 대표, 탄탄대로 성장…남은 과제 IPO 재추진


당시 유통업계에서 가장 먼저 여성 CEO로 이름을 알렸던 이선정 대표의 표정은 여유로워 보인다. 힘든 시기에도 올리브영 성장세는 탄탄대로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조7971억원 수준이다. 2021년 2조1192억원, 2022년 2조7774억원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이 이미 2022년 연간 매출액을 넘어서면서 또 한 번 축배를 들게 됐다. 업계에서는 지난 2022년 4분기에도 당해 연도 최대 매출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연 매출은 4조원 규모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모습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응답했다. 올해 초 5년 만에 진행한 현장방문으로 제일 먼저 올리브영을 찾았다. 이 회장은 “올리브영은 다가올 위기에 미리 대비해 ‘온리원’ 성과를 만든 사례”라며 격려하기도 했다.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올리브영은 공정위로부터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조사받아 왔다. 랄라블라, 롭스 등 경쟁사들과의 공정 경쟁을 방해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것이다. 6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예상됐지만, 지난해 12월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과징금은 18억9600만원에 그쳤다.

이 대표에게 남은 과제가 있다면 기업공개(IPO) 재추진이다. 앞서 올리브영은 2021년부터 IPO를 준비하다 이듬해 7월 글로벌 경제 악화로 적정 기업가치 인정이 어렵게 돼 멈춘 바 있다. 당시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2~3조원대였다. 올해는 훌쩍 올라 4조~5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성장 전환’ 강조 이정애 대표, 중국 이외 해외 노린다

또 한 명의 여성 CEO 이정애 대표는 올해 초부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2024년은 우리 LG생활건강이 지난 2년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새롭게 성장하는 변곡점의 한 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4년 경영 목표는 ‘성장 전환’”이라며 “(성장 전환이란) 미래에 대한 투자 없이 단순히 내핍(참고 견딤)에만 의존해서 만들어내는 단기 성과가 아니다. 미래 준비를 지속하면서 사업 성과의 ‘방향’을 상승하는 쪽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번 사상 최대 실적을 자랑하던 LG생활건강이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6조8048억원, 영업이익은 48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5.3%, 31.5% 줄어든 수치다. 중국의 영향이 크다. 중국향 수요 약세로 뷰티 수익성이 하락하고, 해외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이외의 해외사업에서 성장성을 봤다. 지난해 북미 매출은 지난해 60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9% 성장했다.

이 대표는 중점 추진 사항 중 하나로 ‘더후(The Whoo)’ 등 주요 브랜드의 글로벌 뷰티시장 공략 확대를 꼽았다. 그는 “더후 브랜드의 리빌딩을 지속하고 차별화된 효능가치, 감성가치, 경험가치를 확대해 럭셔리 브랜드로서 지위를 더 강화하면서 가치 있고 풍성한 콘텐츠로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말했다. 또 더후의 미국 시장 진출도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 MZ세대 타깃 브랜드로 빌리프, CNP, 더페이스샵(TFS)을 지목하며 “글로벌 시장 확대에 힘을 싣겠다”고 강조했다.

◇안정은 대표 “‘11번가 2.0’ 가치 증대에 집중”


안정은 대표는 마음이 편치않을 것으로 보인다. 11번가가 경영 개선을 보이고 있지만,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라는 새로운 경쟁상대를 맞이했다. 이들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로 11번가 등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흔들고 있다.

예기치 않은 적수가 나타났지만 일단 11번가는 순조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번가의 지난해 연 매출액은 전년보다 10% 증가한 8655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매출액이다. 연간 누적 영업손실은 1258억원으로 전년보다 17% 줄었다.

안 대표는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 노력으로 2년 뒤인 2025년에는 흑자회사가 돼 있을 것”이라며 “커머스 본질에 충실한 경쟁력을 키워 지금보다 더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11번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11번가는 올해 ‘11번가 2.0’ 달성을 위해 고객 중심의 성장전략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안 대표는 지난 2월 타운홀 미팅에서 “2023년 판매자와 고객이 11번가에 요구하는 것은 ‘변화’이고 현 e커머스 경쟁시장에서 11번가에게 필요한 것 역시 새로운 혁신을 통한 사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를 11번가의 반등을 이뤄내는 원년으로 삼아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기반한 ‘11번가 2.0’ 가치 증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3대 핵심가치와 2023년 10대 핵심과제도 공개했다. 11번가의 모든 리더십과 의사결정 원칙의 기반이 될 3대 핵심가치는 △고객에 중점을 둔 근본적 문제해결 △과거 방식 탈피 △끊임없는 도전으로 정했다. 11번가가 올해 집중할 핵심과제는 △OM 경쟁력 강화 △배송 경쟁력 강화 △트래픽 증대 △BM 강화 등 4개 영역의 10가지 과제를 선정했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